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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올리라 해서 올리긴 헌다.;
[콜로키움 자료/2002.10.23]
홀리스틱 교육관점에서 본 슈타이너의 ‘교육예술’
김 성숙(미술교육과)
Ⅰ. 들어가며
일반적으로 초등교육현장은 일견 평화롭고 모든 것이 원활하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현대의 교육상황은 학생, 부모, 학교, 교사, 교육관계자 모두를 포함해 점점 어려워져가고 있다. 거듭 시도되는 교육개혁에도 여전히 치열한 경쟁사회의 교육구조 속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시간과 지식의 축적사이에서 갈등하고 있고, 이에 따른 신경과민, 정서 불안 등은 이지메, 폭력, 탈학교, 비행 등의 심각한 학교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교사와 부모들은 상호간에 따스한 신뢰와 존경보다는 다소의 경계와 불신의 자세로 학생을 둘러싸고 애매한 갈등관계를 빚어내고 있으며, 교육은 ‘전인교육’을 외치면서도 결과에 치중하는 경제논리에 밀려 교육혼란 속에서 시원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를 둘러싼 부정적인 위기감은 날로 팽배해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부쩍 증가한 초등학생의 흡연률이나 폭력행위, 일부 어린이들의 자살보도에 접하면서, 우리는 한국의 초등현장에서 점점 희박해져 가는 자기존중, 생명존중, 인간존중사상에 대해 심한 우려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초등교육을 통해, 특히 예술교육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어떠한 인간상을 추구해가야 할 것인가…?
이런 차제에 미래지향적인 교육전환운동의 일환으로 20세기후반에 부상한 홀리스틱교육(Holistic Education)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생태계와의 ‘관계성’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전체적(Holistic)인 시점에서 생명 속에 모든 것이 연관되어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개혁운동으로 주목된다. 홀리스틱교육에서는 생명(Life)을 중요시한다. 인간의 신비한 생명은 육체․마음․지성뿐만 아니라, 대자연세계의 모든 생명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있는 것이므로, 인간의 생명뿐만 아니라 지구공동체의 생명권에 대한 철저한 깨달음을 추구한다.1)
현 시점에서 필자는 초등교육현장에서 가장 절실히 요청되는 교육의 하나는 생명존중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생명의 소중함과 사랑스러움에 대한 관계성의 인식을 아동들에게 일깨워주고 키워주는 일이다. 교육의 진정한 역할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겨 그들을 지배하는 인간을 기르는데 있지 않다. 서로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아이들을 육성하여, 그들로 하여금 서로의 생명을 사랑하고 활성화시켜 갈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가게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개인의 행복이 곧 지구공동체의 행복과 모두 연관되어 조화를 이루는, 전체적인 관계성을 중시하는 홀리스틱교육과,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를 총체적인 시각으로 파악하는 인지학(人智學)에 기초한 슈타이너의 교육예술사상과는 근원적인 면에서 상통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사고방식은 우리 나라 초등현장 곳곳에서 미래의 새싹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주며 오늘도 열과 성을 다해 교육에 매진하는 많은 교육관계자들에게도 좋은 시사를 주리라 확신한다.
본고는 그러한 통합적(Holistic) 관점에서 슈타이너의 ‘교육예술’을 고찰하여, 슈타이너 예술교육의 현재적 의의를 밝히고, 나아가 초등미술교육에의 시사점을 모색하고자하는 하나의 시도이다.
Ⅱ. 홀리스틱교육의 발상배경과 교육비전
홀리스틱(holistic)이란 말은 홀리즘(holism: 전일론, 전체론 또는 전연관주의)에서 온 말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동서고금의 이념이나 사상을 토대로 육체․정신․기술․생태계․영적세계 등을 통합하여 이들과 지구, 자연, 우주 등 전연계(全連繫), 전포괄(全包括)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상호균형과 통합과 연계를 꾀하는 잠재력 개발, 예술적교육, 치유적건강 등 지․정․의의 전인교육」2)
을 의미한다.
홀리즘이란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holos(전체)’ 로서, 이것은 전체(whole), 건강(health), 낫다(heal), 신성한(holy)이라는 단어의 어원이기도 하다. 건강은 생명의 전체적인 조화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며, 따라서 ‘낫는다’는 것은 ‘신성’한 것이다. 이 말은, 20세기초 남아프리카의 철학자 J.C.스머츠(Smuts)가 『홀리즘과 진화(Holism and Evolution)』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1926년)고 하며, ‘홀리스틱’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20~30년전의 일이다. 미국에서 현대의학의 장래에 위기를 느낀 사람들이 그 대안으로서, 또한 마음도 몸도 별개의 것이 아니므로 나눠서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생명의 전체성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하여, ‘홀리스틱 건강(holistic health)’, '홀리스틱 의학(holistic medicine)'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이 말은 건강이나 의학만이 아니라 생활, 교육, 기업에도 도입되었다.3)
홀리스틱 패러다임(The holistic paradigm)은 1980년대 이후 심리치료, 의학, 물리학, 생물학, 종교학, 경제학, 정치학 이론분야에서 다양한 사상가들에 의해 힘차게 제기된 광범위하면서도 체계적인 사고체계이다. 그러나 총체적․연계적인 홀리스틱적 사고는 전혀 새로운 사조운동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홀리스틱교육철학사상은 루소(Jean Jacques Rousseau), 페스탈로찌(Pestalozzi), 프뢰벨(Friedrich Freobel)과 같은 18세기 낭만주의(romanticism) 이론가들의 사상에 그 뿌리를 두고있는 것이다.4)
낭만주의는 유럽을 중심으로, 소위 합리주의와 18세기에 대한 반란이라고도 말해지는 인간정신의 커다란 혁신운동이었다. 18세기말에서 19세기 전반에 걸쳐서 가장 새로운 정신적․지적운동이었던 낭만주의는, 소우주로서의 인간과 진화하는 우주와 밀접한 연계성을 지닌 인간성에 대한 깨달음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통합적인 시각에서 낭만주의의 학문적, 지역적 영향력은 예술․교육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5)
홀리스틱교육은 1985년 밀러(John P. Miller)가 동서고금의 교육사상과 이념, 방법 등을 근간으로 대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이어서 1988년에 ‘홀리스틱 교육(Holistic Curriculum)’이란 책으로 출판했다. 그 해에 론 밀러(Ron Miller)는 계간지 「Holistic Education Review」를 창간했으며, 이로써 ‘홀리스틱 교육’이란 개념이 공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김현수, p.2-47).
