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오민석
눈물의 애인 5 외
생은 왜 이리 느닷없나
지인의 출판기념회에 가서
왜 누구 아들의 자살 소식을 들어야 하나
깊어 가는 가을
푸른 하늘에 도장 찍는
빨간 손바닥들
하나도 예쁘지 않고
이런 날은 왜 야크를 타고
히말라야를 넘고 싶은 걸까
하늘에서 들리는 휘파람 소리
다 무시하고 땡깡 놓고 싶은 걸까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지나
순천만까지 남하하는 기러기들의
노고가 왜 다 쓸 데 없을까
기껏해야 이조순댓국집에서
소주잔이나 나누다
별들 다 쓰러진 골목을
쓸쓸히 돌아가는 어깨들이
왜 이리 참담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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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호숫가에서
새들이 떠난 저녁
얼음이 운다
얼음에도 흉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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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석 충남 공주 출생으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다. 1990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었으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었다. 저서로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 외, 문학평론집 『이 황량한 날의 글쓰기』 외, 문학 연구서 『저항의 방식: 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화 연구서 『나는 딴따라다: 송해 평전』, 『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서 『아침 시: 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산문집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 시인의 포르투갈 체류기』 외 등이 있다. 시와경계 문학상, 시작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단국대 영미인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