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토)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국악방송 주관으로 제 7회 2013년 전국 농업인 두레 풍물 경연대회가 열렸다. 국악방송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취하여 아침 일찍 서둘러 찾아가 즐길 수 있었다. 전문 예술단이 아닌 한 동네 사람들이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대동신명으로 보여준 풋풋한 아름다움이 가을의 풍요와 같이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 주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농악놀이가 이제는 사라져 가는 민속놀이로 어쩌다 공연장에서 무대 예술로 보다가 조금 부족하였지만 한곳에서 8도 농악의 아름다움을 만끽 할 수 있었던 행운의 기쁨이었다.
두레는 중남부지방 논농사 지대에서 한 마을의 성인남자들이 협력하며 농사를 짓거나, 부녀자들이 서로 협력하여 길쌈을 하던 공동노동조직를 말한다.
본래 풍물(風物)이란 말은 징이나 꽹과리·북과 같은 농악에 쓰이는 악기를 이르는 말인데, 남사당패에서는 마을에서 노는 농악놀이에 몇 가지 레퍼토리 (repertory)를 더하여 놀이의 명칭을 풍물이라 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풍물(風物)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모내기 하던 봄의 들녘이나 벼 베기 하던 가을, 또한 설과 같은 명절에 꽹과리, 징, 북, 장구의 사물 타악기를 중심으로 태평소, 나발 등의 관악기가 곁들여져 춤과 노래를 선보던 마당놀이 민속극인 농악(農樂)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므로 전국 농업인 두레 풍물 경연대회는 전국 두레 농민들이 벌이는 농악 경연 대회로 서울과 제주도를 제외한 각도에서 사전 비디오 예선을 거쳐 한 팀씩을 선발하여 열린 경연이었다.
장단(長短 : 국악에서 사용되는 음의 길고 짧음)이라 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채를 연주하며 진법(陣法 : 농악대가 움직이며 만드는 선과 기하도형)으로 움직이는 농악을 크게 분류하면 전라도 서부 지역의 호남우도농악, 동부지역의 호남좌도농악, 충청경기지역의 웃다리 농악, 영남농악, 영동농악으로 가락과 리듬, 놀이에서 서로 다른 각각의 특색을 갖고 있다.
경기 용인 백암 농악 보존회 백암웃다리 농악은 모든 풍물패가 채상모(가늘고 하얀 긴 종이를 단 전립(戰笠)을 쓰고 쉬지 않고 상모를 돌리는 것이 특징 이었다.
충북 옥천 아남둥실풍물단 두레풍물은 상모를 쓴 사물놀이 꾼 중에 징 잡이가 한명인 것과 보통 풍물 소고 보다 작은 소고를 들고 색 종이꽃이 달린 고깔모를 쓴 소고 잡이가 특색으로 아마추어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모습이었다,
충남 아산 송악풍물 두레 논매기 보존회 송악두레풍물은 흰 무명옷 농사군 모습으로 모를 내는 들놀이를 보여주며 시원한 매김 소리에 돋보이는 농요와 지게 두레 싸움 연희(演戱)가 옛 향수를 찾게 해 주었다.
강원 강릉 강릉교동 농악대 교동 농악은 짚으로 엮은 전립에 짧은 털실 상모를 단 사물 잽이, 길이가 다른 하얀색 두 줄 채상을 단 짚으로 엮은 전립을 쓴 소고 잡이, 고깔을 쓴 여러 명의 무희(舞姬)는 처음 보는 풍물패 모습이었다. 진법을 만들면서 풍물패들이 좌우로 벌리는 디딤발, 허리를 숙여 전진하는 소고 잡이들의 행진, 익히 알고 있는 풍물가락을 벗어나 마치 취타대의 행진 음악 같기도 하고 때로는 북청사자놀이 퉁소반주 같은 풍물가락, 여기에 강원도 아라리 소리, 새로운 경험의 흥분과 행복이었다.
전북 익산 서동 풍물단 두레 풍물은 부포상모( 백로의 깃털로 만든 모란꽃 모양의 장식품을 단 전립)를 쓴 쇠꾼들을 제외하고 전원 커다란 오방색 종이꽃(五方色:황(黃),청(靑),백(白),(赤),흑(黑))으로 가린 고깔을 쓰고 가락이 치밀하고 리듬이 다채로운 호남 우도농악의 우아한 멋을 보여 주었다.
경북 구미 문화원 선주풍물단 무을 풍물은 전원 전투복 차림의 채상모 풍물 복식이지만 북 잡이들만 커다란 종이꽃이 달린 백색 고깔을 쓰고 쇠가 잠시 멈추는 북 놀이를 강조하며 양손 북을 치는 모습과 일상적인 농악놀이 모습보다는 군사놀이 같은 힘참이 묻어났다.
경남 남해 화전매구 보존회 남해 화전 매구(꽹과리의 방언으로 농악의 또 다른 이름)는 전원 채상모를 썼고 원래 5명인 소고꾼 중 1명만 출연하여 뭔가 빈약해 보였다.
전남고흥 월악 당산굿 보존회 월악당산굿은 전원 하얀 꽃 고깔을 쓰고 한손으로 받쳐 들 수 있는 기존 풍물 북보다 작은 북을 맨 북 잡이와 손잡이가 달린 소고가 아닌 풍물 북과 같은 형태의 소고가 특이 했으며 놀이보다는 연주가 강했다. 또한 양반, 중, 포수, 각시, 등 잡색에서 둥근 삼각뿔을 엎어놓은 것 같은 형태의 짚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조리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아주 미약하고 간단한 특징만 전달하는 구름 잡는 후기이지만 함께 하지 못한 벗님들에게 전국 8도에 아직 남아있는 몇 개 ‘ 농악 ’이름이라도 전 할 수 있어 무지 행복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