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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엽산에서 바라본 구절산, 그 왼쪽 뒤의 산은 공작산
바라본 만큼
꽃들이 짐이 되는
날들이어라
見たほどの花は重荷となる日かな
――― 후지모리 소바쿠(藤森素檗, 1758~1821)
▶ 산행일시 : 2014년 9월 6일(토), 맑음, 더운 날씨, 박무
▶ 산행인원 : 12명(버들,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온내, 산그림애, 신가이버, 해마, 백작,
제임스, 김낙관,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17분
▶ 산행거리 : 도상 17.0㎞(과수원에서 46번 도로 대룡주유소까지 2.5㎞ 포함)
▶ 교 통 편 : 경춘선 전철과 버스, 들머리 이동은 춘천역에서 관광버스(25인승) 이용하고,
날머리 이동은 음식점 버스(25인승) 이용
▶ 시간별 구간
07 : 28 – 상봉역, 춘천행 전철
09 : 00 – 춘천역
09 : 40 – 춘천시 동산면 봉명리(鳳鳴里) 도화동 보람목장, 산행시작
10 : 20 - 553m봉
10 : 37 – 임도, 강원대 학술림
11 : 20 – 구절산(九節山, △751m)
11 : 50 ~ 12 : 17 – 점심
12 : 22 – 임도, 사곡현(寺谷峴)
13 : 04 – 새목현
13 : 38 – 연엽산(蓮葉山, △851m)
14 : 18 – 응봉(761m)
14 : 37 - ┣자 갈림길 안부, 박달재고개(세거현)
15 : 37 – 녹두봉(889m)
16 : 03 – 공군부대 정문 앞
16 : 10 - ┤자 갈림길, 왼쪽은 수리봉 산길 4.7㎞, 직진은 대룡산 군사도로 2.1㎞
17 : 10 – 과수원
17 : 20 – 태백농원 입구
17 : 57 - 춘천시 동내면 사암리(沙岩里), 46번 도로, 대룡산주유소, 산행종료
1. 코스모스, 사암리 들녘 길에서
▶ 구절산(九節山, △751m)
자칫하다간 추석 귀성객 정체 행렬에 휩쓸릴지도 몰라 안전지대인 춘천 쪽으로 간다. 상봉역
경춘선 전철은 출발부터 만원이다. 등산객 일색이던 여는 때와 달리 선물꾸러미 든 귀성객과
반반이다. 박무가 끼여 차창 밖 풍경이 볼품없다. 그나마 북한강 근처를 지날 때는 안개까지
자욱하여 눈 거둔다. 김유정역 솔개 님은 잘 있을까? 우리 일행 수대로 솔개 님과 저간의 산행
을 반추하며 역사 내다본다.
남춘천역 우의정 음식점 셔틀버스는 언제라도 연락이 닿을 줄 알았는데 영업시간이 일러서인
지 불통이다. 춘천역으로 간다. 춘천역에서 대기하는 기사 분들과 산행들머리를 놓고 요금 흥
정한다. 15인승 봉고는 6만원인데 배낭 맨 대인 12명이 타기에는 너무 비좁다. 25인승 카운티
는 8만원이다. 김변인 대간거사 님의 구변으로 5천원을 깎았다.
원창고개 넘고 모래재 넘어 봉명에서 굴지천(屈只川) 상류 거슬러 도화동으로 간다. 구절산 등
산로 안내도나 이정표가 있을 법 한데 보이지 않는다. 보람목장 소축사 옆 ┣자 갈림길에서 멈
춰 오른쪽 임도로 간다. 장승공원을 지난다. 생뚱한 장승공원이다. 산자락 널찍한 터에 통나무
장승 여러 개 세우고 연못 파고 정자를 마련했지만 이 산속까지 대체 누가 올까 궁금하다. 화
초는 잡초에 묻히고 인적 끊긴 지 오래다.
