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만두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내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어떤 음식이든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게 당연한데도, 그게 만두인 경우에 한해서는 내 이해력이 딱 정지하고 만다. 어떻게 만두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시판되는 냉동만두나 포장마차에서 파는 속이 한 티스푼 정도밖에 안 들어간 ‘피’투성이 만두밖에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분명하다. 집에서 빚은 만두나 장인이 만들어 파는 수제만두를 못 먹어본 사람이 틀림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만두에 관한 한 누가 뭐래도 나는 단호하다. 기본적으로 만두는 매우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음식이다. 이건 변하지 않는다. 만두가 맛없어지기 위해선 굉장히 만두스럽지 않은 일이 벌어져야 한다. (……)
왕짱구 분식의 주인 부부는 역할을 나누어, 아저씨는 만두를 빚고 아주머니는 만두를 쪘다. 아저씨는 밀가루 반죽을 가래떡처럼 길게 만들어 칼로 적당하게 토막을 내놓았다. 그리고 한 토막의 반죽을 작은 밀대로 슬쩍 밀어 동그랗고 얇게 만든 다음 숟가락으로 만두소를 떠 넣고 어물쩍 주름을 잡아 만두를 빚었는데 그 시간이 이 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슬쩍 쓱 어물쩍, 그러면 끝이었다. 불필요한 손놀림은 전혀 없었다. 어쩌면 그렇게 양손이 예술적으로 재빠르게 조응하는지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만두 하나를 먹는 동안 아저씨는 열 개가 넘는 만두를 빚었다. 그런데 이건 뭐, 아주머니의 손놀림도 남편 못지않았다. 흰 면보를 씌운 커다란 솥에 만두를 찌는데 한 솥에 거의 백여 개의 만두가 들어가는 것 같았다. 솥뚜껑을 열면 만두가 매스게임을 하는 아이들처럼 딱딱 줄을 맞춰 둥글게 도열해 있었다. 아주머니는 그 뜨거운 만두를 한 번에 다섯 개씩 만두 귀를 모아 잡아 접시에 번개같이 얹었다. 얹으면서 어떤 요령을 부리는지, 접시에 얹힌 만두는 서로 붙지 않도록 정확히 일 밀리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었다. (……)
-권여선, '오늘 뭐 먹지?' 한겨레출판. p.29-34
첫댓글 이 책 정말 맛있어요. 입담, 아니 글담이 보통이 아닌 소설가가 쓴 음식 산문집입니다. 어제 목사님 설교 첫 줄을 듣는 순간 웃음이 났답니다. 이 책이 가방에 들어 있었거든요. 아기일 때 고깃국물 한 숟가락 못 먹던 작가의 입맛과 제 입맛이 닮아서 더욱 감정이입 심하게 하며 읽었어요. 그리고 저도 만두라면 두드러기가 나거나 말거나 먹어서...^^ 그런데 이 분은 편식 극복하고 지금은 못 먹는 음식이 없다는데...
그 모든 정경이 한눈에 선하게 연상되고요 구수한 만두냄새가 확 코에 와 닿는 것 같네요.
저런 재래식 만두전문가개인들 요즘같은 불황에 그리고 인스던트 음식 범람시대에 살아남겠는지요?
그러게 말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