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밤 '한국 국보문학'카페에서 인기 있는 방이 어느 곳일까 싶어서 검색하니 '세상사는 이야기'방이 제일 꼭대기에 있다. 지난해 3월이던가. 처음 개설되었기에 가장 새내기방인데도 인기가 높다는 뜻이다. '세상사는 이야기'방에는 국보문학 초기에는 여러 사람의 필진이 있어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많이 올랐다. 이 가운데도 적당한 글을 다시 간략하게 짧게 추려서 새로 고쳐 쓴 글이 올랐다. 지금의 세상사는 야야기와는 무척 다르다.
지난해 3월 중순이던가. 나는 카페에 글 올리기 시작했다.
세상사는 이야기 방에 내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겪는 이야기를 아무런 구애없이 다다닥 빠르게 올렸다.
꾸밈이 없는 내용들이고, 소소한 것들이다.
전문 수필가가 보면 '잡문. 신변잡기, 신변잠설'으로 깎아내릴 게다. 우아한 수필과는 걸리가 사뭇 먼 이야기들로 가득 찼기에.
그만큼 '세상사는 이야기'에는 자신만의 이야기 즉 땀내나고, 쉰내나고, 억울하고 분하고, 때로는 신나고 즐거운 이야기들이 거짓없이 그냥 솔찍히 들어나는 것들이다. 소소한 일상의 수다이다.
이 방의 존재가치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지, 남의 것을 퍼다가 옮기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 가서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냄새 맡고, 먹어보는 등 직접 스스로가 한 일을 말하는 것이다.
마치 수다를 떠는 것처럼.
자신만의 이야기를 말하고 쓰는 것이다.
글 쓰면서 스스로를 달래고 위안하고, 격려를 받는 것이다.
글 읽으면서 자기의 내면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는 어땠을까 하면서.
'세상사는 이야기' 방에는 참새떼가 방앗간에 들러서 싸래기를 주워 먹듯이 조달대고 수다 떠는 그런 방으로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싶다. 또 떡방앗간에서 방금 전 삶아낸 떡, 구수한 냄새가 나는 떡가래 한 조각을 뚝 떼어서 '옛다, 너 먹어라' 하면서 곁에 있는 아이한테 나눠주는 것처럼 인정들이 담겨져 있으면 더욱 좋겠다.
2.
오늘은 2018. 1. 5.
우리나라 날씨 가운데 가장 추운 때가 시작되는 소한(小寒)이다.
그래서일까?
새벽녘에 잠 깨니 내 이불이 없다. 아내가 덮고 잔다. 아내의 이불은 안 보이기에 한참을 찿다가 아내가 덮은 이불을 들치니 그 속에 두꺼운 이불이 뭉쳐 있다. 아내가 잠 깰까 조심스럽게 뭉쳐진 이불을 꺼내서 덮으려니 무겁다. 겨우 배만 가리고는 눈 감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물었다.
'왜 당신이 내 이불을 덮었어요?'
'당신이 자다가 잠결에 내 이불을 끌어당겨서 덮은 것 같아.'
'그랬나요? 어쩐지 춥더라고요. 나는 두꺼운 게 좋은데.'
'나는 아니야. 가벼운 게 좋아,. 당신 이불은 무거워서 나는 배만 살짝 덮었어.'
나는 대답했다.
아내는 머리가 시원하고, 발이 따뜻해야 한다며 두꺼운 이불을 덮고,
나는 머리는 뜨거워야 하고, 발은 시원해야 한다며 가벼운 이불을 덮는다.
아내는 밥 지을 때 고두밥처럼 단단하게 지어야 하고, 비린내 나는 생선류를 좋아하고,
나는 물 많이 부어서 죽처럼 질턱한 밥이 좋고, 푸성귀 채소류를 좋아한다.
서로의 취향이 다르고 느낌이 맞지 않아도 나는 이따금 아내가 내 곁에 오래 머물면서 살았으면 싶다.
자꾸만 얼굴 볼살이 빠지고, 아프다고 힘들어 하는 아내를 볼 때마다 슬픈 생각이 든다.
언제가는 서로 이별을 해야 할 때가 자꾸만 다가온다는 것을 예견하기에.
아내가 내 곁에 오래 머물었으면 하고 소박한 희망을 빈다. 오늘도.
3.
간밤 밤 늦게까지 어제 사 온 책을 설렁설렁 읽었다.
아무 쪽으나 후루룩 책장을 넘기면서.
정목일 수필가의 에세이 '한국의 아름다움 77가지'에서 개량한복 사진이 자꾸만 눈에 거슬렸다.