그후 1990년 시카고 제1회 홀리스틱 교육 국제회의에서 홀리스틱 교육추진단체인 GATE(Global Alliance Transforming Education)가 발족되었고, 홀리스틱 교육에 관한 ‘시카고 선언’이 발표되었다. 이듬해인 1991년 6월, 제2회 홀리스틱 교육 국제회의에서 ‘시카고 선언’을 재검토하여 발표한 것이 ‘교육2000 홀리스틱 교육비전 선언’ 이다. 1993년 3월 하와이에서 개최된 환태평양교육개혁 심포지움에서 홀리스틱 교육이념을 접하면서, 교육의 패러다임전환에 부응하여, 한국에서는 1997년 ‘한국 홀리스틱교육실천연구회’ 가 결성(2.26)되었다. 97년 5월에는 ‘인천교대 한국홀리스틱교육실천연구소’ (소장: 김현재)가 설립되어, 국제회의 참가 및 수차에 걸친 초․중․고 교장단 특별연수와 일본의 초․중학교 홀리스틱 교육현장시찰 등, 활발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홀리스틱 교육은 학생의 지적인 측면만이 아니고, 신체적, 감정적, 논리적, 정신적인 측면 등, 인간의 전 존재에 대해 관계를 갖고자 하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슈타이너의 교육예술사상과 근본적으로 상통한다. ‘EDUCATION2000/ 홀리스틱 교육비전선언’(1991.8) 에 제시된 홀리스틱 교육10원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1원칙-인간성의 최우선, 제2원칙-인간 개개인의 존중, 제3원칙-경험적 학습의 중시, 제4원칙-홀리스틱 교육에의 패러다임 전환, 제5원칙-새로운 교사의 역할, 제6원칙-선택의 자유, 제7원칙-참여형 민주주의 교육, 제8원칙-지구시민교육, 제9원칙-공생을 위한 에콜로지교육, 제10원칙-정신성과 교육6)
으로, 이 열 가지 원칙의 교육적 의미는 슈타이너의 교육예술사상의 배면에 흐르는 기본원리와 거의 공통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홀리스틱 교육에서 강조하는 지구생태계교육, 정신성교육, 인간성교육, 글로벌적교육, 참여민주주의 교육 등은, 신체(body), 정신(spirit), 혼(soul)의 전인간적인 존재의 육성과 체험과 정신성에 교육의 바탕을 두고 있는 슈타이너의 교육예술방법론과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면, 이러한 홀리스틱 교육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슈타이너의 ‘교육예술’이란 무엇인가? 또한 그의 독자적인 방법론은 무엇이며, ‘교육예술’의 근간을 이루는 예술교육의 내용은 무엇인가. 본고에서는 미술과 음악교육을 중심으로 간단히 고찰해보기로 한다.
Ⅲ. 슈타이너의 「교육예술」사상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 1861-1925)는, 인간교육에 있어 「전체의 교육행위는 교육예술로까지 승화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하여, 교육예술(Erziehungskunst)를 주창한 오스트리아태생의 철학자이며 교육사상가이다. 그는「교육은 학문이 아닌 예술이며, 교사는 학문을 전달하는 노동자가 아닌 예술가」라고 주장하고, 인간의 정신과 육체가 조화롭고 바르게 발달한 자유인의 육성을 위해서, 예술적인 방법으로 수업을 형성해야함을 역설하였다. 그의 예술로서의 교육에서 의미하는 예술이란, 음악․미술․율동과 같은 예술교과교육의 의미가 아니고, 수업전체를 예술적으로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전과목의 학습은 어린이의 생생한 체험이 되어야하고, 그를 위해 수업전체는 예술적인 요소로 형성되고 진행되어야 한다. 즉, 모든 교육은 「교육예술」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그는 당시 서구에 있어 팽배해있던 물질중심주의, 수량적사고방식의 교육에 반대하여, 철저한 인간탐구에 기초한 예술교육을 통하여 인간의 전존재에 작용하는 개혁적인 학교교육을 실천하려고 노력하였다.7)
슈타이너는, 기존의 지식의 전달과 기술의 축적만을 목표로 하는 교육을 「죽은 교육」이라고 보고 진정한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어린이의 내면에 있는 것들을 소중히 성장시켜 나가는 일이라고 인식했다. 그가 학교교육을 통해 특별히 힘을 기울였던 부분은, 인간의 내부에서 매순간 새롭게 현현되는 신적, 영적인 요소를 예술적 이미지가 넘치는 수업을 통해서 육성시켜 가는 일이었다. 그를 위해 슈타이너는 예술교육에 기초한 전인교육인 발도르프교육(Waldorfpädagogik)을 주창한 위에,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고, 예술적 요소로 구성된 수업을 몸소 실천하였다. 자신의 독자적인 교육사상의 실현을 위해 그는 191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연초공장 「발도르프 아스토리아」의 기업주였던 에밀․몰트의 전면적인 지원을 받아 자유발도르프학교(der Freien Waldorfschule)를 창립하였다. 이 학교는 당시 담배공장 사원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기 때문에 공장이름을 따서 발도르프학교가 공식이름으로 되어 버렸으나, 통상 슈타이너학교(Rudolf Steinerschule)로도 불리운다.
