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저항은 일어나고 있을까? 북한 사람들은 억압적인 체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북한 민주화의 주체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저자 김희는 북한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공부했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들어왔다. 2017년 탈북 여성의 트라우마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북한 가요 <여성은 꽃이라네>를 통해 '북한 녀자'란 어떤 존재인지, 북한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실감 나게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노래에서 여성은 한 가정을 알뜰살뜰 돌보는 생활의 꽃으로, 아들딸을 영웅으로 키우는 행복의 꽃으로, 나라를 위해 위훈을 수놓는 나라의 꽃으로 묘사된다. 여성은 생물학적 모성과 사회적 모성 기능을 척척 감당할 때, 곧 양성적•위계적 성 역할을 확립할 때 비로소 아름다운 '꽃'과 같이 사람들에게 보이며 그 존재감이 드러난다. 노래에서 여성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그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비가시적 존재인 듯이 보인다. 오직 타자와의 자기희생적 관계를 통해 비로소 인식할 수 있고 보이는 실존으로 그려진다.
북한 여군 출신의 한 탈북 여성은 인터뷰에서 '북한 여군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가 성폭력'이라며 그녀의 경험을 비춰볼 때 70%의 여군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라고 증언한다.
김정은은 아이들을 충성동이-효자동이-선군동이를 주조해 체제 보장과 영속화를 위한 인간 방패를 쌓으려고 한다.
탈북민은 국가 폭력, 탈북과 북송, 중국살이 등 다층위 폭력을 경험하면서 결국은 트라우마 고통에 갇히게 된다.
북송 탈북민 대부분은 중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았거나 혹은 한국으로 가는 여정에서 불행하게 체포되었던 사람들이다.
탈북 여성에게 남한살이가 마냥 안전함과 안락함으로 경험되지 않는다. 그녀들 몸은 점차 상호 적대와 불신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분단 장벽을 감각하게 된다. 그녀들이 느끼는 마음의 장벽은 몹시도 냉혹했다.
지난 수십 년간 북한판 전체주의 폭력 환경에서 살아왔던 북한 사람의 순응과 침묵, 소곤거림, 불평불만, 이중성은 하부 정치의 복합적인 뜻을 함축하고 있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김정은과 그것을 감내해야하는 북한 사람 사이의 공개된 상호 작용은 충성하는 척, 존경하는 척 따라쟁이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것이다. 반면 김정은의 시선을 피해 그들이 막후에서 펼치는 훔치기, 속이기, 불평불만, 각종 불법의 일상화 등 이중적인 삶은 은닉 대본이다. 이렇게 김정은 체제는 절대 권력과 약자 사이에 팽팽한 미시 정치와 거시 정치의 변증법적 긴장 가운데서 위태롭게 체제의 안전을 확립해 간다.
북한의 시민 사회를 깨우고 민주주의 싹을 틔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한국과 국제 사회의 개입과 협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국제 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북핵 문제만큼이나 주요 의제로 접근하며 한반도 평화 구축의 필수 요소로, 국제적 우호 관계와 협력의 규범으로 인정하며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특히 북한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섬뜩한 주민 감시 통제 체제와 종속 및 억압 체계들을 개선하도록 촉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