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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복희씨가 만든 팔괘 #2
少 : 양효陽爻 세 개로 이루어진 이 괘卦에 왜 `건乾`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老 : 건乾이란 굳세어 쉼없이 움직인다는 뜻인데, 그것은 하늘의 성질에 해당한다네.
少 : 하늘이 쉼없이 움직인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老 : 나타나 있는 것으로는 천체가 중단 없이 운행하는 것을 말하고,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는 하늘과 땅 사이에 생기生氣가 흘러다니며 여러 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지.
少 : 건괘乾卦가 복희伏羲 팔괘도八卦圖의 위쪽에 있는 것은 하늘이 높다는 뜻입니까?
老 : 그렇네. 복희伏羲 팔괘八卦는 공간의 분별을 표시한 것이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시간적인 뜻으로 보지 말고, 상, 하, 좌, 우 라는 뜻으로 보아야 하네.
少 : 건괘乾卦는 하늘을 뜻한다고 했으니, 해, 달, 별, 같은 천체도 건乾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老 : 그렇지는 않아. 이 괘卦를 천괘天卦라고 하지 않고 건자乾字를 쓴 것은 형체 있는 하늘이 아니라 그 성질을 뜻하기 때문일세. 괘卦의 모습이나 괘卦의 뜻을 어떤 사물에 비유했다고 해서 그 사물로만 생각하면 안 되네. 괘卦의 뜻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물질이나 현상에 빗댄 것일 뿐이니까.
少 : 그렇다면 건괘乾卦를 양陽의 대표적인 성질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老 : 잘 알았네. 건괘乾卦의 효爻 세 개가 모두 양효陽爻이므로 가장 양적陽的인 괘卦라고 할 수 있지. 본래 역易이란 현상에 대한 관찰과 추리를 통해 자연의 진리를 파악하려는 방법일세. 그러므로 고정된 물체만을 생각하면 역易의 본뜻과 크게 어긋나게 되지.
少 : 건괘乾卦 옆에 ` 1 `이라는 숫자를 붙인 것은 무슨 의미인지요?
老 : 그건 음陰과 양陽이 나누어지는 순서를 표시한 걸세.
少 : 그러면 앞에서 말씀하신 사상四象, 팔괘八卦로 나누어지는 순서와 같습니까?
老 : 맞네. 바로 그 순서대로 된 거야.
老 : 곤坤이란 땅의 성질을 표시한 말인데, 땅의 성질은 하늘과 반대로 고요하고 유순柔順하네. 곤坤을 유순柔順하다고 하는 것은 곤괘坤卦가 음효陰爻 세 개로 되었기 때문이야. 다시 말해 양陽의 성질은 강건剛建하고 음陰의 성질은 유순柔順하다는 뜻이라네.
少 : 땅의 성질이 고요하고 유순柔順하다고 하셨는데, 지구는 자전을 하지 않습니까?
老 : 회전 운동을 한다는 것은 지구의 외형적인 활동을 말하는 것이고, 유순柔順하다는 것은 내면적인 성품을 말하는 걸세. 성품이 유순한 사람이라고 해서 걸어 다니지도 못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少 : 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모났다고도 하고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도 하지 않았습니까?
老 : 주역周易에도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났다[天圓地方]`, `하늘은 움직이고 땅은 고요하다[天動地靜]`는 말이 있네. 그러나 그 말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고 쉬운 말이 아니라네.
少 : 그 말들에 다른 깊은 뜻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老 : 물론이지. 하지만 그것을 말로 다 표현하기는 어려워. 내가 개략적인 뜻이나마 이야기해 볼 테니 잘 들어 보게.
주역周易의 원리는 본래 음양陰陽 상대의 원리이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났다`는 말에서 `하늘`의 상대는 `땅`이고, `둥글다`의 상대는 `모났다` 네. 그러므로 하늘이 있으려면 그 상대인 땅이 없을 수 없고, 둥근 것이 있으려면 모난 것이 없을 수 없네. 그러므로 이 문구에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어. 그런데 사람들이 좁은 식견으로 일면적인 해석을 고집하여 땅이 사각형처럼 모났다고 한 것이라네.