지계곡 산모롱이 돌기 전 왼쪽 묵은 임도로 들어 이내 낙엽송숲 생사면을 오른다. 오늘은 버섯
을 좀 따려고 사면을 누빈다. 못 먹는 버섯인 광대버섯은 확실히 안다. 먼저 냄새 맡아보아 향
긋하고 주름살과 턱받이가 있거나 결 따라 찢어지는 버섯이면 막 주워 담는다. 얼추 지능선에
오르고 일단의 도토리 줍는 동네아주머니들과 만난다. 그들에게 내 수확한 버섯을 보여주며
식용버섯인지 물었더니 모조리 못 먹는 버섯이라고 한다.
낼 모래가 추석인데 시절답지 않게 더운 날씨다. 553m봉을 한여름 복더위로 오른다. 553m봉
이 산행교통의 요지다. 부챗살처럼 펼친 능선이라 우리 온 길 말고도 특히 석동골과 하부사원
에서 울근불근 뻗어 오른 능선이 제법 다부지다. 553m봉 내린 안부는 임도가 지나고 강원대
학술림 지역이다. 구절산을 오르려면 응당 Y자 임도 갈림길에서 가운데 능선을 타야 하겠지만
우리는 좀 더 멋진 코스를 구상한다.
임도로 구절산 왼쪽 자락을 돌다가 남서쪽 생사면을 되우 올려친다. 수북한 낙엽과 부실한 지
표에 푹푹 빠진다. 워낙 가파르기도 하여 등산화가 잡석에 버그러지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뒤
로 쭉쭉 밀린다. 홀더로 붙잡을 잡목이 성기다보니 자연스레 산개하여 오르게 된다. 너덜이 낫
다. 너덜 지나 봉명서원에서 오르는 서릉 주등로와 만난다.
구절산 정상 가까워서는 곧추선 사면을 왼쪽으로 약간 트래버스 하여 기어오른다. 구절산 소
개에 따르면 “산세가 마치 구절양장을 연상케 하듯 아홉 개가 넘는 봉우리와 지능선이 어지럽
게 갈라진 형상을 하고 있다.”는데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암봉 서너 개가 되똑하니 솟았을 뿐
이다. 한자표기는 ‘九折山’과 ‘九節山’이 보인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후자로 표기하고
있다. 삼각점은 내평 26, 1988 재설’이다.
구절산에서 조망하기에는 남봉(744m) 쪽으로 조금 더 가면 절벽 위가 좋다. 아찔한 고도감과
더불어 멀리 일망무제로 트인다.
2. 독활(獨活, Aralia cordata), 두릅나뭇과의 여러해살이풀, 땅두릅나물
3. 연엽산
4. 구절산 가는 길
5. 정면의 산이 구절산
6. 지나온 능선, 구절산에서
7. 연엽산, 구절산에서
8. 구절산 정상, 한계령 님
▶ 연엽산(蓮葉山, △851m), 응봉(761m)
구절산을 직하하여 내리는 북사면 길이 까다롭다. 슬랩은 젖어 미끄럽다. 살금살금 여기저기
쑤셔보며 내린다. 뚝 떨어진 안부는 더운짐내기고개다. 옛날에 겨울에도 더운 바람이 불어와
나무꾼들이 언 발을 녹였다고 한다. 살짝 오른 봉우리는 Y자 능선이 분기한다. 길 좋아 오른쪽
으로 우르르 내려 골로 갈 뻔하다 뒤돈다.
사곡현(寺谷峴) 내리기 전 펑퍼짐한 등로에서 점심밥 먹는다. 더운 날 깔깔한 입맛을 둘러앉은
여러 입맛으로 달랜다. 야트막한 사곡현(寺谷峴)은 임도가 지난다. 임도로 간다. 봉봉을 임도
로 돌아 넘는다. Y자 임도 갈림길 가운데 능선의 744m봉도 돌아 넘는다. 땡볕 내리쬐는 임도
오르막은 산길보다 훨씬 더 힘들다.
연엽산도 주등로를 벗어나서 새목현 지나 남쪽 사면을 치려한다. 그러다보면 녹두봉은 놓아주
어야 할 것. 그럴 수는 없다 하고 해마 님과 나는 대열에서 이탈한다. 다소 느슨한 사면-그렇
지만 덤불과 잡목 숲을 한참 헤쳐야 한다-치고 올라 새목현에서 오는 주등로와 만난다. 길 좋
다. 산에 왕도가 있을까? 줄곧 오르막이다.