발도르프학교의 창립에 즈음하여 슈타이너는, 슈투트가르트에서 교사들을 위하여 교육에 관한 연속강연(1919.8.21~9.6)을 행하는데, 그 강연에서 그는 자신의 독자적인 교육원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것은 ‘수업의 예술적형성에 의한 전인교육이며, 그러한 인간교육의 개혁에 의한 사회개혁’ 인 것이다. 슈타이너는 이제부터의 교육은, 기존의 지식의 전달과 축적만을 문제삼는 죽은 교육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혼적(魂的)․영적(靈的)인 존재로서 살아있는 인간의 모든 측면을 인식하고 교육예술을 행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소우주로서의 인간, 우주창조의 근원을 체현(體現)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에게, 그와 같은 존재로서의 존엄을 다시 한번 되찾아주기 위한 교육이, 슈타이너교육이론의 원리이며 핵심인 것이다. 8)
교육에 있어서 그의 시각은 전체적이다. 그는 항상 전인간을 문제삼는다. 모든 것은 관련지어진 속에 있고, 그 관련 속에서 처음으로 물질도, 생명도, 인간존재도 그 의미를 분명히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성을 어린이들에게 인식시켜, 그 상호관계성을 깊게 해가는 것이 교육의 기능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린이의 내면의 교육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예술교육을 중시했는데, 이는 예술적인 것들은 인간의 본성에 특별히 깊게 작용하기 때문에, 전인간에 관한 사항에 관련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슈타이너에게 있어 교육의 최고의 성과는 어린이의 영혼과 신체가 조화된 결합체의 실현인 것이며, 교육의 과제는 한마디로 우주와 인간과의 일체감을 얻게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가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활동을 각각 커다란 우주적인 움직임으로 파악하고 있는 점, 그리고 개인의 마음의 영위와 자연의 창조행위간에는 결합점, 즉 통일성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9)
등은, 전체적인 관계성을 중시하는 홀리스틱교육 원리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질 수 있다.
홀리스틱관점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슈타이너 교육이론은, 생명에의 존중사상을 근저로 한 ‘생명화하는 교육’ 논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모든 것이 생명화되는 것이야말로 교육이다’ 고 말한 것과, ‘사람 속의 죽어가는 부분을 소생케하는 교육예술’ 10)
을 논한 사실 등을 통해 우리는 그의 생명회복을 중시하는 교육적 시각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통합적인 인간이해인 인지학을 기초로하여, 20세기 독일 학교교육의 새 지평을 열었던 발도르프학교는, 슈타이너의 교육예술이념을 토대로 한 혁신적인 교육을 꾸준히 실천해왔다. 현재(2002), 관련사이트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세계의 발도르프 학교의 숫자는 52개국에 걸쳐 804교에 이른다. 이는 당시, 지식의 양적 축적만을 목표로 하는 20세기 교육의 폐해에 반하여, 인간의 전존재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예술을 주창했던 슈타이너의 교육사상에 기초한 발도르프교육이,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 속에서 그 교육적 가치를 인정받고 지대한 관심을 받게 된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그의 교육 방법론에 근거한 수업 실천들은 인간형성을 위한 수업이라는 관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교육성과를 거두고 있다. 발도르프교육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나라들이 교육개혁에 기울인 막대한 투자와 연구, 노력으로서도 실현시키기 어려웠던 바른 인간형성 교육의 대안으로도 주목되고 있다. 이는, 지난 1996년 스위스(세계교육부 장관들의 회의)에서 발도르프학교가 바람직한 교육의 모델로서 선정되었고, 유네스코의 지원․연구대상에 속하게 된 사실로도 구체적인 교육성과를 입증 받았다고 볼 수 있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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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예술」을 통하여 그가 특히 중시했던 것은, 어린이의 내면(혼)의 교육과 예술을 교육의 원천으로 한 수업의 예술적 형성, 그리고 개개인의 자유로운 자아의 육성이라고 요약 할 수 있다. 따라서 발도르프학교에서는, 여러 학과목에 포르멘, 오이리트미, 악기연주 등, 예술적인 수업방법이 도입되고, 에포크(주기집중수업)라는 독특한 방식의 수업이 이루어진다. 또한 슈타이너의 기질론과 인간발달 단계에 따른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럼 먼저, 음악, 미술, 오이리트미 등 예술교육의 근저를 이루는 슈타이너교육의 방법론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Ⅳ. 슈타이너 교육의 방법론
슈타이너의 인지학에 기초한 발도르프학교는, 그의 교육론과 교수법을 실천하는 혁신적인 학교로서 현대의 일반적인 학교교육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여러가지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우선 학교에는 교장이 없고, 일정한 수업료도 없다. 교육과정은 12학년 일관제이며, 8학년까지 같은 크라스가 그대로 올라가는 8년 담임제이다. 전학년을 통해 테스트가 없고, 성적을 숫자로 표시하는 통신표도 없다. 또한 에포크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교사와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며 각 학과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한다. 학교의 운영체제나 수업형식이 상하(종적)관계가 아닌 수평(횡적)관계이며, 어린이들은 예술적인 수업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특성을 살리면서 자신을 성장시켜나간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들은 네가지 기질론과 12감각론, 7년을 주기로 한 인간발달단계 및 8년간의 담임제와 에포크 수업 등, 슈타이너의 독자적인 교육방법론에 입각하고 있다. 이하의 내용에 대해서는 필자의 관련연구논문에 의거하여 개관해보기로 한다.12)
가. 네 가지 기질론(氣質論)
슈타이너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기질론」을 가장 유효한 방법으로서 제시하고 있다. 그의「네 가지 기질」론은 음악이나 미술 등의 예술교육에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문제에 있어 하나의 문제해결의 열쇠처럼 제시된다. 그는, 어린이의 기질을 다혈질(多血質), 우울질(憂鬱質), 점액질(粘掖質), 담즙질(膽汁質)로 구분하여, 소우주인 「인간의 내면과 우주 존재와의 공통성의 현현을 기질론이라고 하는 형태로 파악」하였다.
슈타이너는 정신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인간존재를 육체(物質體, Physischer Leib), 에텔체(生命 =氣, der Atherleib), 아스트랄체(感情․知覺 機能, der Astralleib), 자아(나라는 의식, das Ich)의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그는 인간에게 있어서 이 부분의 활동이 인간의 기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슈타이너는 위의 네 가지 기질에 따른 어린이의 외모와 행동상의 특징과 문제점, 그리고 교사의 대응방법 등을 교육적인 입장에서 서술하고, 교사는 먼저 어린이의 기질을 파악하여 기질별로 분류하여 좌석을 배치하고, 각 기질에 따라 그에 알 맞는 교육을 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임을 역설하였다.(김성숙 12, pp.5-8)
나. 12감각론
감각(sensation, Empfindung)교육의 중요성은, 네 가지 기질론과 함께 슈타이너 교육에서 매우 중요시하게 다루어진다. 슈타이너는 인간은 감각적인 존재이며, 그것을 아는 것이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보았다. 그는 인간을, 12감각 (촉각․생명감각․운동감각․균형감각․후각․미각․시각․열감각․청각․언어감각․사고 혹은 개념감각․자아 혹은 개체감각) 을 가지고, 일곱 가지의 생명활동 (호흡작용․열작용․영양작용․분비작용․유지작용․성장작용․생식작용) 을 하는 존재로 파악하고 있다.