그리고 주역周易에 나오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났다` 는 말의 본래 문장은 `하늘은 둥글어 신묘하고, 땅은 모나서 알 수 있다.[天圓以神, 地方以知]`라네. 여기서 하늘이란 어떤 물체가 아니라 하늘의 이치를 말하고, 땅도 지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땅의 이치를 말하네. 하늘과 땅이란 `하늘의 이치` 와 `땅의 이치`를 의미한 것이고, 양陽의 성질과 음陰의 성질을 나타내기 위해 하늘과 땅에 빗댄 걸세.
`하늘은 둥글어서 신묘하다` 는 말은 하늘의 이치는 둥근 고리처럼 처음과 마지막, 시작과 끝이 없이 이어져서 움직이므로 그 무궁한 변화의 신묘함을 측량하기 어렵다는 뜻이네. 그리고 `땅은 모나서 알 수 있다.` 는 말은 땅의 이치는 순서와 조리가 있어서 우리의 지적 능력으로도 알아볼 수 있다는 뜻이지. 그러므로 `땅은 모났다` 는 말을 지구가 사각형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네.
少 : 예. 알겠습니다.
老 : 그런데 우리가 사는 지구는 형체상으로도 모났다고 할 수도 있다네. 앞에서 말했듯이 움직임 속에도 고요함이 있고 고요함속에도 움직임이 있으므로 일면적으로만 규정할 수는 없지. 지구 전체의 겉모습을 보면 둥글지만, 그 내면이라고 할 수 있는 지형을 보면 산도 있고 평지도 있고 바다도 있네. 이런 점을 가지고 지구는 모났다고 할 수도 있는 걸세. 그리고 지구가 회전 운동을 하는데도 우리가 눈으로 보는 현상 가운데는 회전하는 것이 없지 않나? 이것이 움직임이 고요함을 만들고 고요함이 움직임을 만드는 음양陰陽의 원리에 따른 거야.
모든 일이나 사물에서 일면적으로 꼭 이렇다는 것은 있을 수 없어. 예를 들어 여성의 성격이 일반적으로 고요하다고 해서 여자 운동 선수는 여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내부, 외부의 양면으로 모든 것을 관찰해야 하네. 좀더 세밀히 말하면 네 측면에서의 관찰이 필요하지.
少 : 예. 이제 주역周易에서 지동설地動說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주역周易에 지구가 움직인다는 이야기는 없습니까?
老 : 지구가 움직인다는 의미가 포함된 문장도 있고, 옛부터 지구가 허공에 떠 있다는 말도 있네. 뿐만 아니라 달이 태양의 빛을 받아 빛을 낸다는 말도 있어. 이런 이야기를 여기서 다할 수는 없지만 옛사람들은 아무 것도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일세.
老 : 리離 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여기서는 `빛난다`는 뜻으로 쓰였네. 광명光明이라는 말이지.
少 : 리괘離卦를 왜 불이라고 했을까요?
老 : 리괘離卦를 보면 아래와 위에 각각 양陽이 있고 가운데에 음陰이 있지. 이것은 겉면은 양陽이고 속은 음陰인 모습일세. 이런 외양 내음[外陽內陰]의 이치로 된 것이 불이라네. 불빛은 외부를 향하여 발사되고 내면은 어둡지. 또 불에서 나오는 열도 속보다 겉면이 더 뜨겁지 않은가?
少 : 그러면 아래, 위의 두 양효陽爻는 빛이고, 가운데 음효陰爻는 어둠이겠군요?
老 : 그렇지. 리괘離卦는 양陽 속에 음陰이 있는 모습을 표상한 거야.
少 : 복희伏羲 팔괘도八卦圖에서 리괘離卦가 왼쪽에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老 : 리괘離卦를 불이라고도 보고 태양이라고도 보는데, 리괘離卦가 왼쪽에 있는 것은 해가 동쪽에서 올라오는 모습을 따른 걸세. 뜨겁다, 밝다 같은 해의 성질이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따라 위치를 정한 거라네.
少 : 감坎자에는 어떤 뜻이 있습니까?
老 : 감괘坎卦를 물이라고도 보고 달이라고도 보네. 그것은 감괘坎卦가 겉면은 음효陰爻, 내면은 양효陽爻로 되어 있기 때문이지. 물은 겉으로는 빛이 나지 않지만 속에는 투명한 성질이 있는데 그 투명함을 양陽이라고 보네. 그리고 깊은 물 속보다 물의 표면이 더 차가운데 그것은 물의 표면은 음陰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네.
