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럼 20회로 금 토 종편드라마 한 편을 다 본 소회(素懷)는 어떠한가!
신선했다. 간접체험을 하고 진정 계약직의 아픔을 진하게 느낀 드라마가 아닐까!
계절이 냉(冷)하기에 주 2회 쯤은 저녁 일찍 8시 30분의 길목을 지키다가 리모콘을 트는 순간이 좋았다.
드라마 한편을 빠짐없이 본게 언제였던가! 기억조차할 수 없는데 갑오년이 가기 전 썰물 때 드러난 암석처럼
제법 굵직하게 남아있는 드라마-.무엇보다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내의 권유였다.
거실 냉장고 앞에 수개월 써붙인 것은 아내의 장점과 단점 중 하나가 무취미다.
신은 그에게 손재주를 하사할 때 꽃피는 삼월이라 만물의 생동으로 깜박 잊고 스친 모양이다.
전혀 손재주가 없다. 나의 경우 무속인이 숨어있는 점을 찾아내어 찬미할 정도로 재줏점이 있지만 아내의 손을 아무리 낱낱이 훑어봐도 작은 점 하나 발견키 어렵다. 때문에 그는 늘 시간나면 치장하고 인디안처럼 줄줄 몸에 걸고 다니길 좋아한다.
그리고 여유시간이면 바보상자 앞에 앉아 아가사 클리스티의 탐정영상물을 보통 즐기는 게 아니다. 아무리 바빠도 그 시간이면 엿처럼 찰싹 붙어 한손엔 맥주를 마셔가며 만끽한다. 그가 채널을 돌리다가 내가 흥미있어하는 바둑과 관련되어 내게 권유한 드라 마라 보기 시작한 게 좋은 느낌으로 끝났다. 바둑과 인생-. 미생과 완생, 그 묘미, 줄달음치며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또 나름대로 기획하기도 했으니 그정도면 값진 드라마가 아닐까!
간밤에 마지막회가 끝났다. 미생은 아직 살지 않은 바둑의 행마다. 이 프로가 그런 제목 때문인지 완생하지 못하고 어딘가
아쉬움이 남긴 했으나, 일단은 성공한 드라마임엔 틀림이 없다. 촘촘하게 짜인 대본, 섬세한 연출과 고른 활력을 불어넣어준 배우들 저마다의 열연 등이 크게 돋보였다. 아! 오차장, 장그래, 강백기, 안영이와 한석율, 그리고 선한 이미지에 악역을 한 한석율 과장-. 마부장의 꼴 ㅋ
세간에 떠도는 비정규직에 대한 강한 메시지와 젊은이들이 겪어나갈 회사에서의 각오들을 암시했다.
특히 나처럼 교직에서 한평생을 보낸 사람에겐 개인회사에서 살아님기 위한 냉혹한 현실을 느끼고 혀를 둘렀다.
물론 모두 팩트는 아니리라. 과장등, 그러나 간간이 욱하는 성질머리인 자신과 연관지어 본다. 인권모독하는 발언에 그래도 참아내는 한상율이 위대한 인내력이 돋보였다. 언젠가 치과병원앞에 잠시 주차한 차가 증발되었을 때 허무함과 견인되어 찾아가서 인생포기까지 무럭무럭 김이 나던 그 때-. 나를 부축이던 그 심정을 돌아보며 개인회사와 공직의 천양지차를 느낀 계기가 아닐까!
간접광고들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애교로 넘어갔다. 신입사원의 철없는 행동으로 중간관리자는 물론 윗간부들까지 휘청대며 책임문제가 폭풍처럼 불어 신입사원에게 경종을 울려주었고, 여자를 보는 눈에 맞장구를 친 안영이의 직장 분위기 맞추기는 참으로 인간관계에서 일종의 배려가 아닐까! 정면에 대고 왈가불가하는 요즘 클레임 세태에-.꽌시-.법고창신(法古創新)인가!
여성을 아직도 성(性)의 대상으로 대화가 오갔지만 워낙 충실한 대본이다. 드라마는 혼자 하는 게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끝장면도 요르단에서 다시 강조하는 꿈의 세계, 구조조정에서 살아남는 길을 멋지게 암시하는 장면들이 이채롭다.
오죽하면 시대성과 결부해 나랏님과 장관까지 미생을 언급하지 않았던가!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곁에서 잘못을 고하는
요즘 정치판을 견주어 보면 이 드라마가 환타지적 요소도 많지만 원작 윤태호의 교훈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다른하나를 빼앗가 가면 다른 하나를 내준다. 버텨라, 힘내라 미생-버텨라,벼텨라-이겨라 가 건배사에 등장할 정도로 선창과 후창들! 이런 구호들로 요즘 송년회가 이채롭다. 을미년에 청양이여! 요즘 기름값이 서민의 지갑을 줄이듯 한해 멋지게 보내주길 빈다. (12/21德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