우리나라 고유 한복은 무엇일까? 언제부터 한복을 입기 시작했을까는 나중에 확인할 일이고, 사진 속의 한복은 개량한복이고, 색상이 너무나 화려했다. 조
선시대(1392 ~1910년)과 그 이후의 시대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생활풍습이 무척이나 변화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속의 한복은 예전 궁궐에서 입던 마나님 옷일까? 세도 양반가의 내자들이 입었던 옷일까? 아니면 관기(관가의 기생)들이 입었던 옷일까? 일반 서민네들이 입던 옷과는 사뭇 다르다.
조선시대, 일제시대의 일반서민들의 옷감은 무엇일까? 삼베, 마 수준일 터. 100녀 전에 외국 사진사가 찍은 조선인의 사진을 보면 일반서민들의 저고리 길이는 무척이나 짧아서 여인들은 젓통을 내놨다. 어린아이를 등에 업거나 물동이를 머리에 인 아낙의 젖통을 훤히 드러나 보였다.
1920년 생인 내 어머니의 저고리도 그 길이가 무척이나 짧았다.
조선시대, 일제시대의 염색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였을까? 화려하게 물감들일 수 있는 염료의 재료가 무엇일까? 자연에서 얻는 염료로써 천(옷)에 물감을 들렸을 게다. 결코 화려한 색깔은 아니었을 게다. 더우기 백의민족이니 가난한 서민들은 옷에 물감 들이는 게 무척이나 어려웠을 게다.
사진사가 찍은 개량한복 천에는 비상하는 새(鳥類)의 문양이 정말로 많게, 섬세하게 새겨져 있었다.
빨간 색상의 화려한 옷감에 날아가는 새들의 문양이 곱고 섬세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과거시대의 것은 아니다, 최근의 것이다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사진 속의 여인네는 서양식 머리를 하고, 귀볼에 구멍을 뚫어서 끼어 넣은 작은 귀거리가 반짝거렸다.
과거 조선시대의 여성들이 귀 살갗을 쇠꼬챙이로 뚫었다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럴 만하게 수술의학이 발달되지도 않았다.
이런 헛점들이 숱하다.
과거의 색깔은 무엇일까? 화려한 색상의 세계일까?
나는 다르게 본다. 과거의 색상은 화려하다라기보다는 흑백농약의 어두운 색깔으로 여겨진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인 옛것은 그렇고 화려하고 크고 잘난 것들은 아니다.
그저 수수하고 손때가 묻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정이 배어 있는 그런 문화라고 본다.
3.
한국적인 것이 무엇일까?
하나의 예다. 우리나라 선조인들은 어디서 왔을까?
한국인의 얼굴은 어떤 특색이 있을까?
우리나라 돈 만 원짜리 화폐 속에는 세종대왕의 용안이 들어 있다.
얼굴이 동그스럼하고, 볼살이 도톰하고, 귀볼이 크고 동그랗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 얼굴형이 아니다. 극동지역의 얼굴도 아니다. 동남아 인도지방의 얼굴형이지 결코 극동지방의 얼굴형이 아니다. 우리의 얼굴 체형은 얼굴 판이 납작하고, 코가 작고 낮으며, 눈섶이 치겨올려져서 째진 듯해야 맞다. 아쉽게도 사진 속의 세종대왕 용안은 우리 것이 아니다.
물론 세종대왕의 용상을 직접 보고 그리지 않고 상상 속의 어진을 그려놓을 때 세종의 후덕한 인품을 화폐 속에 넣고 싶었던 화가의 염원이라고 본다. 운보 김기창가 창조한 얼굴이다.
1000원 화폐 속의 퇴계 이황의 사진과는 사뭇 다른 얼굴 체형이다. 이황의 눈꼬리는 위로 치켜오른 형태이고 째진 눈초리 눈매이다. 어쩌면 이게 우리의 얼굴 만주지방에서 살면서 남하한 우리네 얼굴 체형으로 여겨진다.
세종과 이황의 얼굴형을 비교해 보기 바란다.
한국적인 것이 무엇일까?
서력 2000년대를 살아가는 초현대 사회.
지금 옛스러운 것, 한국적인 것이 남아 있기는 한가?
1949년 1월에 태어난 내가 보아도 세상은 무척이나 많이도 변화했다.
극동의 3국인 중국 한국 일본의 문화가 혼합되었고, 해방 이후의 서양문명이 혼입되어서 우리 고유의 것들이 혼재되어 마구 헝쿨어지고 있다. 집나이 일흔 살인 내가 기억하는 1050년대 60년대의 모습들은 거의 가 사라졌다. 새로운 세계, 가상의 세계에서 산다. 특히나 사이버 세계인 컴퓨터 속에서 산다.
