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활기와 평온함으로 채워진 9월, 동해안으로 떠나본다. 유유자적 투명카누를 타고 유영하고, 인어처럼 스노클링으로 물 위를 누비기 좋은 삼척 장호항이 목적지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선을 자랑하는 장호항
누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장호항에는 ‘한국의 나폴리’라는 수식어가 으레 붙는다.
세계 3대 미항(美港)으로 꼽히는 나폴리에 비유된다는 건 그만큼 장호항이 아름답고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는 뜻이다.
반달 모양 해안선에 옴폭 안긴 바다가 맑고 투명하게 빛난다. 군데군데 크고 작은 기암괴석이 바다의 여백을 채운다. 에메랄드빛 물 위에 카누를 타고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이 점점이 떠 있다.
삼척해상케이블카 장호역으로 올라가는 길목 전망 포인트에서 본 장호항 앞바다
장호항은 고기잡이배가 드나드는 항구지만, 지금은 어촌체험마을로 더 유명하다. 2001년 어촌체험마을로 선정되고 나서 전통 어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2008년 무렵 투명카누와 스노클링 체험을 도입하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맑고 깨끗한 바다와 투명카누, 스노클링 체험이 딱 맞아떨어지는 조합이었다. 이국적인 풍경과 체험이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얻었다.
초보자도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는 투명카누
‘장호항의 꽃’ 투명카누는 전체가 유리처럼 투명하다. 노만 저으면 되니 초보자도 부담 없이 체험
할 수 있다. 부표로 안내된 안전 구역에서 자유롭게 투명카누를 탄다. 노를 젓는 손보다 구경하는
눈이 바쁘다. 쪽빛 바다와 방파제 위 등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광을 바라보다가 상공 위를
오가는 해상케이블카에 눈길을 빼앗긴다. 아래쪽에도 눈길을 줘야 한다. 투명한 배 밑바닥을 유심
히 보다가 물고기 떼가 지나는 광경을 목격한다. 투명카누는 2인승과 4인승이 있어 친구와 연인,
가족 모두 즐기기 좋다.
수심이 얕고 해양자원이 풍부해 스노클링 하기 좋은 장호항 앞바다
물속을 더욱 생생하게 관찰하고 싶다면 스노클링을 추천한다. 열대 바다에서 만나는 형형색색
물고기는 없어도 모래와 돌, 해초가 어우러진 맑은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기대 이상이다.
그 속을 헤엄쳐 다니는 치어 떼가 스노클링의 맛을 살린다.
둔대암과 구름다리 부근을 경계로 투명카누와 스노클링 체험 구역이 나뉜다.
장호어촌체험마을은 안전 문제로 투명카누와 스노클링 체험 구역을 구분했다. 앞바다에 우뚝
솟은 둔대암과 육지를 연결하는 구름다리 부근에 경계선이 있다. 스노클링 포인트는 둔대암 아래
와 맨발체험장 앞쪽 바다다.
둔대암 아래는 갯바위가 파도를 막아 잔잔한 천연 해수 풀장을 만들어준 덕에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체험객이 많다. 맨발체험장 쪽은 갯바위가 병풍처럼 에워싼 코발트블루 바다에서 한적
하게 스노클링 하기 좋다. 체험객은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고 체험 구역 내에 머물러야 한다.
스노클링 장비는 대여하거나 본인 것을 가져와도 된다.
천연 해수 풀장처럼 아늑한 둔대암 아래
씨워커(sea walker)는 장호어촌체험마을의 새로운 체험 거리다. 산소가 충전된 헬멧을 쓰고 바닷
속으로 들어가 수중 세계를 탐험하는 이색 프로그램으로,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단 올해는 방역 문제로 운영하지 않으니 참고할 것. 투명카누와 스노클링은 9월에도 매일
체험 가능하다. 기상 악화로 체험하지 못할 때는 홈페이지에 공지한다.
삼척해상케이블카 장호역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포토 존이 있다.
장호항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투명카누나 스노클링 체험객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입장 가능하다(단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매표소 앞에서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 확인을 거친다). 방문객은 바다를 따라 산책하거나 둔대암 정자에 올라가 쉴 수 있다. 삼척해상케이블카 장호역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숨은 포토 존에서 사진을 찍고, 전망 포인트에서
장호항을 한눈에 내려다봐도 좋다. 갓 잡아 온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어판장도 놓치지 말자.
빨간 등대와 흰 등대가 마주 선 풍광이 아름다운 갈남항
장호항 바로 남쪽에 있는 갈남항은 한적한 어촌의 정취를 간직한 곳이다. 방파제가 감싼 내항이
아늑하고, 지척에 마주 선 빨간 등대와 흰 등대가 포근하다. 아담한 해변 앞에 크고 작은 갯바위가 솟아올라 비범한 풍경을 연출한다.
그 뒤쪽으로 해송이 아름다운 월미도가 보인다. 물빛이 맑고 한적해 조용하게 스노클링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 모든 풍광이 한눈에 담기는 전망대도 있다.
추암 촛대바위와 닮은 듯 다른 초곡 촛대바위
지난해 개통한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이 장호항에서 멀지 않다. 이 일대는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해안 절경 덕분에 해금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삼척의 비경으로 꼽혔다. 전에는 배를 타고 나가
야 해서 일반인은 접근하기 쉽지 않았는데,
삼척시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탐방로를 개설해 누구나 편하게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초곡용굴, 전국적으로 유명한 추암 촛대바위와 닮은 듯 다른 초곡 촛대바위 등 볼거리가 많다. 출렁다리와 전망대, 포토 존이 재미를 더한다.
이사부길에서 만난 정자
삼척항과 삼척해수욕장을 잇는 이사부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비대면(언택트) 관광지 100선’에 포함됐다. 새천년해안도로라고도 알려진 이 길은 바다를 끼고 달리는데, 비취색 바다와 기암괴석, 소나무가 어우러진 절경에 눈이 시원해진다. 길 중간중간에 소망의탑, 비치조각공원, 정자 등 쉴 만한 공간이 있다. 주차장도 마련돼 잠시 차를 세우고 바닷바람을 쐬며 걸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