슈타이너는 현대교육의 과제로서, 전인(全人), 즉 정신․마음․몸의 조화가 잡히고 여러 의미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인간이며, 나아가서 그 인간은 종교적으로도 심화되어 있는 존재로서, 자신의 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감사와 사랑과 의무감을 가지고 살아가며, 자신의 능력을 맞추어 주위에 봉사할 수 있는 인간을 다음 세대에 오는 이상상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들을 육성하는 방법으로서 인간이해를 기초로 한 감각교육, 감정의 육성을 중시하였다.
그의 감각론에서는 후각․생명감각․열감각․사고감각․자아감각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인간 감각의 대상으로서 중시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그것은 그가 영적이며 정신적 존재로서 인간을 파악하고 있고, 그러한 인간과 세계를 하나의 연관성 속에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간을 사물의 속성과 연결 지어 관련성을 가진 존재로서 파악하므로서 사물의 내적인 영위에도 관여하는 힘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요컨대, 그가 감각교육을 통하여 어린이들에게 기대했던 것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세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완전한 공감각(共感覺)을 가진 전인교육이었다고 할 수 있다.(김성숙 12, pp.8-12)
다. 7년 주기설(周期說)
슈타이너는, 인간의 발달단계를 7년을 주기로 하여 네 단계로 나누고, 그 시기에 알맞는 교육을 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어린이의 발달이「양적․연속적인 측면과 함께 질적․불연속적인 측면을 가진 것에 주목하고, 치아교체기와 성적 성숙기를 구분하는 발달 단계론」을 7년 간격으로 구분하였는데, 그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제 1기
0세에서 취학전의 7세까지의 어린이에 해당하는 시기로, 탄생에서부터 치아교체기까지의 시기이다. 아동신체의 건전한 성장과 감각의 발달에 의한 「의지」의 교육에 주안점을 두어야한다. 제 1기의 교육은, 항상 어린이들에게 감각체험을 주는 그림이나 음악, 오이류트미(무용)등의 예술교육을 중심으로 한 지도가 가장 바람직하다. 특히, 동화나 우화를 이용하여 그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환타지(Fantasy)에 의한 교육이 중요하다.
(2) 제 2기
치아교체 개시부터 성적 성숙기까지의 7세에서 14세까지의 어린이에게 해당하는 시기이다. 풍부한 감정의 발달을 통한 자신과 사회․자연과의 관계를 실감하게 하는 교육을 목표로 한다. 슈타이너는 이 시기에서부터 어린이들에게 기억력의 학습이 가능하게 된다고 시사했다. 즉, 생후 7년간은「유전존재(Vererbungswesen)」였던 어린이가, 치아교체기 무렵부터「세계존재(Weltwesen)」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어린이는 감각기관적존재로부터 혼적․심성적 존재로 변화하며, 감정과 연결되어있는 율동조직이 발달한다고 한다. 혈액순환, 호흡, 영양섭취 등이 활발한 이 시기의 특징은, 감정이나 의지의 힘이 우세하며, 사고력도 조금씩 발달한다. 제 2기의 교육은 예술적인 수업에 기초한 감정의 교육(감정체의 발달)이 중요하다. 또한 다음 사고발달의 단계에 도움을 주는 사회, 역사, 도덕 등, 여러과목의 지적지도 및 개성교육 수업이 바람직하다.
(3) 제 3기
사춘기부터 자아가 확립되기까지의 시기로, 14세부터 21세까지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사춘기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신체적 발달과 아울러 성적 성숙을 체험하는 이 시기는, 일생 중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에 얽힌 문제들이 발생하며, 긴장이 함께 하는 격정적인 시기이다.
제3기에 중요한 것은 사고의 교육으로, 어린이가 제 2기에 눈뜬 감정의 힘을 인식의 정열에 향하게 하여, 자기 스스로 진리를 구하는 사고의 훈련을 해가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지성과 판단력의 육성 및 자아의 눈뜸을 지향한 사고(思考)의 육성이 교육목표가 된다. 또한, 주위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는 학습이나 원만한 인간관계 등의 지도가 필요하다.(김성숙 12, pp.12-15)
(4) 제 4기
슈타이너는, 21세가 되면 인간은 비로소 독립적인 한 인격체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질 수 있게 된다고 보았다. 성인에 해당되며 자아체의 육성시기이다.
라. 8년간의 담임제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어린이가 입학할당시의 담임교사가 계속해서 8년동안 담임을 맡는다. 슈타이너는 자유 발도르프 학교의 창설시 행한 연속 강연(1919. 8.27) 중에서, 교육자가 인생을 보다 깊게 고찰하고 어린이를 바르게 교육하려면, 가능한 한 같은 교사가 같은 어린이를 계속해서 담당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어린이가 매년 다른 교사의 손에 맡겨지고, 게다가 새로운 교사는 지금까지 담임교사가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왔는가를 알지 못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린이들의 심성은 상처를 입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가 어린이들과 각 학년을 함께 해 나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교수법의 하나라고 그는 말한다.
어린이에게 있어 제 2기에 해당하는 이 시기는, 어린이가 감정의 발달과 함께 사고의 성장기에 들어가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그 어린이를 접해왔고 잘 알고 있는 같은 교사에게 교육을 맡기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발도르프 학교의 어린이들은 입학 후 8년을 같은 담임교사, 같은 반 아이들과 다양한 학습을 경험하면서 학교생활을 영위한다. 그 결과, 8년 동안 담임교사와 어린이들은, 서로의 성격․장점과 단점 등 모든 것을 점차 이해하게 되고, 가족과도 같은 친밀감과 결속감속에서 서로를 향상시켜 가는 생활 습관을 몸에 익히게 된다. 이지메나 등교거부, 폭력이 없는 학교, 이러한 교육풍토 조성에 8년간의 담임제가 기여하는 바는 크다.(김성숙 12, pp.16-17)
마. 에포크 수업
발도르프 교육의 특징은, 에포크(Epochenunterricht) 수업에 있다. 에포크는 주기 집중 수업으로, 각 학년에 걸쳐 매일 아침 대개 8시10분부터 9시 50분까지 행해진다. 수업은 1학년부터 8학년까지는 담임교사가 대부분의 교과를 가르치고, 9학년부터는 과목별 전문교사에 의해 수업이 진행된다.
