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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행보와 그에 대한 우리측의 대응을 쭉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렇게 글을 적으면서도 저 자신에게 여전히 의문과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계속 실패한 도자기를 만들고 깨부수길 반복하는 도공의 마음처럼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상황의 정확한 그림을 못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단 하나의 직감만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마저 저 자신의 윤석열 행정부에 대한 반발심이 만들어내고 있는 편향내지 망상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이번 윤석열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반응은 이전 행정부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정제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러한 정제된 반응은 윤석열 행정부의 판단에서 유래된게 아니라 미 전략사령부(United States Strategic Command, USSTRATCOM)가 2024년 10월 1일에 창설된 남한 전략사령부를 통해 남한 국방부 및 행정부에 영향을 끼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보신다면 딱히 근거를 대진 못하겠습니다. 그저 일어난 사건들의 타이밍이 딱딱 들어맞고있다고 밖에 설명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하기에 저는 이러한 직감이 저 자신의 편향내지 망상일 가능성을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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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하게 사실관계를 정리하겠습니다.
2024년 10월 11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같은달 3일, 9일, 10일에 미상의 무인기가 평양상공에 침투하여 대북전단을 투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남한 국방부는 최초에 "그런적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가, 이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입장(Nither Confirm Nor Deny, NCND)으로 선회하였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1013012200504
2024년 11월 13일. 오전에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KBS의 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에서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을 것 같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하였고, 오후에는 남한 국방부가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https://v.daum.net/v/20241013131910888
https://www.segye.com/newsView/20241013511621
이에 북한은 미리 준비라도 해놓은듯, 같은날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한 총참모부가 10월 12일에 8개 포병여단에게 13일 20시까지 사격준비태세를 갖추라는 작전예비지시를 해놓았다고 보도했습니다.
https://v.daum.net/v/20241013230831865
이틀 뒤인 2024년 10월 15일. 이전에 파악되었던 동태대로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일대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습니다.
북한은 이 소식을 내부에 보도할 때 한국군이 촬영한 사진을 도용하여, 자신들이 남한내 언론을 주시하고 있음을 주지시켰습니다.
또한, 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 독트린을 자신들의 헌법에 반영시킨듯한 문구("대한민국을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도 보도에 삽입하였습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81798
https://v.daum.net/v/20241017164544177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1400/article/6647234_36493.html
2024년 10월 15일부터. 외신들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에 의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파병하였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https://www.voakorea.com/a/7824465.html
2024년 10월 17일. 우리 외교부는 "현 단계에서 정부는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노력 중", 국가정보원은 "북한군의 참전이 사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 추적 중이며, 우크라이나 측과도 협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마치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파병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는 듯한 어투였습니다.
https://www.news1.kr/world/europe/5571657
2024년 10월 18일. 우리 군은 전날인 10월 17일에 강원도 고성에서 천무 다련장체계를 이용해 130mm 로켓 수 발을 동해상의 가상표적을 향해 실사격한 사실과 그 영상을 공개하였습니다.
https://v.daum.net/v/20241018153654501
https://youtu.be/7Fmq3doKmtE?si=oeO_heW6I-N9EEf8
2024년 10월 18일. 또한. 우리측 합동참모본부는 10월 20일부터 11월 8일까지 연례 야외기동훈련인 <호국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호국훈련은 합참이 주관하는 대규모 실기동 훈련이며 주한미군도 참여합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163204.html
2024년 10월 18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전투병 러시아 파병'을 의제로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같은날 국정원은 북한의 파병여부에 대한 입장을 하루만에 바꾸어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러시아 태평양함대에 의한 북한병력의 수송작전이 실행되고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https://v.daum.net/v/20241018164118725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1018_0002926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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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 우려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남북상황에 대한 외국과 시장의 반응도 생각보다 무덤덤한 편입니다.
지금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이스라엘 전쟁-남북간 긴장고조 중에서 외신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토픽은 이스라엘이지 남한과 북한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이 2024년 10월 17일에 남한과 북한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때 웃음을 지은 주목할만한 동향이 있었을 지경입니다.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410171415001
다르게 말하자면, 주목받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고조되지 않고 잘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윤석열 행정부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지금의 상황관리는 인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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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윤석열 행정부는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부터 외교분야에서 여러차례 실수를 저지른 바 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 본인이 독자적 핵무장의 가능성을 공개석상에서 발언했을 정도로 정무적 감각의 부재를 드러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을 둘러싼 상황속에서 매우 정제된 대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체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요.
