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날, 서울 구경하고 싶은데 가이드좀 해달라는 양놈들의 부탁을 받고..
딱히 할일도 없고 해서 못 이기는척 승낙을 했다..
막사 1층의 CQ데스크에서 만나기로 하였고 본인은 그 전에 AKO LAP에서 서울에서
갈만한 곳을 검색하고 그 교통편을 검색하고 숙지하고 있었다.
시간이 다되도 이놈이 안나타나길래 방에 가서 문을 두들기니 혼자 가버린줄
알고 소프트볼 연습하러 갈려했단다..--;; AKO LAP에 짱박혀 있었다고 해명을
하며 어찌어찌하다 들러붙은 양놈까지 합해 총 3명의 양놈들을 거느리고
서울로 출발했다-_-
부대에서 버스정류장으로 내려가는 길 중간에서 잠시 볼일이 있다고 지체하는
사이 양놈 병장(=sergeant)한놈하고 마주쳤다. 뭐하러 가냐는 질문을 서두로
서울간다니까 45-2번을 타고 숙대에서 내려서 지하철타고 이태원으로 가라는....
본인의 당초 계획이었던 1번을타고 의정부역으로 가서 서울역행 지하철을 타서는
서울역에 내려서 베니건스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의 남대문 시장가서 양놈들이
원하는 쇼핑을 좀 시켜준다음 잠실 롯데월드로 가는....
것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택도 아닌 소리를 지껄였다.
아침부터 x빠지게 검색해서 교통편 다 숙지해놓고 계획까지 다 세워놨는데
양놈 말 한마디 땜에 계획전면수정에 들어갈수는 없었다.
본인은 속으로 비웃으며 조언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양놈 병장이 사라진이후 본인은 잠시 볼일 보러 간 양놈을 기다리는 사이
나머지 양놈들에게 양놈병장이 제시했던 교통편에 대한 부당함과 불편함을
열심히 설명했다..-_-;
그러다 이태원 얘기가 나왔는데 양놈들 둘다 이태원에 가본적이 없다길래
들은 얘기를 대충 조합해서 이태원에 대해서 말해줬다. 미군들이나 외국인들이
주로 노는 곳이며 술꾼여자(?,양놈들은 drinky girl이라고 부름. 적당한 번역어
찾기불능--;)들이 돈땜에 니네들 꼬실려고 한다고 대충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정일병:where fuckin drinky girls hang out with"em cuz they usually are....
때마침 필리핀 여자 두명이 지나가다가 fuckin drinky girls라는 말을 듣는순간
나를 노려봤다..-_-;;;
미군부대주변이 으례 그러하겠지만 부대주변에 미군들만을 상대로 하는 술집등이
모여있다(카투사들은 출입금지). 그리고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필리핀 여자들이
상당수 종사하는것 같았다. 밤만 되면 부대주변 술집에서 서성거리는
필리핀 여자들과 시시덕거리는 미군들을 볼수 있기도 하다..
아마도 술집여자들인듯 했는데 자기들 기둥서방(exp 덩치 산 만한 흑인)이라도
데리고 와서 시비를 걸면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에 혹시나 했는데 별일은 없었다.
양놈들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중대카투사들한테 데려가 달라고 사정을 했는데도
(그래봐야 다들 8명-_-;;)다들 주말에 집에 간다는 이유로 거절했고
나밖에는 응해준사람이 없다면서 카투사들은 너무 지네끼리만 노는것 같다고
본인에게는 열라 COOL한 카투사라고 불평과 아첨을 떨어댔다-_-;
그 집에 간다는 이유가 반드시 사실이 아님을 아는 본인으로서는 쓴웃음을
지을수 밖에 없었다...-_-
계획대로(물론 본인의 계획대로..)의정부 전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
당도했다. 새로 들어선 무슨 미래건물을 연상케 하는 호화찬란한 서울역 신 역사
때문에 더욱 추레하게 보이는 서울역 구 역사를 지나쳐 베니건스로 향하고 있었는
데 서울역 구역사 앞에 남루한 몰골로 아무렇게나 드러누워있던 부랑자들중의
한명이 우리 일행에게 다가오더니 서툰 영어로 말을 걸었다.
50대후반으로 보이는 머리가 상당히 벗겨진 노인이었는데 부랑자들이 으례 그렇듯
행색이 비위생적이기 짝이 없었다. 우리 일행중 한명의 옷자락을 움켜잡고 당기며
배고프다고 하면서 구걸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양놈들이라고 영어로 구걸을 하는 노인이 딱하게 여겨져, 오다가 잠시 간식
거리로 샀던 델리만주(크림버터 빵)한 봉지를 주었다.