에포크 수업의 내용은 각 담임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일례로 7학년의 경우에는, 1년동안 원예-역사-기하-국어-물리-건강-지리-화학-역사(여행)-수학등 각 과목의 에포크가 2-4주간씩 교대해서 이루어진다. 에포크 수업은 각 학년마다 매일 시행되지만, 학급수준에 따라 에포크 학과를 정하고 순서 등을 조절한다. 예를 들면, 9학년생 (중3에 해당) 의 경우는 야외에서 농업실습을 하기도 하고, 10학년생은 인근의 공장실습 등을 통해 빵 제조과정의 실습을 하기도 한다. 또한 11년생은 미술사의 수업을, 그리고 12년생은 괴테의「파우스트」 등을 넣어 에포크를 통해 각 학년에 맞게 전문교과의 교사에 의한 수업을 한다. 이런 형식의 에포크 수업은 몇 주간씩 계속되며 어린이들은 해당 에포크 과목에 대해 마음놓고 풍부한 내용의 학습을 경험한다. 그리고 매일의 에포크 후에는 20분간의 긴 휴식기간을 가진다.
슈타이너는 주기적인 에포크를 「가장 효과가 풍성한」교육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에포크수업은 「어떤 교과의 수업이 끊임없이 타 교과를 방해하는 식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닌, 어떤 교과를 주요수업으로 정하고, 그것을 매일 아침 2시간씩 3-4주간, 또는 5주간에 걸쳐서 행하는 것이며, 동일한 교과를 몇 주간에 걸쳐서 행하는」 특이한 수업형태이다.
학생들이 학습한 것을 가능한 한 기억하게 하려는 현대의 교육과는 달리, 슈타이너는 ‘잊어버린다’ 는 사실이 교육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번 배웠던 사실을 깨끗이 잊어버린다는 것, 그것은 불안한 사실이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에포크수업에서 깊이 주의를 기울여 습득한 지식들은, 타 교과의 긴 에포크수업 동안 점점 잊혀져 간다. 그러나 그 공부한 내용이 어린이들의 내부로부터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린이내부의 무의식의 영역속에서 천천히 소화되어 완전한 지식으로 변용되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에포크 수업은 「망각과 능률의 발란스」를 고려한, 어린이들의 무의식의 교육, 또는 잊어버리는 교육의 성과를 입증해주는 슈타이너의 독자적인 교육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김성숙 12, pp.18-20)
이상에서 고찰한바와 같이, 슈타이너 교육예술의 교육방법론은 그가 제시하는 인간의 3원적구조인 신체적(body)․혼적(魂的, soul or psyche)․영적(靈的, spirit)인 존재로서 살아있는 인간의 모든 측면을 인식한 총체적 교육적 작용위에 성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신체적이며 동시에 정신적인 인간의 양극성을 홀리스틱관점에서 우주와 인간의 상호관계를 통합적․연계적으로 파악하여, 그러한 존엄한 존재로서의 전인적․조화적 인간교육의 새로운 교육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Ⅴ. 발도르프학교의 예술교육
다음은, 홀리스틱 관점에서 본 발도르프학교의 음악교육과 미술교육, 오이리트미(Eurythmie)에 대해 간단히 개관하여 소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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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음악교육13)
발도르프 학교에 있어 음악교육은, 미술, 오이리트미 등과 함께 인간 영혼의 성장에 필요한 요소로서 의의를 갖는다. 슈타이너는 어린이의 기질과 악기와의 조화를 언급하고, 자신의 기질에 맞는 악기를 선택할 것을 권하고 있다. 실제로 발도르프 학교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은 각각의 어린이의 기질에 따라 실시하고 있다. 음악교육에서 어린이들은 2학년 때, 자신의 기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를 선택하여 연주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담즙질의 어린이는 타악기, 점액질은 피아노나 오르간, 우울질은 현악기, 다혈질은 목관악기 등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담즙질의 아이에겐 장조의 음악이 적합하다고 간주하는 등, 기질과 음악과의 관계는 중요하지만, 이는 어린이의 성장 발달에 따라 다소 변화하기도 한다.
발도르프 음악교육에서는 조기교육을 지양한다. 음악은 5세부터 시작하는데, 어린이는 그 자체가 감각기관이므로, 교사는 처음단계에서 어린이에게 가르친다는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 음악을 통한 유아교육은 어린이의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라이어(Leier)에 의한 음악교육의 첫째단계는 연주기술의 습득보다는, 교사의 연주에 먼저 귀를 기울여 잘 듣는 학습을 중시한다. 따라서 초기의 음악교육의 목표는 「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자연 속에 숨은 소리를 자기의 감각의 일부분으로 일체화시켜 라이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라이어의 음은 바로 어린이의 민감성을 자기 내면세계로 모으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초등학교용 라이어는 레미솔라시의 5음음계를 사용하지만, 9세까지는 레미솔라의 온음으로만 사용한다. 반음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반음소리가 어린이들에게 부적당한 감성을 주기 때문이라 한다.
음악수업은 주로 에포크수업을 할 때 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초등 1년생부터 라이어와 함께 사용하는 리코더는 모든 교과담당교사들도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 발도르프교육에서 모든 교과목과 예술(음악과 미술)교과와의 통합교육은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학습은 음악만이 아니고, 때로는 국어, 수학, 영어교과 등 일반 에포크와 미술, 율동, 연극 등의 예술교육도 함께 실시된다.
학년이 올라가면 연주악기도 바뀌고, 음악학습의 내용도 질적으로 심화되고 전문화된다. 라이어, 리코더를 사용하여 오음으로 모방음악을 만들던 유아음악에서, 1학년이 되면 리코더와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하고, 오음음계를 사용한 자연의 모방음악(이야기 음악)을 만든다. 2학년부터는 자신에게 맞는 전공악기를 택하여 점차적으로 심화연습을 거듭한다. 음악수업의 내용은, 3학년에서 3도․5도 음정 및 장․단조 음악감상을, 4학년은 음계․옥타브․악보 읽기를, 5학년은 작곡가와 작품감상 및 이해, 그리고 6학년은 모차르트 전기 및 작품분석 및 이해를 학습한다. 또한 7학년은 슈베르트, 8학년은 베토벤(예술과 인간), 9학년은 바그너를 배운다. 9학년부터는 보다 심화되고 전문화된 음악교육이 이루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음악시간에도 미술의 포르멘학습(형태그리기)을 통해 학생들의 원기를 돋우고 나서, 다시 새 노래부르기, 악기연주 등 음악수업을 할 때도 있다.
