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모든 전말이다
- 고영
그제는 수선화를 심었다.하루 만에 꽃이 피기를 기대했지만 하루 만
에 피는 꽃은 없었다. 성급한 건 나 자신일 뿐, 꽃은 성급하지 않았다.
질서를 아는 꽃이 미워져서 어제 또 수선화를 심었다. 하루 만에 꽃을
보기를 기원했지만 하루 만에 민낯을 보여주는 꽃은 없었다. 아쉬운건
나 자신일 뿐, 꽂은 아쉬울 게 없었다. 섭리를 아는 꽃이 싫어져서 오늘
또 수선화를 심었다.하루 만에 꽃이 되기를 나는 또 물끄러미 기다리겠
지만 포기할 수 없는 거리에서 꽃은, 너무 멀리 살아있다.
한 사람을 가슴에 묻었다.
그 사람은 하루 만에 꽃이 되어 돌아왔다.
ㅡ계간 《시와사상》(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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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오죽헌은 예전의 고아한 모습보다 훨씬 현대적 색채가 기미되어 관람동선이 설계되어 있었다
결혼하고 본가에 머물던 신사임당이 율곡을 회임한 꿈을 꾸었다는 몽룡실을 필두로
기념관을 둘러보고 가욋시설인 화폐전시관 시립박물관도 관람하였는데
행정당국의 발빠른 관광객 유치전략에 감탄하게 되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한 곳에 모아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네들은 알고 있었다
그 많은 초당두부마을 식당마다 주차장이 빼곡했고, 대형버스는 드물었지만 소형차는 출입이 힘들 정도였다
안덕해변 백사장을 우산 쓰고 걷는 해변의 여인도 보였던 커피숍 2,3층도 인산인해였다
당일치기 문학기행에서도 명승보다 기억에 남을 것은 김동명, 신사임당 율곡 그리고 허균 허난설헌이었다
'예나지금이나 뛰어난 인재로 삶을 이어가는 게 제각각 평탄대로는 아니었구나' 그리 생각하게 된 하루-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시작된 노래방에서 나름대로 실력(?)을 과시한 회원들에게 감탄을 했다
듣기로는 박자 음정 감정 모두 만점일 것 같은 노래보다 뭔가 지나치거나 모자란 노래가 100점을 얻는 신기함으로
돌아오는 시간 내내 즐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