등로 존중하려니 여러 산굽이 돈다. 산불감시초소 지나고 바윗길 오르내려 연엽산 정상이다.
남쪽으로는 구절산과 그 뒤로 공작산이 우뚝하고, 북쪽으로는 녹두봉과 대룡산이 웅장하다.
생오지 만들어 오르는 일행은 무진 애를 쓸 터. 기다리다 지쳐 가노라는 메모 남기고 응봉을
향한다. 그들은 우리보다 30분이 더 걸려 연엽산을 올랐다.
연엽산 내리는 북사면이 오를 때보다 더 가파르다. 가느다란 밧줄을 맨손으로 훑으며 내리자
니 손바닥에 화끈하니 불이 난다. 게으른 데는 약이 없다. 장갑을 낄 일이다. 지난 8월초에 연
엽산 오를 때 등로를 점령하였던 땅벌 떼의 소식이 궁금하다. 해마 님이 예의 살폈다. 나는 아
예 오른쪽 사면으로 멀찍이 벗어나 돌아가고. 모두 이사했더란다.
내쳐 대룡산까지 가자하고 줄달음한다. 실은 해마 님 뒤쫓느라 녹아난다. 726m봉 대깍 넘고
그 추동 살려 나지막한 봉봉을 넘는다. ┤자 능선 분기봉인 761m봉. 영진지도에는 응봉 75
9.4m이다. 춘천하나로산악회가 세운 표지판에는 ‘매봉(758m)’이다. 갈 길이 멀어 휴식하는
시간이 아깝다. 얼른 목 추기고 출발한다.
9. 구절산 남봉(744m)
10. 연엽산
11. 왕고들빼기(Lactuca indica var. laciniata),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
12. 잣나무 숲
13. 연엽산에서 바라본 구절산, 그 왼쪽 뒤의 산은 공작산
14. 녹두봉과 대룡산(뒤)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구절산과 연엽산 산행로
▶ 녹두봉(889m)
녹두봉 가는 길도 좋다. 10년 전 유행했던 영춘기맥 종주가 시들었지만 간혹 표지기가 보인
다. 하늘 가린 숲길 쭈욱 내린 ┣자 갈림길 안부는 박달재고개(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세거
현’이다)다. 오른쪽 박달괘마을로 내리는 등로에 산행표지기가 주렁주렁 달렸다. 712m봉은
직등하고, 681m봉은 왼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는다.
마침내 녹두봉 오르는 길.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다가간다. 보폭
짧게 하여 호흡과 스텝 맞춘다. 공제선 올려다보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위 턱 오를
때는 저절로 기합소리가 나온다. 선답자들의 도란도란했을 쉼터에 이르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도 쉰다. 삶은 감자로 요기하되 해마 님이 권하는 막걸리는 다리 힘 풀릴까봐 절
대 삼간다.
스틱 부축 받아 일어선다. 슬랩 오르고 흰 바위절벽이 막아선다. 왼쪽으로 돈다. 등로는 암벽
사이 너덜 협곡으로 이어진다. 되게 가파르다. 군용쓰레기더미 넘어 능선마루다. 등로는 사면
을 돌아가는데 잡목 숲 직등하는 소로가 보인다. 일단 직등한다. 절벽 바짝 다가간다. 뭇 산을
발아래 둔 최고의 경점이다. 그리고 능선마루 뒤편에는 군부대 지나 대룡산이 가깝다. 그러나
그리로는 갈 수 없을 것. 온 길 뒤돌아 내린다.
원형 가시철조망 넘고 사계청소구역으로 들어가서 철조망 울타리 따라 돌아간다. 주변의 역삼
각형 지뢰매설표시가 거슬린다. 가파른 사면에는 사태방지용 비닐을 덮었다. 비닐 위를 간다.
내렸다가 다시 오르고 사계청소구역 벗어나 덤불숲 뚫고 올랐더니 이중 철조망이 막는다. 아
직 군부대다. 갑자기 사이렌이 울린다. 우리의 접근을 경계하는 사이렌일까? 이어 확성기에 알
아듣지 못할 말소리가 소란스럽다.
