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기완 白基琓(1932 ~ 2021)】 "이 시대의 장산곶매, 내 영혼의 스승"
백기완(白基琓, 1932년 1월 24일~2021년 2월 15일)은 대한민국의 시인 겸 소설가이며 시민사회운동가, 통일운동가로, 정치인이자 작가다.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운동에 참여한 이래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 노동운동 등에 참여하였다. 『장산곶매 이야기』 『우리 겨레 위대한 이야기』 등을 써 왕성한 저술 활동을 하기도 했다. 1987년의 제13대와 1992년의 제14대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중도사퇴하거나 낙선했다.
백기완은 황해도 은률군 장련면 동부리에서 태어났다. 1946년 황해도 일도초등학교를 졸업했고 해방 이후 월남했다. 백기완은 초등학교 이외의 정규교육과정은 거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공부하였다. 실향민 출신으로 일찍이 통일문제에 눈을 떠서 1964년 한일협정 반대운동에 참여하였고, 1967년 백범사상연구소를 설립하여 백범 사상 연구와 보급에 힘썼고, 이와 함께 민주화운동에도 뛰어들었다. 1973년 유신헌법 개정 청원운동을 펼치다 긴급조치위반으로 옥고를 치렀다.
1975년 9월에는 양일동, 김동길과 함께 장준하 장례식을 주관하고 추도사를 낭독하였다. 이후 1979년에 YMCA 위장결혼식 사건으로 체포되어, 계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다가 1981년에 3·1절 특사로 석방되었다. 1983년부터 1988년까지 민족통일민중운동연합 부의장을 지냈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 재야 운동권의 일부인 ‘제헌의회파’ 그룹의 추대로 독자 민중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였다. 대선 후보직을 양보하여 군정 종식을 위한 김영삼 김대중 양 김씨의 후보 단일화를 호소하며 사퇴하였다. 그러나 1987년 9월 김영삼과 김대중은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 노태우가 3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선거에서 군사정권이 연장되자 실망한 그는 제도권 정치권과 타협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보수 야당과 결별하였다. 1992년 독자 민중후보로 재야 운동권의 추대를 받아 다시 12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였다. 2번의 대선 모두 별도의 정당이 없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특별히 백기완선거대책운동본부 약칭 백선본이 구성되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뒤 정치 일선에서는 물러났다.
이후에는 자신이 설립한 통일문제연구소를 맡아 재야에서 계속 통일운동과 진보적 노동운동에 관여, 진력했다. 한편, 독학으로 쌓은 해박한 지식으로 창작활동에도 힘써 『장산곶매 이야기』, 『부심이의 엄마 생각』 등의 책을 펴내기도 하였다.
이후 장준하 선생 암살진상규명위원회 공동대표, 민족문화대학설립위원회 대표 등을 역임하였고, 1996년 고 장준하 선생 21주기 추도식 준비위원회 공동대표에 선출되었다. 1999년 11월 계간잡지 《노나메기》지를 창간하여 발행인이 되었다.
2000년대 이후에도 그는 계속 시민사회 운동에 동참하였고, 2000년 5월에는 한양대학교 겸임 교수로 임용되었다.
백기완은 각별한 화법으로 대통령 선거의 선거연설 녹화 때도 한 번의 중단없이 주어진 시간을 채워 방송국 관계자들을 경탄시킨 일화가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축구협회의 요청으로 대표 선수들에게 강연을 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히딩크와는 어깨동무를 한 채 포즈를 취하는 등 남다른 정을 표했다. 허진 대표팀 미디어 담당관은 짧은 만남이었던데다 히딩크가 백기완의 강연 내용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의 열정적인 강연 모습, 한복 차림의 독특한 카리스마, 통일운동에 헌신한 이력 등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출국에 앞서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어했다고 전한다. 결국 히딩크 감독이 바쁜 일정 탓에 백 소장을 만날 시간을 잡지 못해 친필로 서명한 서신으로 마음을 대신하려 했지만 히딩크 감독이 자신을 만나기 원한다는 소식을 들은 백 소장이 이날 공항으로 나오면서 둘의 만남은 성사됐고 이 자리에서 히딩크 감독은 통역을 통해 “선수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해줘 고맙다. 당신을 보면 ‘한국인’을 만나는 듯하다”고 전했고 백 소장은 “사람은 만났다 헤어지지만 뜻과 뜻은 헤어지는 게 아니라 역사와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며 화답했다.
