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에만 충남 예산과 강원도 정선을 비롯해 전국에서 14건의 산불이 잇따랐다. 산불이 잦은 것은 건조한 기후탓도 있지만 몰상식한 불장난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산불 소식이 유난히 많이 들린다. 최근 10년 평균보다 1.5배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불이 일단 나면 진화에 엄청난 수고와 경비가 든다. 그야말로 낭비이다. 불은 어쩔 수 없이 날 수도 있지만 산불의 경우 대부분 아주 부주의한 행위에 기인한다.
한국의 농촌에서는 예전부터 논두렁 밭두렁 태우는 습관이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봄 농사를 위해 좋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농촌에서 배출되는 각종 쓰레기를 아직도 그냥 태워버리는 경향이 아주 짙다. 분리수거에 익숙치 않은 동네나 고령층이 많은 지역에서 특히 그렇다. 낙옆이나 종이 등이 아니고 플라스틱도 그냥 태운다. 공기 오염은 물론이고 그 불씨가 조금이라도 번질 경우 엄청난 산불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농촌에 사는 노령인구들은 자신들이 젊었을 때부터 행해온 그 버릇대로 행동한다. 젊었을 때는 그래도 불씨를 잡을 순발력도 힘도 있었지만 지금을 그렇지 못하다. 행동이 늦어져서 불씨를 잡을 수가 없다. 아아아 하다가 그냥 산불로 번진다. 그러면 오랜기간 자랐던 산의 나무들과 자신이 사는 주택도 온전하지 못하다. 자신의 뒷산뿐아니라 그 아까운 국유림도 다 타버린다.
이제 겨울철도 다 가고 봄철이 되니 다시 그 습관화되어 있는 불지르기가 성행하고 있다. 뭔가 이런 봄날에는 불을 질러야 속이 풀리는 모양이다. 폐비닐이 가득한 쓰레기를 태워 그 재를 다시 밭에 뿌리는 것은 오염물질을 그대로 흡수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금 귀찮더라도 동네 이장이나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부탁을 해야 한다. 요즘은 군에서도 그런 지원을 해준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나서서 불을 지르고 그 불이 뒷산에 옮겨 붙게 하는지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어제 충남 예산 금오산 산불의 경우 헬기 5대와 소방대원 491명이 동원된 가운데 3시간여 만에 주불을 잡았다고 한다. 최종 진화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동원된다. 정말 굉장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헬기 한번 이륙하는데 얼마나 많은 경비가 드는지 아는가. 토요일에 소방대원 490여 명이 동원되는 그야말로 낭비중의 낭비가 지금 전국에 걸쳐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십년 수백년 동안 뒷산을 지켰던 그 아름드리 나무들이 순간에 잿더미로 변한다. 국고 손실도 이런 국고 손실이 따로 없다. 그야말로 작은 쓰레기 하나 태우려다 온동네 산을 온통 불구덩이속으로 집어넣는 격이다.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식이다. 올들어 지난 16일까지 전국에서 일어난 산불을 265건이다. 지난 10년 평균인 176건의 1.5배 정도이다.
산림청은 산 경계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소각 행위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이를 어기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하지만 너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예 소각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법을 적용해야 한다. 등산하다 담배불 등으로 불이 난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한 한 번 불을 낼 경우 소화에 든 경비 일체를 불을 낸 당사자에게 받아 내야 한다. 왜 일부 몰지각한 화재범의 행위를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하려 하는가. 법이 허용하는 가장 엄한 죄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 너무도 아까운 우리의 자원이 그냥 타버리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픈 일이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2023년 3월 1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