少 : 그러고 보니 감괘坎卦의 모습이 리괘離卦와 정반대로군요.
老 : 그렇지. 물과 불의 성질이 정반대인 것과 같이 괘卦의 모습도 반대로 되어 있지.
少 :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양陽 하나가 두 음陰 속에 들어 있다고 해서 `빠졌다`고 본다면, 리괘離卦의 가운데 음효陰爻도 두 양효陽爻 속에 빠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老 :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가 있네. 대체로 양陽은 음陰보다 질質이 가볍고 무형적無形的인 뜻이 있고, 반대로 음陰은 유형적有形的이고 질質이 두터운 성질이 있어. 그러므로 형체가 없는 양陽이 형체가 있는 음陰 사이에 들어 있는 감괘坎卦의 모습은 가운데가 움푹 팬 형상이 되지 않겠나? 또 감괘坎卦에는 활동적인 양陽이 음陰 속에 빠져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의미도 있네.
少 : 감괘坎卦가 복희伏羲 팔괘도八卦圖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老 : 마치 해와 달이 뜨고 지는 모습처럼 왼쪽에 있는 리괘離卦의 상대로 반대쪽에 있게 된 거라네. 해는 처음 동쪽에서 나타나는데 반해, 달은 초생初生하는 것이 서쪽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지.
老 : 태兌자에는 즐긴다, 기뻐한다는 뜻도 있고 못에 비유하기도 하네.
少 : 태괘兌卦를 못[澤]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老 : 태괘兌卦를 못이라고 하는 것은 괘卦의 겉모습을 보고 하는 말일세. 맨 위에 있는 음효陰爻를 물이라고 보고, 또 음효陰爻의 모양을 따서 위가 벌어졌다고 보는 거지. 그러니까 움푹 팬 땅에 물이 고여있는 모습이 되는 걸세. 괘卦의 형상을 사물에 비유하는 것이 이렇게 우스운 느낌이 들 때가 많아. 그러나 그 속에는 말로 나타내지 못할 직관적인 느낌이 있는 것이니, 잘 연구해 보면 자연스레 느낌이 생긴다네.
少 : 태괘兌卦에 즐긴다, 기뻐한다는 뜻이 있다는 건 무슨 말씀입니까?
老 : 태괘兌卦는 못[澤]인데, 못에 고여 있는 물은 만물을 길러내는 역할을 하지. 그러므로 만물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것이 기쁨이 된다는 뜻이라네.
이것은 한 괘卦를 관찰할 때 겉모습과 속뜻을 구별해서 보는 걸세. 못이란 겉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고, 기쁨이란 속뜻을 보고 하는 말이지. 이처럼 하나의 괘卦 안에도 겉모습과 속뜻이 있고, 주인 효爻와 손님 효爻가 있네.
少 : 주인 효爻, 손님 효爻라니요?
老 : 괘卦를 이루는 세 효爻를 음양陰陽으로 나누어 볼 때, 그 숫자가 적은 것이 주인[主]이 되고 숫자가 많은 것이 손님[客]이 되네. 태괘兌卦를 보면 음효陰爻가 하나, 양효陽爻가 둘이므로 음효陰爻가 주인이고 양효陽爻는 손님이지.
少 : 왜 숫자가 많은 것이 주인이 되지 않고 적은 것이 주인이 될까요?
老 : 본래 주객主客이란 양量의 많고 적음과는 다른 걸세. 어떤 사물에서든지 주主가 되는 것은 수數가 적은 법이지. 나무만 보아도 몸통은 하나인데 가지와 잎사귀는 많지 않은가?
少 : 태괘兌卦가 동남쪽에 있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老 : 그것은 동남쪽에 못[澤]이 많다는 뜻인데, 여기서 못을 바다로 보면 되네. 지구의 동남쪽에 물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이지.
少 : 왜 동남쪽에 물이 많은 걸까요?
老 : 지구의 동남쪽이 지대가 낮으니 자연히 물이 많지 않겠나? 반대로 지대가 높은 서북쪽에는 산이 많지.
老 : 간괘艮卦의 간艮 자에는 `그친다`는 뜻이 있고, 그 모습은 산이 된다고 하지.