신학자 정승우 박사에 의하면 백기완은 대중연설에서 “나는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기생오라비처럼 곱상한 예수는 당최 마음에 들지 않아. 내 생각에 그건 잘못된 그림이야. 예수는 노동자였어. 예수는 직업이 목수여서 노동으로 단련된 몸을 가지고 있었을 거야. 그리고 예수는 부당한 사회질서에 대항한 깡따구 있는 인물이었다구.”라고 말함으로써 지배질서와 결탁함으로써 역사적 예수와 멀어진 기독교를 비평하였다. 또한 2009년 겨울 서울역광장에서 치러진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노제에서 연설가로 초대받아 “용산 참사가 아니라 용산 학살이야”라고 외쳤다.
묏비나리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백 기 완
맨 첫발
딱 한발 떼기에 목숨을 걸어라
목숨을 아니 걸면 천하 없는 춤꾼이라고 해도
중심이 안 잡히나니
그 한발 떼기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라
아니 그 한발 떼기에 언땅을 들어올리고
또 한발 떼기에 맨바닥을 들어올려
저 살인마의 틀거리를 몽창 들어엎어라
들었다간 엎고 또 들었다간 또 엎고
신바람이 미치게 몰아쳐오면
젊은 춤꾼이여
자네의 발끝으로 자네 한몸만
맴돌자 함이 아닐세 그려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저 썩어 문드러진 하늘과 땅을 벅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려라
돌고 돌다 오라가 감겨오면
한사위로 제끼고
돌고 돌다 죽음의 살이 맺혀오면
또 한사위로 제끼다 쓰러진들
네가 묻힐 한 줌의 땅이 어디 있으랴
꽃상여가 어디 있고
마주재비도 못 타보고 썩은 멍석에 말려
산고랑 아무데나 내다 버려지려니
그렇다고 해서 결코 두려워하지 말거라
팔다리는 들개가 뜯어가고
배알은 여우가 뜯어가고
나머지 살점은 말똥가리가 뜯어가고
뎅그렁 원한만 남는 해골바가지
그리되면 띠루띠루 구성진 달구질 소리도
자네를 떠난다네
눈보라만 거세게 세상의 사기꾼
정치꾼들은 모두 자네를 떠난다네
다만 새벽녘 깡추위에 견디다 못한
참나무 얼어터지는 소리
쩡쩡, 그대 등때기 가르는 소리가 있을지니
그 소리는 천상
죽은 자에게도 다시 내려치는
주인 놈의 모진 매질소리라
천추의 맺힌 원한이여
그것은 자네의 마지막 한의 언저리마저
죽이려는 가진 자들의 모진 채찍소리라
그 소리 장단에 맞춰 꿈틀대며 일어나시라
자네 한사람의 힘으로만 일어나라는 게 아닐세 그려
얼은 땅, 돌부리를 움켜쥐고 꿈틀대다
끝내 놈들의 채찍을 나꿔채
그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네
치켜뜬 눈매엔 군바리들이 꼬꾸라지고
힘껏 쥔 아귀엔 코배기들이 으스러지고
썽난 뿔은 벌겋게 방망이로 달아올라
그렇지 사뭇 시뻘건 그놈으로 달아올라
벗이여
민중의 배짱에 불을 질러라
꽹쇠는 갈라쳐 판을 열고
장고는 몰아쳐 떼를 부르고
징은 후려쳐 길을 내고
북은 쌔려쳐 저 분단의 벽
제국의 불야성을 몽창 쓸어안고 무너져라
무너져 피에 젖은 대지 위엔
먼저 간 투사들의 분에 겨운 사연들이