저는 미국의 핵전력과 남한의 비핵전력을 통합운용하고, 미국 전략사령부(USSTRATCOM)과 협업한다고 알려진 우리측 국방부의 전략사령부가 2024년 10월 1일에 창설된 사실에서 그 이유를 유추하고 있습니다.
https://www.khan.co.kr/politics/defense-diplomacy/article/202409302105025
// 전략사령부 창설식이 이날 서울 관악구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열렸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공식 창설일은 10월1일이다. 국군의날이 휴무일인 점을 감안해 하루 앞서 창설식을 연 것이다. 창설식에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김명수 합동참모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
// 전략사는 핵·재래식 무기를 통합 운용하는 과정에서 미국 전략사에 관련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전략사는 ‘3축 체계’(킬 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 중에서 킬 체인(Kill Chain)과 대량응징보복(KMPR)을 총괄하게 된다. //
https://www.s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3087
// 전략사령부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운용과 연계해 핵·재래식 통합작전 개념 및 방안 발전과 우주·사이버·전자기스펙트럼 등 신영역에서 전투발전을 주도하는 부대가 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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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략사령부 주요 인사들은 부대가 창설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전략사령부(USSTRATCOM)과 접촉하고 있는 중입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72647
// KBS 취재 결과, 전략사가 창설 후 첫 공식 임무로 핵·재래식 통합 방안 마련을 위해 이달 초 미국을 찾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 KBS 취재 결과 전략사령부의 첫 공식 임무는 우리의 재래식 첨단 전력과 미측의 핵 전력을 통합하는 군사작전 수립 행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달 초 전략사 소속 대령급 장교들이 미국에서 미 전략사 측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은 안보·외교 당국자들이 한미 핵협의그룹 회의를 통해 미 핵 전력 운용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번엔 군사작전 측면의 실무 논의를 하는 것으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 [전동진/전 지상작전사령관/예비역 대장 : "(한미 핵-재래식 통합은) 북핵 유사시에 미국의 핵전력과 우리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함께 운용한다는 것입니다. 북핵 위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기획, 계획, 연습을 내실 있게 추진하여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에 군사적 완성도를 높일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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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거칠게 말하자면, 지금 윤석열 행정부는 북한에 대하여 매우 정제된 대응을 보이고 있으나 그건 미국이 캐리해서 그런거라는게 저의 가설입니다.
매우 너절하고 매우 편향적인 시선이며 매우 중요하지 않은 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정 중요한 지점이자 노동은 앞으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예측하고, 그 일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들을 미리 마련해두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저의 눈에 보이는 건 이 정도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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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리하자면 그냥 미국말 듣는거말고 아무것도 못하고 그러하니 "연평도" 한번 더 당해도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안할 꺼("전략적 인내")라는거 아님?
저는 반대로 되묻고 싶습니다. 무슨 말싸움이나 그런게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말입니다.
북한은 왜 13일 20시부터 8개 포병여단을 사격준비태세로 전환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포격을 가해오지 않는 걸까요? 본문에는 뺐지만 14일부터는 황해도의 북한 해안포들도 포문을 열어놓고 있으나 아직도 포격은 없습니다. 왜 그러할까요?
상당히 동의합니다. 당선 전의 선제타격 운운이나 이 정도 인물이 용와대 들어가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개입에 준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정부가 이리 절제하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당장 2015년 때도 이것보단 훨씬 고조되었는데요. (물론 그땐 우크라이나 전쟁이 없었던 점도 고려해야겠죠)
사실 트럼프 당선 가능성 쪽이 더 신경쓰이긴 합니다.
"윤석열 행정부에 대한 반발심이 만들어내고 있는 편향내지 망상"
이게 진보쪽 지지자들 중에 상당히 흔하더군요. 중도층이 어째서 국짐을 찍게되는지, 혹은 어째서 투표장으로 향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더이다.
음, 상당히 가능성 있어보이는 추측인 듯합니다. 뭐 알아볼 만한 게 있는지 찾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