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돛대를 세운 이유(청주시 상당구 용두사지 철당간)
연등사 주지 혜원 스님은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전을 지나고, 조치원을 지나 청주에 들어온 혜원 스님은 서쪽으로 기우는 해를 보며 생각했다.
'청남문이 닫히기 전에 청주 읍성에 들어가야 할 텐데..….'
다행히 문이 닫히기 직전에 읍성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혜원 스님은 읍성 안의 민가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긴 여정에 피곤했던 혜원 스님은 눈을 붙이자마자 잠이 들었다.
"혜원아, 일어나거라. 용두사에 들어가 배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돛대를 세우거라. 혜원아, 어서 일어나거라."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혜원 스님이 눈을 번쩍 떴다. 꿈이었지만 너무도 생생했다. 혜원 스님은 서둘러 읍성 가운데에 있는 용두사로 들어갔다. 주지 스님을 찾아 급히 인사를 하고 꿈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이야기를 들은 주지 스님이 감탄하며 말했다.
“이렇게 놀라운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용두사에 있던 스님들도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하지만 스님들은 부처님이 꿈에서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용두사에 배가 없는데 도대체 어디에 돛대를 세우라는 걸까? 스님들은 수수께끼 같은 부처님의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했지만 해결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배를 말하는 것일까요?"
그렇게 스님들이 고민하던 때였다, 한 소년이 혜원 스님을 찾아왔다.
"스님, 우암산에 올라가 가만히 청주를 내려다 보시면 부처님의 뜻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러나 소년은 대답 없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혜원 스님이 허탈해하며 우암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주지스님에게 말했다.
"제가 우암산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산에 올라간 혜원 스님은 몇날 며칠을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청주를 하염없이 바라만보았다.
'알 수가 없구나. 부처님의 말씀도 소년의 말도……'
그렇게 고민하다가 꾸벅 졸던 혜원 스님이 깜짝놀라 일어났다. 정신을 차리고 청주를 내려다 보았는데, 어머나 이게 뭔 일인가? 청주 고을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청주가 강물에 유유히 떠내려가는 배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나무아미타불, 청주가 배 모양이었구나 돛대는 배 가운데에 세우는 것이지. 어서 용두사로 내려가야겠구나."
혜원 스님은 부처님이 말한 배가 청주를 말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니 배의 한 가운데에 해당하는 용두사 절 안에 돛대를 세우면 되는 거였다. 이 돛대를 세운 후로 청주에는 큰 물난리가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