발도르프학교에는 항상 음악이 흐르고 있다. 각 교실마다, 오이리트미 교실, 음악실, 오케스트라 연습실 등, 항상 학생들의 노래소리나 피아노소리, 현악기를 연주하는 음들이 들리고 있다. 그 이유는, 발도르프학교에서는 학생모두가 의무적으로 하나의 악기를 배우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학년의 어린이들은 담임교사가 렛슨을 하지만, 전공악기의 경우는 음악대학의 교수나 강사, 또는 전문가가 렛슨을 한다. 학교에서 악기를 빌려주기 때문에, 음악에 취미가 있는 학생은 두, 셋의 악기를 즐겁게 익히기도 한다. 발도르프 학교의 음악활동은, 오케스트라, 클래스 합주, 발표회 등이 있는데, 학생들은 누구든지 자신의 전공악기를 가지고 이중의 어느 활동에라도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전체가 참여하는 음악축제는 계절별로 종교축제일에 따라서 열린다. 학생들은 어드벤트, 카니발, 5월 축제, 10월 축제 등, 해당축제와 관련하여 그 내용에 맞는 음악을 연습하여 연주한다.
시험의 스트레스가 없는 발도르프 학교의 음악활동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여러 행사에 즐겨 참여하고 있다. 행사를 앞둔 꾸준한 연습을 통해, 어린이나 학생들은 감각을 집중하여 스스로를 발견해가고, 통합적인 음악수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창의적으로 표현해나간다. 따라서 음악활동은 학생들의 자기교육의 주요한 매체가 되는 것이다.
나. 오이리트미(Eurythmie)
발도르프 학교의 또 하나의 특징적인 예술활동에 오이리트미가(영어로는, Eurythmy) 있다. 이것은 무용과는 달리, 언어나 시를 몸으로 표현해내는 동작예술을 말한다. 음악에서 악기가 음으로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듯이, 오이리트미는 인간이 자신의 몸을 악기처럼 사용하여 내면의 감정을 표출하는 몸을 사용한 표현예술인 것이다.
전체적으로 슈타이너교육에서는 운동감과 ‘리듬’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린이 개개인의 신체적리듬뿐만 아니라, 자연의 리듬, 계절의 주기, 시간의 리듬 등, 한 개인의 리듬은 홀리스틱 관점에서 그가 살고있는 지구의 리듬, 더 나아가 우주의 리듬과도 연결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슈타이너학교의 교육과정구성은, 하루의 리듬, 일년단위의 리듬, 기억과 망각의 리듬, 내적흡수(교과수업)라는 들숨과, 예술활동 등 외적활동이라는 날숨의 리듬,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고려하여 짜여진다. 여기서 리듬이란, 우주리듬과 연결된 생명리듬이라는 점을 어린이들에게 인식시키고있으며, 동시에 리듬있는 반복을 교육의 방법론으로서 중시하고 있다. 인간의 예술활동이란 인간이 외적대상과 가지는 관계로서, 개인이 지적관계가 아닌 감정(feeling)을 가지고 그 대상이나 상황 안으로 들어갈 때 리듬을 발견한다. 대상과의 감정이나 리듬의 관계는 우리가 자신의 손이나 발 등, 자신의 신체속에서도 발견된다.14)
오이리트미는 보이는 언어(visible speech), 보이는 음악(visible music)이라고도 불리운다. 본래 말이나 언어에는 정신적인 힘이 내재되어있다. 슈타이너는 교육에 있어서 언어의 힘을 확신하여 그것을 현대에 교육적인 힘으로 이용하려 시도하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오이리트미는 인간의 언어와 리듬, 동작을 연결하여 인간의 몸과 정신의 조화를 꾀하고 균형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한다.15)
발도르프 학교에서 어린이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노래하고, 읽고 쓰면서 동시에 신체적으로 반응한다. 오이리트미에 대한 강연(1922. 8.4, 도르나하)에서 슈타이너는, ‘오이리트미는 진정 움직임으로서의 언어이며, 인간의 혼의 표현’ 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그는 어떤 예술도 각기 다른 표현을 가지고 있는데, 오이리트미는 어떤 예술수단을 가지고 있는가 반문한다. 오이리트미의 경우, 인간의 수족, 양팔과 양손의 움직임, 그리고 동시에 인간의 신체전체의 움직임이 곧 예술로서의 오이리트미를 위한 표현수단이 되는 것이다. 16)
슈타이너의 발상에 의해 창안된 오이리트미학습을 통해, 어린이는 소리나 언어에 몸으로 반응함으로서 리듬감, 음정, 사물의 느낌에 대한 감각을 계발할 수 있다. 오이리트미는 음악, 미술활동과 함께 인간의 혼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오이리트미에서는 법칙을 준수하며, 자의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은 배제된다. 이러한 오이리트미학습은 전 교과에 적용되며, 음악․언어․도형 오이리트미 등, 사물에 대한 개념학습이나 지식의 습득에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다. 미술교육―포르멘과 색채학습
12학년까지 있는 슈타이너 학교의 미술수업은 크게 회화, 도형, 수공예, 공작, 조소, 목공예, 금속공예 등으로 나뉘어진다.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6학년까지는 회화(수채화, 색채체험을 위한 연습, 정물화, 분위기창출), 도형(형태 그리기, 이야기를 듣고 그림으로 표현하기, 자나 컴파스를 사용하지 않는 기하, 단순한 구성), 수공예(뜨게질, 자수, 고리바늘 뜨개질, 바느질, 인형, 동물만들기), 공작(단순한 공작과 조각)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7학년 이상은 연필, 목탄소묘나 원근법의 학습이 포함된 회화, 조소, 목공예, 금속공예 등, 보다 기술적인 표현이 요구되는 미술활동을 한다.
미술교육의 독특한 점은 형태학습과 색채학습을 처음부터 분리해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술수업의 기본이 되는 포르멘 선묘(형태학습)와 색채화인 수채화(색채학습)에 대해 간단히 고찰해보기로 한다.
