모서리
박성현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정류장에 앉아 나는 두 가지 이미지를 상상한다 하나는 당신의 젖가슴 아래 붉은 반점이고 다른 하나는
맥도날드가 새로 만든 ‘시그니처 버거’의 기묘한 복고풍이다
유리문 앞에서 풍선을 든 남자아이가 엄마 품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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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 저편에서 물고기들이 파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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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는 희거나 검고 가볍거나 단단하다 혀를 깊숙이 밀어 넣을 때마다 목구멍에서 흰 사각형이 쏟아졌다
271번 버스가 연남동을 지나 홍대로 꺾어지고 합정역에서는 열한 명의 사람들이 내렸다 당신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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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펼치자
숨어 있던 햇볕이 후드득 떨어졌다
대리석 무늬처럼 행간이 깊게 패였다
우리의 비극은
어미를 잃은 새들이 함부로 버려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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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죽은 새들이 무릎을 접어 모서리를 꺼낸다
석면가루가 휘날리는 비탈에는 벚나무가 발가벗고 있다 트럭이 간신히 올라왔을 때 골목은 야구공처럼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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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켜쥔 조개는 단단한 껍데기를 벌리고 서둘러 굵은 모래를 토해냈다
오로지 잊어버리기 위해서 빈 악보는 격렬하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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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둘러싼 빛의 폭우……
내가 당신을 처음 본 골목 저편에서 모서리가 부서졌다
천천히, 반복해서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