사태 난 골짜기로 빠졌다가 철조망이 끝난 것을 보고 기어오른다. 도로. 공군부대 정문 앞이
다. 산모퉁이 그늘로 들어 잠시 휴식한다. 대룡산 주릉 길은 887m봉을 넘어야 하는데 철조망
치고 지뢰매설지대 표시를 매달아놓았다. 참는다. 군사도로 따라간다. ┫자 갈림길 이정표가
보인다. 직진은 대룡산 군사도로 2.1㎞, 왼쪽은 수리봉 산길 소로 4.7㎞.
그 갈림길을 지나고 대룡산을 향하여 얼마를 더 갔을까. 해마 님과 나 둘이 서로 말을 없었지
만 내심 불안했다. 냉정히 따져 지금 이 시각 대룡산을 가는 게 무리가 아닐까? 이만 하산하는
편이 옳지 않을까? 우리 둘뿐이라면 모르지만 일행이 있지 않은가? 아쉽지만 대룡산을 놓아준
다. 발길 돌린다. 이도 용기다. 수리봉 쪽으로 간다.
넙데데한 사면이라 능선 잡기 어렵다. 수리봉 간다는 뚜렷하던 등로는 점점 희미해지더니 사
라진다. 잡목 숲 헤치며 한사코 서진한다. 우리가 틀림없이 다네다 산토카(種田山頭火, 1882~
1940)를 닮았다. 아부라백작 님이 번역했다.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산은 조용히
すべってころんで山がひっそり
벌초한 무덤이 나왔어도 등로는 여전히 어지럽다. 골짜기로 떨어지고 너덜 내리다가 계류에
이르러 에라 하고 휴식한다. 알탕에 버금갈 물 훔친다. 바위 밑에 놓인 한봉 벌통이 자주 보여
동네가 멀지 않았음을 짐작한다. 산속을 간다. 소로 꼭 붙잡고 내린다. 과수원이 나온다. 태백
농원이다. 우의정 음식점에 전화 걸었다. 원창저수지 위 쉰동골로 우리 일행 데리러 가는 중이
라고 한다.
사암리 가는 길이 멀다. 땡볕을 정면으로 고스란히 받는 들녘 길 2.5㎞다. 46번 도로변 대룡산
주유소 근처 그늘에 들어 차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이 지긋한 동네주민 한 분이 비틀거리
며 다가와 수작한다. 우리가 캔맥주 분음하는 것을 보았다. 더불어 분음하였다. 어디를 다녀오
느냐, 녹두봉 군인들이 잡지 않더냐고 묻고 또 묻는다.
당신의 까만 비닐봉지 열어 막걸리와 건빵을 꺼내더니 함께 마시자고 한다. 술판은 쉰동골 우
리 일행 태운 버스가 와서야 그 핑계로 파했다. 그 자리 술값을 그 분에게 우리의 무던한 해마
님이 곱으로 지불했다. 凡事留人情 後來好相見(모든 일에 인정을 남겨두면 훗날 만났을 때 서
로 좋은 낯으로 보게 된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15. 녹두봉 오르는 협곡 길
16. 연엽산, 그 왼쪽 뒤 차례로 구절산과 공작산
17. 연엽산, 그 왼쪽 뒤 차례로 구절산과 공작산
18. 연엽산에서 녹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19. 금병산, 사암리 과수원 내리는 길에서
20. 삼악산, 사암리 과수원 내리는 길에서
21. 사암리 들녘 길에서
22. 메밀꽃, 사암리 들녘 길 지나면서
23. 메밀꽃, 사암리 들녘 길 지나면서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녹두봉 산행로
첫댓글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제 엉덩이와 가이버형님 엉덩이도 완전 걸레(?) 되었답니다.
ㅎㅎㅎ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지는 역시 언제나 빡쎄요. ㅎㅎㅎ
언제쯤이면 운영진 수준으로 산행할 수 있을래나? ㅎㅎㅎ
어느 분이 코스 잡았는지, 멋있네요, 대룡산을 껴서 갔으면 좋았겠지만 없어도 멋있는 코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