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까지 교회를 다니지 않았던 나는 군대를 제대한 후 석사 1학년 때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같이 일본에 유학 중이던 한국인 형제의 인도로 재일대한기독교회 소속 동경중앙교회에 출석하게 되었다. 임태호 담임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마음에 와닿았고,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이 법전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과 비슷하여 흥미를 느꼈다. 또한 주말마다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교인들과 한국 음식으로 점심식사 교제를 나누는 것이 유학생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청년들이 많이 참석하는 오후 찬양예배에서는 찬양대로 섬기었는데,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통해 오직 하나님께 집중하고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체험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는 종종 그리스도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일본에서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되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나의 경우 교회를 다니게 된 계기도 물론이지만, 석사 논문 주제 선정 때부터 하나님께서 개입하셔서 인도해 주셨다. 석사 논문을 고민하며 기도하던 시기인 2008년, 때마침 “민법상 ‘제사주재자’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에 일본 판결과 비교하는 논문을 작성할 수 있었다. 이 주제를 통해 종교와 법이 우리 생활에서 어떻게 개입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박사과정 때에는 인격권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의 인격이 일상생활에서 법적으로 어떻게 보호되는지 그 과정을 한국, 일본, 프랑스의 경험을 통해 살펴보았다. 인격권은 19세기 말부터 등장한 용어지만 인간의 존엄 및 개인의 존중 사상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20세기 중반 이후 논의가 많이 된다.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 법적으로 인격을 취득하고 인격권을 가지게 되는지는 민법학에서 고민해야 할 연구 주제이지만, 신학에서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인격을 부여하셨기 때문이라는 이미 답이 나와 있는 문제이다. 신앙의 선배들이 이 문제를 이미 많이 고민하였기에 후학으로서 이 부분을 앞으로 잘 배우고 싶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릿쿄대학 법학부에서 2년 반 근무하였다. 릿쿄대학은 영국 성공회 계열의 대학으로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유명한 한국의 윤동주 시인이 유학했던 대학이다. 교원 임용식을 큰 오르간이 있는 채플에서 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원래는 3년간 근무 예정이었으나, 도중에 한국 대법원에서 근무하게 되었기에 2년 반 만에 귀국하게 되었다. 15년간의 일본 유학 생활 동안 내 삶의 달란트를 일본에서 써도 좋지만 한국에서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하고 기도하였는데, 하나님께서 응답하여 주신 것이다.
대법원에서는 4년 반 동안 근무하였다. 대법원 내에서도 기독교 관련 모임이 있어 직장에서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동원 대법관이 참석하는 대법원기독신우회(1995년 12월 27일 창립, 설교 : 산정현교회 김관선 담임목사님) 예배에서 총무 역할을 맡아 섬기었고, 재판연구관 기도 모임도 참석하였다. 직장에서도 신우회 등으로 섬기는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직장동료들과 주 안에서 함께 교제할 수 있음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주일은 상도중앙교회(설교 : 박봉수 위임목사님)에서 찬양대로 섬기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던 2021년 3월에 대전에 있는 한남대학교 법학부에 부임하게 되었다. 법원에 있을 때는 대학교로 다시 돌아가서 연구할 수 있도록 기도드렸지만, 전국의 많은 대학교 중에서 기독교 대학으로 부임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남대학교는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로서 하나님 말씀과 선교사들의 정신을 바탕으로 지금도 기독교 전통을 잘 지켜나가고 있다. 성경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진리·자유·봉사를 목표로 하여 학생들을 섬기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남대학교는 ‘봉사’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대학수요예배, 괴테개인전도회, 학과신앙공동체 등에서 동역자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기독교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을 갖고 있다.
괴테개인전도회는 한남대에서 봉직하셨던 괴테 선교사님의 개인전도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교직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모임이다. 학과신앙공동체에서는 같은 학과 내에서 기독교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1주일에 한 번 함께 모여 독서토론을 하고 있다. 이 모임을 통해 신앙을 가지게 되었고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는 학생의 신앙고백을 듣게 되어 하나님의 구원하심에 다시금 감사하게 되었다. 학교 밖에서는 석종준 목사님의 섬김 아래 세워지고 있는 기독교학문연구회 소장학자 모임을 통해 다른 학문 분야 학자들과 독서모임 등을 통해 기독교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대학이 여러모로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지만, 학생들과 함께 하나님 안에서 성장하는 것을 꿈꾸며 오늘 하루도 앞으로 나아가길 다짐해 본다.
첫댓글 오늘도 하나님의 인도하심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