이슬처럼 맺히고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 들릴지니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세월은 흘러가도
굽이치는 강물은 안다
벗이여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치는 피맺힌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산자여 따르라
노래 소리 한번 드높지만
다시 폭풍은 몰아쳐
오라를 뿌리치면
다시 엉치를 짓모으고 그것도 안 되면
다시 손톱을 빼고 그것도 안 되면
그곳까지 언 무를 수셔 넣고
이런 악다구니가 대체 이 세상 어느놈의 짓인 줄 아나
바로 늑대라는 놈의 짓이지
사람 먹는 범 호랑이는 그래도
사람을 죽여서 잡아먹는데
사람을 산 채로 키워서 신경과 경락까지 뜯어먹는 건
바로 이 세상 남은 마지막 짐승 가진 자들의 짓이라
그 싸나운 발톱에 날개가 찢긴
매와 같은 춤꾼이여
바로 이때 가파른 벼랑에서 붙들었던
풀포기는 놓아야 한다네
빌붙어 목숨에 연연했던 노예의 몸짓
허튼춤이지 몸짓만 있고
춤이 없었던 몸부림이지
춤은 있으되 대가 없는 풀 죽은 살풀이지
그 모든 헛된 꿈을 어르는 찬사
한갓된 신명의 허울 따위는 여보게 그대 몸에
한 오라기도 챙기질 말아야 한다네
다만 저 거덜난 잿더미 속
자네의 맨 밑두리엔
우주의 깊이보다 더 위대한 노여움
꺼질 수 없는 사람의 목숨이 있을지니
바로 그 불꽃으로 하여 자기를 지피시라
그리하면 해진 버선 팅팅 부르튼 발끝에는
어느덧 민중의 넋이 유격병처럼 파고들고
부러졌던 허리춤에도 어느덧
민중의 피가 도둑처럼 기어들고
어깨짓은 버들가지 물이 오르듯
민중의 생기가 신바람이 일어
나간이 몸짓이지 그렇지 곧은목지 몸짓이지
여보게, 거 왜 알지 않는가
춤꾼은 원래가 자기 장단을 타고난다는 눈짓 말일세
저 싸우는 현장의 장단 소리에 맞추어
벗이여, 알통이 뻘떡이는
노동자의 팔뚝에 새내기처럼 안기시라
바로 거기선 자기를 놓아야 한다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온몸이 한 줌의 땀방울이 되어
저 해방의 강물 속에 티도 없이 사라져야
비로소 한 춤꾼은 굽이치는 자기 춤을 얻나니
벗이여
비록 저 이름 없는 병사들이지만
그들과 함께 어깨를 껴
거대한 도리깨처럼
저 가진 자들의 거짓된 껍질을 털어라
이 세상 껍질을 털면서 자기를 털고
빠듯이 익어가는 알맹이, 해방의 세상
그렇지 바로 그것을 빚어내야 한다네
승리의 세계지
그렇지 지기는 누가 졌단 말인가
우리 쓰러져도 이기고 있는 노동자의 아우성
오, 우리 굿의 절정 맘판을 일으키시라
온몸으로 들이대는 자만이 맛보는
승리의 절정 맘판과의
짜릿한 교감의 주인공이여
저 폐허 위에 너무나 원통해
모두가 발을 구르는 저 폐허 위에
희대의 학살자를 몰아치는
몸부림의 극치 신바람을 일으키시라
이 썩어 문드러진 세상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벅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다
마지막 심지까지 꼬꾸라진다 해도
언땅을 어영차 지고 일어서는
대지의 새싹 나네처럼
젊은 춤꾼이여
딱 한발 떼기에 일생을 걸어라
1980년 12월 / 詩 백기완

첫댓글 예수는 부당한 사회질서에 대항한 깡따구 있는 인물이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