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들이여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싯달타-
나는 주말마다 춤추러 혼자 다닌다. 한주가 끝나는 주말만 되면 누군가 내 춤을 알아주는 남자와 사교춤 추기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조금은 애절하고 느린 템포의 리듬에 맞추어 출 수 있는 부르스를 좋아한다.
내 또래 여자들의 평균치보다 키가 좀 작은 나는 굽 높은 하이힐 댄스화와 몸에 좀 달라붙는 간편한 댄스복을 입고
머리칼은 뒤로 넘긴 채 고무줄로 동여매고는 춤을 춘다. 외출할 때마다 매고 다니는 평범한 내 백팩(backpack)속
에는 춤추는 동안에 무릎 연골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탄력있는 수제 댄스화를 함께 챙겨서 가지고 다닌다.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풀장에 갈 때 수영복을 필수적으로 챙겨가야 하듯이 나는 늘 내 백 속에는 편안하게 춤
출 수 있는 ‘캐쥬얼’ 한 댄스복과 ‘슈즈’ 가 필수품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만 되면 서울 시내 또는 근교의 댄스홀을
찾아 어디든 발길 닿는 대로 홀로 나선다.
주말 오후에 즐겨 찾는 무도장이나 콜라텍에 도착하면 입구 쪽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전자올갠 뽕짝 음악소리는
춤을 추기도 전에 벌써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래서 잽싸게 탈의실에서 댄스복을 갈아입은 후 무도장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우선 댄스홀에 들어가면 입구 쪽에 화장실 겸 세면장이 바로 옆으로 연결되어있는 입구 쪽 홀의 공간에 서서 다른
남자들의 춤추는 모습들을 대충 살펴본다. 사실 나로선 이곳이 제일 중요한 장소다. 대다수 사람들이 한 춤이 끝나고
난 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고 자신들의 얼굴과 머리 모습을 다시 살펴보면서 다시 누군가와 춤출 마음의 자세를
새롭게 한다. 나는 그들 중 누군가 한 사람과 춤을 출 것이다,
한 남성이 슬쩍 나를 살펴본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가 분명 나에게 춤을 신청할 의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저 정도
남자라면 부킹이 필요없을 정도의 춤 실력이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나도 이때다 싶어 슬쩍 무언의 미소 띤 눈짓
으로 화답을 해 주면 그도 내가 춤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린다.
아직 나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지만 그 남자는 나에게 가까이 접근해 오며 “춤 추실가요” 하고 손을
내민다. 무대 위에선 무명 가수인 전자올갠 연주자가 귀에 익숙한 육박의 탬포 빠른 뽕작 풍의 우리 가요를 흥겹게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꼭지 터지기 직전의 환희가 느껴진다.
이게 바로 사교댄스의 참 맛이다.
춤을 추기 시작한 우리는 호수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한 쌍의 물찬 제비처럼 가볍게 플로어(floor)를 가로지른다.
한 곡이 끝나고 곧이어 느린 템포의 부르스 노래가 흘러나온다. 바람이 잔잔한 강물 위를 순풍의 돛단배가 부드럽게
노를 저어 가듯이 우리 둘은 자연스레 스텝을 밟고 있다. 우리는 한순간 거의 포옹하듯이 몸를 가깝게 밀착시켰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서로가 편안하고 균형있게 몸을 지탱시켜준다.
그렇다고 결코 우리 둘의 스텝이 엉키거나 꼬이지 않는다. 지금의 내 파트너는 내 왼쪽 어깨 견갑골 뒤를 손바닥으로
감싸면서 확실하게 나를 리드하는 것이 분명 이 바닥에선 일가견이 있는 장안의 춤꾼이다.
나도 상대 남자가 이끄는 대로 양쪽 발을 유연하고도 리드미컬(rhythmical)하게 움직이면서 필요 이상으로 보폭을 벌리지
않고 불필요한 동작을 취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오른쪽 손으로 가볍게 정지 사인을 보내주면 우리는 춤을 멈춘다.
상대는 내 얼굴을 보며 슬쩍 미소를 진다. 멋진 부르스 한 곡이 끝나는 순간이다. 이렇게 한 춤을 마치고 나면 곧 이어
흘러나오는 박자 빠른 다른 스타일의 지르박 춤을 계속 이어간다. 바로 직전 느린 풍의 부르스를 추면서 강하고 빠른
박자의 춤을 이어갈 에너지를 보충했기 때문에 다음 춤도 경쾌하게 출 수 있다. 이게 부르스 라는 춤에 숨겨진 또 다른
매력이다.
내 진짜 이름은 따로 있지만 춤출 때만은 ‘로즈’ 라는 영문 닉 네임을 사용한다. 그래야만 나는 언제나 큰 부담없이 춤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 본 이름을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고 또 스스로 이름을 물어보는 사람도 거의 없다.
뭐 춤추는 동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사교춤 가운데 무엇보다 부르스를 사랑한다. 나는 정말이지 멋진 부르스 동작을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했다.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부르스를 어떻게 춰야 흥이 나면서 재미가 더 있는지를 터득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이지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사교춤의 꽃이라 부르는 부르스를 잘 추려고 노력했다. 비교적 기본스텝은 많지 않지만
적당히 중간중간에 응용하는 6박 지르박 피겨를 섞어가면서 추는 부르스 춤을 통해서 희열을 느낀다.
한참 춤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이만하면 춤을 충분히 즐겼다. 잠시 이젠 고만 춰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아직은 몇 곡 더 춤을 추고 싶은 미련과 힘이 남아 있다, 그래 마지막 딱 몇 곡만 더 추고 가자고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다음에 계속)
첫댓글 부르스!~~
매력 있습니다
저도
언제부터인가
춤에
매력을~~!!!!!!!
좋은글
감사합니다 운영위원 윈드님^*^
심금을 울려주는 부르스에 매력을
느끼셨다면 방장님도 이젠 춤의 고수```~
부르스 잘읽고갑니다 ~
고맙습니다~ㅎ
여인의 입장으로 느껴보는 댄스라이프~
잘읽고 감사드립니다~
잠시 춤추는 한 여성을 그려 보았지요.
저도 감사 드립니다```
윈드 친구 장편소설 잘읽었습니다
발운동좀 할줄아는 사람은
모두가 공감 할거야
오늘 한잔술에 친구가 좋아서
댓글 달았습니다
와 대박친구 댓글까지 달아 주시니
좋으네...늘 춤 즐기며 건강하시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