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내일 도착하는 계절의 이름을 정해주는 시간! 「저녁에 고장 난 별이 노래처럼 번지고 나면」 (최수찬 저 / 보민출판사 펴냄)
시에서 기교를 잘 활용하면 긴장 속에서 세련된 맛과 멋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시인은 효율적인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철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묵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시를 노래했다. 그래서 일부 독자들은 편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상투적이지만 상투적이지 않은 시를 쓸 줄 아는 시인이다. 이 방법은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언어를 얼핏 바라볼 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인은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가벼운 곳에 더 큰 진중함을 숨겨 놓는다. 시집을 천천히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상투적이지만 상투적이지 않는 마법을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소개>
시인 최수찬
시인은 1997년 1월 17일 부산에서 태어났다. 신라대학교 문예창작비평학과를 2학년 수료하고 명지전문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다. 2015년 서정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었다.
메일 _ sudd0801@naver.com
<이 책의 목차>
제1부. 노래가 울려 퍼질 때 도돌이표가 종말을 맞이하고
리부트(D-Day)
마린보이
도플갱어
Homunclus
이층이 있다
비밀
오래된 노래
그믐으로 가는 달
뷰티인사이드
리저렉션
악보
쌍둥이
거울
제2부. 밤에 세워진 허수아비가 되어
기도
우산
허공의 액자와 나비
부고
달무리
별자리
매미가 우는 한 여름밤
잠수
뿌리(My way)
해파리
빨간 마스크
마지막 패스
가을
마음
키보드
White
목소리
속도
사과
한밤의 동굴
정류장
제3부. 내일 도착하는 계절의 이름을 정해주는 시간
개벽
Night Seed Vault
마네킹
영화가 끝난 후에
노르웨이 숲
밤의 기도
언어의 노래
새
지구의 노래
0
36.5도
관계
끝없는 체스(Duel Score)
길
고양이
이사
오늘의 날씨
제4부. 파르페 아이스크림이 완성되려면 겨울이 필요해
타임머신
ㅇ
아침
웃음
틈
화이트데이
지금 우리 학교는
봄
풍선
휴지
2,000년 후의 너에게
오늘 우리는
재앙
네모의 꿈
내일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본문 詩 ‘뿌리(My way)’ 전문>
당신은 유리화분 속에 발가벗은 채
눈을 뜬 채로 오래된 잠을 자고 있었다
세계의 끝은 투명한 유리 벽이어서
꽃들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스무 번째 계절을 배식받으며
여전히 자꾸만 손바닥으로 허공을 짚었다
당신의 오래된 이름은 담쟁이가 아니어서
지붕 위로는 자랄 수 없었다
시간이 햇살처럼 쏟아지는 밤에 당신은 알몸이었다
거짓말하고 화내고 이리저리 움츠러드는
뿌리만이 유일하게 당신이 낳은 사춘기였다
뿌리는 흙 속에 틀어박혀서 그림자를 빨아 마셨다
어둠을 포옹하며 당신은 처음으로 모어를 꿈꿨다
예쁘지 않아, 어둡고 축축해, 괜찮아, 괜찮아
유리 벽에 당신의 얼굴이 유령처럼 나타나 울었다
당신이 살던 흙은 어떤 씨앗을 품고 있을까
그림자가 잉크처럼 유리 화분 속으로 번져 나간다
당신은 다시 어두워진다
<추천사>
시인은 자신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그의 시집을 읽으면서 버릴 시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고,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해도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그가 쳐다보는 대상에 대한 태도도 한몫했다. 시인은 대상을 움켜잡으려 하지 않았다. 대상과 함께 주저앉고자 했다. 이 의지가 세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시인의 몸을 힘 있게 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과 사회를 생각하는 것이다. 시인에게 앞으로 남은 숙제라 하겠다. 또한,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미세한 틈을 보이면서 굶고 있는 어떤 현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철학이요, 삶이다. 시인의 맑은 영혼을 만나면서 우리 사회가 더 밝고 튼튼해질 것이라 믿는다.
(최수찬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220쪽 / 국판형(148*210mm) / 값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