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잔디 위의 불청객, 파크골프장의 '관계의 거리'
- 문희오 (주)한국파크골프 피닉스/로얄미다스 전무
파크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은 흔히 "운동하러 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들이 다시 골프장을 찾는 이유는 운동만이 아니다.
함께 웃어주는 사람, 공 하나를 찾아주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 좋은 샷에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주는 사람. 파크골프의 진짜 매력은 잔디가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18홀을 함께 걷는 두 시간 남짓의 시간은 낯선 사람도 친구로 만드는 힘이 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인사가 라운드를 마칠 무렵에는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바뀌고, 어느새 다음 약속을 기약하는 사이가 된다.
"운동보다 사람이 좋아 계속 나오게 된다"는 말이 파크골프인들 사이에서 자주 들리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모든 관계에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가까워질수록 더욱 조심해야 하는 선이 있다. 최근 여러 지역의 파크골프장을 다니며 만난 동호인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요즘은 경기보다 사람이 더 어렵다." 그 중심에는 이른바 '이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사랑이 잘못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오히려 건강한 감정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문제는 그 감정이 운동이라는 공적인 공간의 질서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파크골프장은 개인의 감정을 확인하는 장소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공동의 운동 공간이다. 운동을 통해 맺어진 관계가 서로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때는 아름답지만, 한 사람의 감정이 상대의 의사보다 앞서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편안했던 공간은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는 공간으로 변한다.
친밀함과 무례함의 경계는 생각보다 가깝다. 파크골프는 네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두 시간 가까이 함께 걷는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많아지고, 서로의 취미와 삶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친밀감이 생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를 늘 되묻게 된다. '상대도 나와 같은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을까.'
버디를 성공한 뒤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것은 스포츠가 주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상대의 의사와 관계없이 손을 오래 잡거나, 어깨를 두드리거나, 스윙을 알려준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는 순간 그 행동은 친절이 아니라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배려는 내가 하고 싶은 행동이 아니라 상대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호의를 호감으로 착각하는 일도 적지 않다. 파크골프장은 서로 공을 찾아주고, 벙커를 정리해주고, 시원한 음료를 권하며 함께 웃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곳이다. 이런 따뜻한 스포츠맨십은 파크골프가 가진 가장 큰 자랑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따뜻함이 잘못 해석되기도 한다. 친절한 말 한마디가 특별한 관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예의 있는 배려가 개인적인 호감으로 오해되면서 불필요한 연락이 이어진다.
거절은 서운함이 되고, 서운함은 뒷말이 되며, 결국 개인의 감정은 동호회 전체의 갈등으로 번진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오히려 평범하게 운동을 즐기고 싶었던 회원들이다. 동호회는 오래 함께 가야 하는 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