노인에게 옷자락을 잡혔던 양놈은 상당히 불쾌했던지 한번만 더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반쯤 죽여놓겠다고 진담반농담반 삼아 말했다. 서울에 첨 와본다는
녀석들에게 첫인상을 썩 좋지 않게 심어주고 출발하는듯 하여 내심 씁쓸했고
저런 부랑자들에 대한 무슨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부가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그러한 애국애민의 고민도 잠시...지난 100일휴가때 서울역에서 부산행 기차를
타면서 유심히 봐두었던-_-; 베니건스가 눈앞에 들어오는 순간 뱃속에서부터
허기가 폭발하면서 애국애민의 고민은 장렬하게 사그라들었다..
베니건스같은 외식업체를 생전 처음 방문한 부산촌놈 정일병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색다른 인테리어를 구경하며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앉았다.
양놈들은 한국에 온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이제서야 미국음식 식당에
오게되었다면서 매우 감격해했다. 지네들도 DFAC(Dining Facility,미군부대식당)
음식은 영 맘에 안들었나보다...
(이 글을 보는 열분들 카투사들이 맨날 양식먹는다고 부러워하지 마시라..
카투사들은 맨날 양식같지도 않은 느끼하고 짜기는 더럽게 짠 맛도 이상한
것들을 눈 질끈 감고 먹어야하고 어쩌다 없는 월급에 쥐어짜서 카투사 식당에서
한국밥 사먹을때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신나게 주문을 하고 나서는 점심먹고나서의 행보에 대해 유쾌하게 떠들어댔다.
한창 떠들어대고 있는데 주문한 것이 나왔다. 본인은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이름이 하도 요상해서 기억이 잘 안남..-_-; 본인도 여지껏 미군부대식당에서
밥먹으며 웬만큼 음식들을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베니건스에서 선보이는
것들은 태반이 듣도 보도 못한것이었다..-_-
버드와이저를 반주삼아 fried cheese랑 그밖에 진기한 side dish들을 곁들여
열심히 스테이크를 먹어치웠다. 무슨 특별한 맛이 있는건 아니었는데 고기가
부드럽고 괜찮았다.
계산을 할때보니까 4명이 먹어치운것이 거의 10만원을 넘었고 본인이 먹은
메뉴의 가격도 대략 3만원이 조금 넘었다..-_-;;; 역시 소문대로 비싼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먹고나서 남대문시장을 둘러보았다. 남대문 시장에 들어가기전에
도로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있는 남대문촬영도 하였고
양놈들이 필요한 물건이 있다하여 지갑,가방등을 보려는 목적에서였다.
물건을 살때마다 본인은 한국계 미국인인
척했다..-_-; 주인들이 본인이 한국인임을 안다면 택도아닌 변명을 하며 가격
깎아주기를 거부할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였다-_-;
본인은 뒤에서 지켜보며 양놈들에게 깎아달라고 해보라고(ask him to come down
a little bit)영어로 계속 얘기하며 최대한 양놈인척 했고 주인들은 못 깎아주겠다
는 말을 영어로 최대한 표현해 보려다가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우리 일행 양놈들의
영어에 두손 들고 최대 5000원정도 까지 깎아줬다.
남대문시장을 대충 둘러보니 부산의 국제시장이나 부전시장들과 크게 다를바가
없어보였다. 본인의 예상과는 달리 한국의 전통시장의 모습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양놈들을 데리고 잠실 롯데월드를 향해서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역에서 잠실로 가기위해서는 2호선을 타고 동대문 운동장에서 하차하여
4호선으로 갈아타고 잠실로 가야했으므로 지하철 역으로 한창 가고 있었는데
서울역 구 역사를 지나치는 순간 아까 우리 일행에게 접근했던 그 노인이
또다시 우리 일행에게 달려들어 양놈 옷자락을 잡고 또다시 배고프다며 이번에는
돈을 달라고 했다.
옷자락을 잡힌 양놈의 눈빛이 이상하게 변하면서 살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지자
본인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일단 놔주면 돈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노인은 손을 놨고 본인은 스스로 해결을 보려고 양놈들에게 저만치
먼저 가라고 했다. 그러자 그 노인은 이번에는 본인의 옷자락을 모질게 움켜쥐고
계속 돈을 요구했다.
자꾸 이러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위협성 발언을 해보았음에도 노인은 배째라는
식으로 움켜쥔 옷자락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상황이 그 쯤되자 불쌍하다는
생각은 사그러들고 괘씸하다는 느낌이 치밀어올랐다. 그래서 조용히 본인의 옷자락
을 끈질기게 움켜쥐고 있는 노인의 손목을 그러쥐고 천천히 비틀자 노인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놓았다...한창 나이의 젊은이..그것도 군인의 힘을
어찌 당해내겠는가...
알아듣지 못할 소릴 지껄이며 욕을 퍼붓는 노인을 뒤로하고 본인은 발걸음을 재촉
했다. 하지만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드는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지하철을 계속 타고가는 동안 양놈들은 지하철에 타고있는 한국 아가씨들이
거의 다 맘에 들었는지 가는동안에도 저 여자는 어떻고 이 여자는 어떻느니하며
감탄을 마지않았다. 하기야 부대에서 심심찮게 보는 미국 민간인 여자들은
정말..-_-;;
어느덧 잠실역에 도착하여 롯데월드로 통하는 지하광장으로 이동했다.