1. 포르멘 선묘17)
포르멘선묘란, 독일어의 Formenzeichnen(형태소묘), 영어의 Form Drowing의 의미로, 흔히 포르멘으로 약칭한다. 슈타이너가 창안한 이것은, 1919년, 독일 슈트우트가르트에 최초의 자유 발도르프학교(Freie Waldorfschule)를 창설한 이후, 그가 오이리트미와 함께 시작했던 새로운 교육법 중의 하나이다.
오늘날 포르멘학습은, 세계의 슈타이너학교(일명 발도르프학교)에서 1~5학년까지, 주로 6~12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공통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형태그리기」로 번역되는 포르멘선묘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형태묘사와는 그 개념이 다르다. 사물의 형태를 묘사하는 것이라기보다, 그것은 오히려 움직임을 중시한다. 즉, 「움직임의 궤적으로서의 선」인 것이다.
포르멘은 보통, 년2~3회, 2, 3주간에 걸쳐서 주요수업(에포크수업)으로서 연습하거나, 교사의 재량에 의해 미술시간이외도 여러 교과의 수업 중에 행해진다. 학습은 단순한 직선이나 곡선에서 학년에 따라 점점 복잡한 형태의 직선과 곡선으로 발전해가는데, 대칭형, 방형, 소용돌이형, 맺음형 등의 선묘의 변화와 함께 어린이들도 성장해간다. 이렇게 해서, 선이 형으로, 새로운 형태로 바뀌는 동안에, 어린이들은 포르멘학습을 통해 순수한 기쁨의 감정을 체험하게 된다.
포르멘의 예술적 요소인 선은, 어떤 형태의 윤곽을 경계짓는 선으로서 작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각자가 그려내는 선의 운동을 따라, 몸도 마음도 그 선과 함께 움직이면서, 바로 그 움직임으로부터 형태를 창출해내는 새로운 형태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슈타이너는 운동의 움직임이 형(形)을 만들어내고, 기쁨의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여, 인간의 운동감각과 균형감각이 포르멘 교육의 기초가 된다고 보았다. 슈타이너는 다양한 선의 체험인 포르멘 학습을 통해, 어린이가 자신의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부터 일종의 기쁨의 감정을 생성해내어 그 힘에 의해, 건강하고 창조적으로 세상에 대처해나갈 수 있는 인간을 육성하고자 했다.
따라서 포르멘선묘는, 미술전문가가 되기 위한, 다양한 선과 형태의 반복연습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어린이 자신을 위한 것이며, 각자의 정신(魂)과 몸의 조화에 도움이 되기 위해 행하는 교육의 한 요소인 것이다.
포르멘은 직선과 곡선의 다양한 조합과 변형을 통하여, 형태요소 및 리듬과 운동감을 체험하는 형태에의 감각․감정훈련이기도 하다. 그것은 더욱 근본적인 의미로, 인지학에 기초한 「원초(原初)의 자아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포르멘을 한다고 하는 것은, 선 그 자체의 본질적 속성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그 선이나 형태가 가지고 있는 힘(에너지)에 접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포르멘 학습을 통하여, 때로는 강렬한 색과 굵은 선을 이용하여 자신 속의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하기도 하고, 때로는 선의 표현을 통해 생기를 되찾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포르멘은 어린이 성격의 바란스를 잡아주는 교육적 치료효과의 측면도 가지고 있다.
포르멘은 또한 움직임의 예술인 오이리트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 년생이 되면, 어린이들은 오이리트미(Eurythmy; 언어무용예술)로 무한형(8 字)을 함께 만들어 가면서 보행한다. 그때 어린이들이 만들어내는 형태는 맨 가운데서 교차하게 되는데, 그 후 교실에 돌아와서는 그것을 포르멘으로 그려보게 된다. 이렇게, 어린이들은 점차 자신의 신체의 운동을 포르멘선묘로 표현해보면서, 기하학의 기본요소를 무의식중에 익히기도 하고, 선의 질서, 교차, 방향 등의 운동감이 새로운 형태를 창조해내는 독특한 체험도 하게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포르멘은 선과 그 선이 만들어 가는 형태와의 관계 속에서 나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넓혀가는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포르멘은 단지, 미술교육의 한 방법으로서 독립적으로 위치하기보다는, 다른 과목과 연관성을 가지고 모든 수업가운데서 행해지는 조형활동으로, 홀리스틱 교육(Holistic Education)으로서의 성격적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이다.
2. 색채체험―수채화
슈타이너는 어린이가 전신의 감각으로 색을 새롭게 체험하는 것을 중시하였다. 그의 사상에 기초하여 발도르프학교의 회화교육은 수채화를 통한 색의 체험으로부터 시작된다. 슈타이너에 의하면, ‘어린이의 회화조형은 전부 색을 살리는 행위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투명한 수채물감이 어린이의 내면의 이미지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매체라고 한다. 또한 색이 가지고 있는 감정, 퍼짐, 율동감 등을 깊이 체험시키기 위해, 일정시간동안 물에 적신 화용지에 수채물감으로 그리는 독특한 회화수업을 하고 있다. 이것은 건강한 어린이들의 내면에 자리한 기쁨과 창조적인 조형능력에 깊이 작용하여 보다 자유롭고 즐거운 미술활동 속에서 자신과 색채세계와의 교류를 하기 위함이다.
슈타이너는 선이나 색채체험을 통하여 어린이의 내면에 깊은 자기체험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그에 의하면 완전히 조화를 이룬 인간의 내면에는 조형적, 조소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인간 속의 의지의 작용은 이 요소에 기우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조형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이른 시기부터 어린이를 색채에 친밀해지도록 해야만 한다고 그는 말한다.