방안에 앉아서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스마트폰으로도 지구 저쪽 반대편 나라에서 사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세상에서 산다.
사진 하나가 수십 장, 수만 장이라도 눈깜짝 할 사이에 세상 곳곳에 전파되는 영역에서 산다.
어린 시절 내가 상상도 못했던 가상의 세계이다.
이런 세상에 가장 한국적인 것은 무엇일까 싶다.
'우리의 것은 좋은 것이여' 하면서 아끼고 되살려서 실생활에 활용되게끔 보존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한(恨), 흥(興), 얼, 생활용품 등은 무엇일까?
시골에서 텃밭 농사 짓다가 서울 올라온 나는 가장 한국적인 것은 '우리의 말과 글'이다라고 단정하고 싶다.
물론 한국인의 골격, 생활문화, 역사 등이 있지만서도 가장 지켜야 할 것은 말과 글(한글)이다.
이게 가장 한국적인 것이다.
우리나라 국보 제1호는 최근 불에 타서 잿더미로 되었다가 새로 지은 남대문이 아니고, 말과 글(한글)이라고 본다.
국보 제1호인 현재의 남대문은 하나의 가짜이며, 모방품에 불과하다.
600여 년 전에 지은 옛 건물이 아니다. 그 터에 모양새만 흉내 내서 새로 지은 것에 불과하다. 이런 목조물 건축기술이기에 전국 곳곳에 수십 개라도 똑같이 지울 수 있는 모조품에 불과하다.
한국인의 얼을 담은 '말과 글'은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한다.
더우기 우리 실생활에 가장 필요한 삶의 도구이기도 하니까 더욱 그렇다.
문학카페인 '한국 국보문학'.
우리의 얼인 '말, 글'을 다듬고 바르게 쓰자고 한다. 나라의 보배이기에.
이러려면, 그러려면 '세상사는 이야기'방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싶다.
우리의 삶에서 건지는 글. 늘 보고 듣고 겪는 일 가운 데에서 정다운 이야기, 참다운 뜻들이 더욱 많이 한데 어울렸으면 싶다. 한마당 놀이터처럼 '얼쑤' 하면서 어깨춤이라도 덩실 추고 싶은 그런 글이었으면 싶다.
오늘은 2018년 1월 5일.
한겨울이라도 나는 또 기다린다.
따뜻한 봄날을.
햇볕 나는 봄날에 시골 텃밭으로 나가서 삽으로 땅 파고, 호미로 풀 매고, 씨앗 뿌려서 농사 짓는 그런 시골사람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더러는 느리고 게을러도 하나의 정원수를 전정하려면 그 나무를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이모저모를 따지다가 어느 한 순간엔 결심하고는 전정가위로 짝뚝짝뚝 잘라내는 결단성을 지니고 싶다.
서남쪽으로 아파트가 있는 잠실 아파트. 오늘도 다시 햇볕은 남창으로 다가오고 있다. 햇볕 속에는 봄이 들어 있기에 나도 벙긋이 웃기 사작한다.
'세상사는 이야기' 방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썼으면 싶다고 이렇게 마무리한다.
2018. 1. 5. 금요일.
첫댓글 세상에는 다양하면서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세상 사는 이야기들 들어보면 다 뜻이 있고 재미도 있습니다.
모난 삶, 둥근 삶,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장애인, 정상인, 급한 사람, 느린 사람,
효자 불효자,
모두 어우러져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일 겁니다.
참, 저도 제 아내가 저보다는 더 오래 살았으면
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사람이 늙어서, 병들어서 오래 사는 것도 때로는 고역이고 미움이겠지요.
하지만 아직은 더 살 수 있는데도 아프고, 자리에 눕고는 나날이 사그라지는 것을 내려다보려며 마음이 찢어지겠지요. 더욱이 아내와 남편이라면... 잘 해 준 것도 없는데 늘 뒷전에서 그늘처럼 남편을 받들며 보살펴주었던 아내가 아프면 더욱 알쩐하겠지요.
자식들한테 덜 미안해 할 때 이삼일 사이에 서로들 눈 감았으면 합니다.
이별이 아픈데도 장례를 치뤄주고는 뒤따라서 먼 여행길 떠날 수만 있다면 좋겠네요.
박 선생님의 아내인 사모님. 올해에는 기운 차리시겠지요.
댓글이 정말로 참하며 착하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