한장당 3만원씩이나 하는 자유이용권을 끊고 1층의 아이스링크,볼링장등을
잠시 둘러보다 2층으로 올라서자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
두둥...
거의 대연캠퍼스 대운동장만한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고
고성의 모습을 본딴 인테리어에 공간 가장자리를 쭉 돌고 있는 롤러 코스터부터
번지 드롭,회전목마...괴상한 인형복장을 뒤집어 쓰고 우스운 몸짓을 하고 있는,
아마도 돈 벌어보겠다고 용쓰는 알바생일듯한 인물들부터 시작해서 때마침 주말이라
데이트 해보시겠다고 방문하신 연인님들이라든가 아이들 성화에 못이겨 억지로
끌려온것이 얼굴에 훤히 보이는 부모들이 지친 얼굴로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돌아댕기고 있는것도 보였다.
본인이 잠시 알바를 하였던 부산초읍동 놀이동산를 자연스레 떠오르게 하였다.
초읍동 놀이동산의 본사인 동마기업사장이 롯데월드를 본다면 아마 좌절감에 자살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ㅋㅋㅋ
양놈들은 롯데월드의 화려한..너무 화려해서 조금 난잡스런 장대한 실내 시설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난감하게도 놀이기구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락실에 짱박혀서 나올생각을 안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지하3층에 있는 실탄사격장에 가게되었다. M16이나 K-2같은 소총사격
장이 아니고 베레타같은 HANDGUN사격장이었다. 10발짜리 탄창하나 놓고 쏘는데
2만원...--;
보조요원이 총쏴본적이 있냐고 물어보길래 본인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그냥 조용히 미소로 응답했다.
(총을 쏴봤을뿐만 아니라 총검술에다 K-2,M16소총 분해,조립,손질,안전검사,
집총제식등에 통달했소......)
논산훈련소에서의 K-2사격과 카투사교육대에서부터의 M16A2소총의 사격 노하우를
앞세워 영점조준과 가늠자,가늠쇠의 조준선 정렬을 통한 정조준으로 expert는
못되도 sharp shooter는 되겠노라고 자신있게 방아쇠를 당겼는데...-_-;;
결과는 영 아니었다..명중률 85%..-_-
역시 덩치가 작아서 그런지 소총보다는 반동이 적었고...아니 거의 없었다고
봐야했다. 소리는 귀마개를 쓰고 있어서 정확한 가늠이 힘들었지만 역시
소총보다는 작았다. 다만 총구에 구멍을 뚫어놓아 앙등작용을 방지한 소총과는
달리 별다른 가스배출수단이 없어 사격때마다 총구가 위로
들썩거리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그리고 탄피가 자꾸 얼굴을 때리는 바람에 상당히..-_-;;
어쨌건 생전 처음으로 소총이 아닌 권총을 쏘아보았다..ㅋㅋ
의외로 롯데월드에서는 그다지 할게 별로 없었다. 각종 마술공연이라던가 인형극
,4D영상관등을 상영하고는 있었지만 이 망할놈의 양놈들은 그런데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락실에서 짱박혀있기를 고집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이기구 한번 탈려해도 오래 기다려야했기에
생긴 문제이기도 했다..
그러다 양놈하나가 롤러코스터 한번 타보자고 해서 40분가까이 기다려서 가까스로
타게되었다...롯데월드의 롤러코스터 역시 허접한 초읍동놀이동산의 직선코스 롤러
코스터와는 달리 360도도 모잘라 540도 초고속 회전코스와 각종 급경사 급회전
코스로 탑승자들이 심장이 튀어나올정도로 소름끼치는 속도감을 제공하고
있었다. 본인은 아무래도 롤러코스터 타입은 아닌지 타는 동안에는 눈을 감았다..
-_-;;;
그래도 그 망할 속도감과 초고속으로 회전하며 오장육부를 뒤집어놓는 환상적인
원심력은 고스란히 느낄수 있었다...쩝.
어느덧 롤러코스터가 멈추고...40분을 기다려 겨우 40초정도 타고 만것이다..-_-;
더우기 3만원 짜리 자유이용권 끊어서 롤러코스터하나 타고 말았다..-_-;;
그러다 어느덧 저녁때가 되어 롯데월드내의 한식당에서 생야채비빔밥을 시켜먹었는데
본인의 당초 예상을 뒤엎고 꽤 매웠을텐데도(물론 순수 한국인인 본인에게는
아니었다.)한그릇을 다 비우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야채만 있는것과는
달리 꽤 맛있었다.
롯데월드내에서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는 명지대학교 만화예술창작학과(?) 교수
라고하는 분에게 캐리커처도 그리고...몇가지 잡일을 하다 의정부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는 양놈들이 다들 피곤했는지
자리에 늘어져서는 별로 떠들지는 않았지만..
쉴새없이 눈을 굴리며 한국 아가씨들을 구경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