처음 초등 3년간의 회화시간에서, 어린이들은 순수한 단색의 연습에서부터 간단한 형태의 색을 체험한다. 노랑, 청색, 빨강의 단색연습을 통한 색의 이해단계를 거쳐 어린이들은 삼원색의 성질을 충분히 음미한다. 이러한 색의 연습은 위에 기술한대로 물에 적신 화용지에 번지기 기법으로 행한다. 교사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다양한 발문에 의해 어린이들은 색을 따로따로 사용해보거나, 근접, 혼합해보면서 아름다운 색채놀이를 하는 것이다. 물감은 시중에서 파는 수채화물감을 사용하지 않고, 매 시간마다 교실에 준비된 자연염료로 필요한 색을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 쓴다. 농도를 달리해가며 만들어보는 물감제조서부터 어린이들이 참가하여 공동으로 나누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한 체험이 쌓여 가는 동안에 어린이들은 색의 원리와 속성에 친근하게 되고, 전신으로 색을 깊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색과 빛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표현을 통해 자신들의 이해를 넓혀간다. 즉, 형태란 어떠한 윤곽선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물체의 색에 의해 스스로 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색이 형태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빛과 감정, 자신 속의 이미지를 나타내고자하는 수채화를 통한 조형활동은, 고학년으로 가면서 더욱 더 깊은 자신의 심상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간다. 자연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스케치나 데생, 풍경, 색채조형, 공간디자인, 프로젝트수업의 작품제작 등에서 어린이들은 자신만의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한다. 또한 교사들은 이러한 조형활동의 과정을 통해, 다소 한쪽에 치우친 성격을 가진 아이들을 조화적인 기질로 바꾸어주는 치료교육적인 측면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조소, 공작, 금속공예, 편물, 수예, 그리고 포르멘 선묘, 수채화로 하는 색채연습 등을 통하여, 슈타이너 미술교육은 어린이가 형태나 색채의 본질체험을 통해 자아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슈타이너는 눈에 보이는 색뿐만이 아니고, 색채를 앞에 두고 어린이의 혼이 느끼는 느낌의 방식을 중시한다. 즉, 어린이를 색채의 세계로 인도하여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생생하게 색을 체험하는 교육을 행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어린이들에게 색채의 내적인 본성을 맛보게 하고 체험시켜 색의 세계에 깊이 침잠하게 함으로서 궁극에는 자아를 느끼게 하는 회화교수법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슈타이너는 어린이를 「생성(生成)하는 미래의 인간」으로 보고, 모든 수업은 하나의 전체를 이루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있어 교육이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존재인 한 개인의 전체=인간을 향해서 행해지는 것이며, 따라서 예술교육의 한 분야인 포르멘이나 색채학습 또한 존엄한 개인으로서의 어린이 전체를 문제삼고 베풀어져야 하는 것이다.18)
Ⅵ. 나오며
지금까지, 슈타이너 ‘교육예술’의 근간을 이루는 교육방법론과발도르프학교의 예술교육은, 홀리스틱교육이 시도하는 통합적․전체적인 시각에서 자연의 참다운 본성이 교육 속으로 녹아들게 하자는 실천과 그 근본맥락을 함께 하고 있음을 알았다. 또한 인간과 자연, 세계ㅡ생태계ㅡ우주와의 상호의존성(interrelatedness)과 역동성(dynamic)에의 인식을 교육의 핵심원리로 하여 어린이 한 개인이 곧 전체이며, 교육은 항상 어린이 전존재의 성장을 전제로 행해져야하는 생명화․균형화에의 영위임도 확인하였다.
슈타이너는 ‘교육의 본질은 어린이의 극단의 치우침을 균형화 하는 데 있다. 어떤 어린이에게 있어서도 교육은 치료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19)
. 즉, 어린이가 자연이나 사회현상에 대하여 조화롭게 적응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약화되어있거나 장해를 받고 있다면, 교육을 통해서 그 부분을 강화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의 생명력을 회복하려는 이러한 그의 시각은, 인간과 인간-자연-생태계와의 관계성 속에서 건강을 회복하게 하고, 균형과 통합성, 포괄성 등을 추구하는 홀리스틱교육 이론의 기본적 관점과 그대로 상통하고 있다.
슈타이너의 교육예술을 실천하는 발도르프학교의 어린이들은, 예술을 중시하는 학교교육을 통해 자유로운 자아를 육성하고, 바른 자세로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생명력을 계발하며, 전체적․통합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보고 독자적으로 표현하는 지혜를 얻는다. 그러한 점에서 발도르프학교를 통한 그간 80여년간의 슈타이너교육의 실천은, 한편 다른 이름의 홀리스틱교육의 실천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제 세계 속에서 대안교육의 일환으로 긍정적인 주목을 받으며 발도르프 학교는 성장을 거듭해가고 있다.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도 슈타이너와 발도르프 교육에 관한 저술활동이나 연구가 시작되어, 이를 모델로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교육방법에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이 현재 진행중이다. 홀리스틱교육 관점에서, 우리의 교육도 인간 전존재의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한, 인간성과 생명존중의 교육, 전체적 연계성에 기초한 공생을 위한 에콜로지교육(ecologic education) 등의 다양하고 바람직한 교육연구가 더욱 촉진되어야겠다.
전체적인 역동성과 연계성의 원리가 당연하게 실현되고있는 이 우주에서, 불행하게도 우리 인간들만이 분리와 분열, 갈등과 전쟁의 심화를 거듭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삶 곳곳에서 접하게되는 각종범죄와 폭력, 청소년범죄, 학교문제 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각 개인과 개인ㅡ사회ㅡ공동체간의 분리(fragmentation)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 각자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과 다른 존재라는 느낌, 그리고 서로 동떨어져 있다는 거리감의 해소ㅡ이것이야 말로 홀리스틱관점에서 현대의 교육이 해결해야만 할 절대 과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 교육의 승패는, 자라나는 세대의 홀리스틱(holistic) 의식의 성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자신과 사회공동체, 지구, 우주 모든 것이 분리되어있지 않고,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갖고있는 공동생명체라는 연계적 생명의식―통합적 생태학적 사고를 길러주는 교육이 진정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통합적인 사고를 우리 한국적 초등교육에 접맥시켜 우리의 독자적인 새로운 교육방법론을 형성해 가는 시사점을 얻고자함에, 홀리스틱 교육과 슈타이너 교육연구의 현재적 의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초등 미술교육에서, 어린이 개개인의 미술적 소질이나 테크닉을 신장시켜주는 교수학습법도 중요하지만, 그룹활동이나 협동학습을 통해 서로 도우며 공생(共生)하는, 한층 더 나아가 서로를 살리고 꽃피워주는 상생(相生)의식을 고취시키고 성장시켜 가는 미술교수학습법의 연구가 보다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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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필자의 논문 「홀리스틱 교육관점에서의 슈타이너 ‘교육예술’」(『홀리스틱 교육연구』
제5집 제1호, 한국홀리스틱 교육실천학회, 2001, pp.53-67)의 내용을 일부 가필․수정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