少 : 그렇게 보는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老 : 간괘艮卦는 위에 양효陽爻 하나가 있고 그 밑에 음효陰爻가 둘 있는데, 주인은 위에 있는 양효陽爻이지. 이것은 주인인 양陽이 아래의 두 음陰에게 붙잡혀서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는 형상이네. 그래서 그친다는 뜻으로 보는 걸세. 그리고 간괘艮卦를 산에 비유하는 것은 우뚝 서있는 산의 형상을 빗댄 것이기도 하고, 불기운이 위로 솟아올라서 형성된 산의 뜻이 맨 위에 양효陽爻가 있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기도 하네.
少 : 그러면 간괘艮卦의 위에 있는 양효陽爻를 불이라고 보고 태괘兌卦의 위에 있는 음효陰爻를 물이라고 보아, 두 괘卦가 서로 대립된 것이라고 생각해야겠군요?
老 : 그렇지. 동남쪽과 서북쪽은 서로 상대되는 방위이므로 괘卦 도 반대로 된 걸세. 산을 가리키는 간괘艮卦가 서북쪽에 위치한 것은 서북쪽에 육지와 산이 많다는 뜻이야.
少 : 간괘艮卦의 위에 있는 양陽 하나가 아래의 두 음陰에게 얽매여 가지 못하고 서 있다고 하셨는데, 그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老 : 그것은 음陰과 양陽이 서로 당기는 자연의 성질을 가지고 한 말일세. 밑에 있는 두 음陰이 양陽 하나를 끌어당겨 양陽의 진행을 정지시킨다고 보는 거지.
少 : 위에 음효陰爻 두 개가 있고 아래에 양효陽爻 하나가 있는 이 괘卦 를 왜 진괘震卦 라고 했을까요?
老 : 진震이란 진동한다는 뜻이지. 진괘震卦의 주인은 첫번째 효爻인 양陽인데, 양陽은 본래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을 가졌네. 그런데 위에서 두 음陰이 누르고 있으니 양陽은 두 음陰을 깨뜨리고 치솟아 오르려고 몸부림쳐 진동을 일으키게 되지. 그런 뜻으로 진괘震卦라고 이름붙인 걸세.
少 : 진괘震卦를 우레[雷]에 비유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老 : 물론 우레에 진동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우레라는 현상은 진괘震卦처럼 속에 양陽이 있고 겉에 음陰이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기도 하네. 이것을 말로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데 굳이 말한다면, 우레가 치면서 바깥쪽을 향해 불길을 쏘는 것이 속에 있는 양陽이 터져 나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네.
그리고 우레란 바람이 일어나는 것과는 반대로 양陽이 먼저 움직임을 일으키고 그 후에 음陰이 부딪혀서 생기는 현상이야. 대개 이런 뜻으로 우레는 속에 양陽이 있고 겉에 음陰이 있으며, 또 양陽이 앞서고 음陰이 따르는 성질이 있다고 하는 걸세.
少 : 그러면 바람은 어떻게 일어납니까?
老 : 우레는 양陽이 앞서고 음陰이 따르는 데 비해 바람은 음陰이 앞서고 양陽이 따른다네. 바람은 음陰의 기운이 주동이 되어 발생한다는 말이지.
少 : 진괘震卦가 동북쪽에 위치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老 : 우레란 어떤 물체가 아니라서 표현하기가 좀 어렵군. 태양이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올라오는 것과 같이 우레도 맨 아래에있는 양효陽爻가 진동을 일으키며 밀고 올라오는 뜻이 있다고 보네. 즉, 양효陽爻가 추진력을 가졌다는 말인데 그 추진하는 성질을 동쪽의 기세라고 보는 걸세.
少 : 손巽 자는 무슨 뜻입니까?
老 : 손巽 자는 `입入` 자의 뜻처럼 `자기의 본래 자리에 들어있다`는 뜻이네. 본래 음陰의 정위치는 아래쪽이나 안쪽인데, 손괘巽卦의 주인인 음효陰爻가 괘卦의 제일 아래쪽에 있으므로 자기의 본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지. 그리고 바람이란 음陰이 주도하는 현상인데, 음陰의 기운이 아래에 들어가고 양陽의 기운이 위로 올라가는 데서 생기는 걸세. 다시 말해 바람은 음陰과 양陽이 각각 본래의 자리를 찾으려는 데서 생기는 현상이야. 그래서 손괘巽卦를 바람에 비유하는 거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