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성격상 "해외진출 (유학, 취업)"에 어울릴 수도 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서 여기에 적습니다.
유학생들 중 상당수는 미국에서 좋은 직장을 얻고 정착해서 사는 게 목적입니다. 예전에는 학위를 받고 국내에서 교수 등으로 사는 게 목적이지만 이제는 그런 가능성도 줄어들고 경쟁이 심해져서,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 생활이 싫어서, 미국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고 살고 싶은 목적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공부해서 학위 취득하는 데 공부도 어렵지만 그 사이에 돈 문제가 정말 어렵습니다. 재정지원을 받아도 학기마다 달라질 수 있고 저같이 재정지원을 못 받는 경우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 1년 전후로 그만두고 떠나게 됩니다. 재정지원 못 받으면 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저는 그때 가지 않았으면 평생 미국에 가볼 일이 없어 도전했습니다.
제가 2013년 미국에 처음 가보기 전에는 유학하면 그래도 대다수 학위를 취득할 것 같았고(석사, 박사) 그리고 학위를 받고 나면 현지에서 얼마간 머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저는 한국에서 명문대에 다니지 못하고 원래 관심이 있었던 수학, 통계학과가 아닌 다른 과로 입학해서 이래저래 방황해야 했기에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여 학위를 받고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학에 도전했습니다. 당시 주변에서는 말리는 사람도 있었죠. 제가 나온 학교가 I 학교라면 그냥 거기서 석, 박사를 다 할것이지 꿈도 크다고 비웃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다못해 서울대 대학원 가려는 것도 비웃을 정도니까요. 아니면 여기서도 못하는데 거기 가서 잘할 리 없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었지요.
그리고 2012년부터 2013년 동안, 제 주제를 모르고 통계학으로 20~40위권 학교들에 원서를 냈는데 당연히 다 떨어지고 70위권쯤 되는 학교에서 재정지원 없이 받아줘서 고민하다가 제가 번 돈 들고 1년 있다가 왔습니다. 그 얘기는 다른 곳에서도 이미 했으니 여기서는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공항에서 ride 해주신 분과 만나서 미국에서 유학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미국 생활은 정말 상상했던 것과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미국에 오는 유학생들 중 학위를 받는 사람은 1/4도 안된다는 것, 그리고 열심히 해서 학위를 취득해도 취업하고 정착하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는 것입니다. 저를 ride 해주신 분은 Austin Texas대학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에 있다가 1년 남겨두고 그만둔 뒤 제가 갔던 학교에 medical physics 석사로 다시 들어왔는데 저는 당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영주권 취득하는 데 더 나은 직업을 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4,5년 동안 했던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두번째인가 세번째 석사를 했던 겁니다.
제가 미국에 처음 입국했을 때 입국심사를 받아야 했는데, 검문하는 사람이 영주권자와 시민권자는 다른 줄에 가서 서라는 얘기를 듣고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걸림돌 없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혜택인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첫 학기에는 수업 따라가느라 정신없어서 한국 교회에 가지 못했는데 나중에 연락해서 숙소에서 가까운 교회에 잠시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때 교회에서, 그리고 캠퍼스 내에서 한국(계) 사람들을 만나면 같이 있어도 그냥 저같이 유학비자로 온 사람, 가족들이 원래 사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영주권이 있는 사람이나 시민권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생김새나 말이 같은 한국인이라도 그러한 체류 자격에 따라 서로간에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다투는 것까지는 본 적이 없으나 서로 친하지는 않습니다.
저같이 유학비자인 경우, 학위를 받아도 취업비자를 얻지 못하면 다시 귀국해야 하는데 그러면 취업 목적으로 미국에 다시 온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위를 얻고도 바로 귀국해야 하는 사람들 중에는, 미국에 남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 스트레스와 절망감을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한국과 한국 학교, 한국인, 한국 직장을 비하하는 식으로 풀고 서로 다투기도 합니다. 물론 운좋게 남는 소수도 있는데 행동이나 말이 확 바뀌는 사람을 보고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간성의 밑바닥이 보이나 생각됩니다.
그러나 영주권자/시민권자라도 합법적으로 미국에 있을 수 있다는 점 외에는 (사실 이것도 엄청난 거지만) 역시 취업하는 건 어렵습니다. 앞서 저를 ride해주신 분은 그당시 취업비자를 가지고 Buffalo에 계셨는데, 제가 귀국한 몇 년 후 linkedin에 보니 Louisiana 쪽으로 가신 것 같습니다. 아마 그 지역에서 취업해서 그랬을 겁니다. 차라리 몸에 장애를 가지고 산다 해도 미국에 정착하고 싶다는 말을 하셨는데 저는 그렇게까지 미국에 있고 싶지 않았으나 다소 이해가 갑니다.
저는 기껏해야 1년 학교생활을 하다 돌아왔을 뿐이라 미국 생활이 뭐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짧은 기간에서도 백인들과 어울려 사는 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알게모르게 서러운 점이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미국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은 가슴속에 맺힌 것들이 더 많을 겁니다. 억울하고 화가 나도 참고 얼굴에 나타내지 말고 살아야 하는 것들이지요.
예전에 미국에 산다는 어떤 사람이 한국인은 현지에서 먹고살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얼굴이 회색으로 어두워지고 여성들은 이국적으로 변한다고 자신의 블로그 같은 데 쓴 글을 보았는데, 편견이 있는 점을 조심해야겠으나 그만큼 한국인이 미국에서 산다는 게 어려운 일을 표현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취업하면 보니 무슨 전공을 했냐가 가장 중요한 듯합니다. 서울대 물리하과 87학번 선배가 있었는데, 포닥 자리도 없어 고생하더라구요. 그때는 물리학 전공한 사람들이 가장 불쌍하죠. 의대 가고도 남았을텐데요.
강성찬님 같은 경우는 정말 운이 없는 경우입니다. 그때 그 학교 그 과가 그렇게 이론적이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통계는 실용성이 강조되어 이론을 심하게 잘 안하거든요. 학과장이 바뀌면 과의 방향이 바뀌는데 아마 그런 경우가 아닌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