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그저 그런 발라드 가수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야 했고, 동시에 그것들은 모두 빼어난 완성도를 가져야 했다. 어설프게 다른 장르를 시도한다면 그것은 결국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사실로 만드는 일 밖에 되지 못했기에 그는 사운드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발라드를 만들더라도 '이승환스러운' 발라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이승환의 음악적 정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 시도에 대한 당장의 결과가 어떻건 간에 다양한 장르에 대한 시도와 사운드에 대한 투자는 다음 앨범을 위한 밑거름이 됐으니 말이다. 'Human'이 그 첫 시작이었다면 'Cycle'은 그것이 더욱 심화되면서 정말 '아이에서 어른으로'가는 과정처럼 혼란과 성장을 함께 동반했고, 'War in life'는 그 완결편이었던 것이다.' - 강명석의 글 인용 -
강명석의 이승환 발라드에 대한 편견
Sunny-side up에 대해 들어가기에 앞서 이승환 발라드에 대한 묘한 오해를 풀어보고 싶다. 위의 글은 강명석의 분석이라고 하기에는 보기 드물게도 매우 단선적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일반적인 이승환 발라드에 대한 편견을 무의식중에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신이 그저 그런 발라드 가수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야 했고, 동시에 그것들은 모두 빼어난 완성도를 지녀야 했다.'라고 하는 구절은 강명석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 맥 빠지는 구절이 아닐 수 없다. 강명석은 귀납법을 써야 할 자리에서 연역법을 쓰는 치명적 실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환은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으며 동시에 그것들은 모두 빼어난 완성도를 가졌다. 그럼으로써 그는 자신이 그저 그런 발라드 가수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자, 어떤가? 같은 말이라도 그 틀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승환이 발라드 가수라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노력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을 정반대로 바꾸어 버리면 안 된다. 이승환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자신의 욕구에 충실했을 뿐이며 음악적 방향을 정함에 있어서의 대전제가 '자신이 그저 그런 발라드 가수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발라드를 만들더라도 '이승환스러운' 발라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이승환의 음악적 정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라는 구절도 마찬가지다. 이승환은 발라드를 만드는 데에 총력을 기울임으로서 음악적으로 발전한 것이지 '자신의 음악적 정체를 막기 위해' 발전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묘한 문장은 그의 글에서 가끔 눈에 띄는데 강명석이 진지하게 검토해 주었으면 한다.
기술적 분석에 문외한인 나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강명석의 기술적 분석에는 발톱만큼도 못 따라간다는 것을 미리 '자백'하고 싶다. 그의 글이 처음에 다소 부담되었던 것에는 분량이 방대하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그보다는 개별 곡의 음악공학적인 기술 분석에 질려 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높게 쳐준다 해도 음악공학적 지식은 일반 평균에 불과할 나 같은 문외한이 이승환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박학다식한 강명석의 음악공학을 한번에 이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이번 글을 위해 강명석의 글을 수십 차례 읽었고 대강의 줄기는 파악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곳 투성이라고 실토한다. 서두에서 보기 드물게 평이하다고 말한 강명석의 글이 이럴진대 목에 힘깨나 주는 다른 평론가들의 글은 오죽하겠는가? 내가 느낀 어려운 단어들을 나열한다면 아래와 같다.
▶ ''Sunny-side up'이 일견 비슷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듯 하지만 각각 따져보면 R&B부터 캐롤, 뮤지컬, 애시드 재즈까지 오가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재즈까지는 알겠는데, 애시드 재즈란 처음 듣는 말이다. 내가 너무 문외한이라서 그런 걸까? 애시드(acid : LSD[환각제의 일종]), 애시드 재즈(acid jszz : 환각적인 경험을 연상시키는 음향과 가사의 재즈음악)
▶ '곡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브라스 세션과...'
; 처음엔 알 듯 모를 듯 해서 영어사전을 찾아보고 나서 정확히 안 단어. 브라스(brass : 금관 악기)
▶ '크레딧을 보면 실제로 탭댄스를 추도록해서...'
; 내가 설상가상인가? 도대체 크레딧이 신용이라는 뜻 외에 무슨 뜻이 있는지 몰라서 역시 사전을 찾은 후에야 그 의미를 알았다. 크레딧(credit : 영화 텔레비전 따위에서 제작자, 재료의 출처, 제공자 따위를 분명히 하는 일)
▶ ''춤바람'은 아예 자미로콰이같은(물론 곡은 전혀 다르지만 'Supersonic'이라는 가사가 포함된 건 우연은 아닌 듯 싶다) 애시드재즈나 펑키/디스코 스타일을 노리고 만든 듯 싶은데,'
; 자미로콰이는 사람 이름인가?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는 설정의 느낌에 점점 주눅이 든다.
▶ '하지만 문제는 그런 각각의 퀄리티를 춤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그루브함이다.'
; 왜 굳이 퀄리티(quality)니, 그루브(glue)니 하는 단어를 써야 하나? '하지만 문제는 그런 각각의 음색(음질)을 춤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점착력이다.'라고 쓰는 것을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일까?
▶ '정확하게 말하면 록을 기반으로 일렉트로니카, 팀버랜드식의 업템포 리듬...,'
; 일렉트로니카는 아래에서 설명하고 있으니 팀버랜드부터..., 그런데 전혀 모르겠다. 윽~~
팀버랜드(timber land : 삼림지), 이게 도대체 뭐람!?
▶ '사운드만으로 '아크로바트'를 하는 음악이 얼마나 대중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을까.'
; 아크로바트라... 전혀 감이 안 잡히는 단어다. 아크로바트(acrobat : 곡예사, 표변자, 변절자), 아 이제 알겠다...
▶ '이럴바엔 그냥 일렉트로니카를 하지 왜 굳이 멜로디를 만드는가.'
; 정확하게 말하면 모른다고 해야 할 단어가 또 나왔다.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 전자음악), 상당히 광범위한 단어라 할 수 있군.
▶ '기타리프나 강한 드러밍대신 아르페지오 기타로 경쾌한 리듬을 한번 잡아준 뒤에'
; 아르페지오(arpeggio : 아르페지오[하프, 피아노 등에서 화음을 연속적으로 빨리 연주하는 일]), 사전까지 찾아봤지만 역부족...
▶ '그것이 그대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잠시동안의 브릿지를 위한 것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 브릿지란 단어를 쓰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까?? 브릿지(bridge : 라디오, TV, 음악에서 주요 장면 도는 주제를 잇는 짧은 음악, 연기 효과음 따위)
▶ '리듬 프로그래밍으로부터 시작해 디스토션 기타, 현악세션 등이 등장하면서'
; 기타의 종류가 많기도 하다. 디스토션(distortion : [음의] 일그러짐), 이것으로 대략 짐작할 수 밖에...
▶ '이전처럼 극단적인 스케일이나 그로울링 보컬을 쓰는 대신'
; 그로울링 역시 브릿지와 마찬가지로 대체할 수 없는 우리말이 없어서 쓴 것일까?? 그로울링(growling : 으르렁거리는).
▶ '지금까지 해왔던 록이라기 보다는 요즘 전세계적으로 록의 주류로 떠오른 익스트림록, 혹은 핌프록의 강렬한 사운드를 이승환식으로 해석한 것이어서,'
; 상당히 많이 들어왔지만 정확한 개념정리는 안 된 단어들이다. 익스트림(extreme : 극단적인)록, 핌프(pimp : 매춘 중개인, 이 단어가 맞긴 맞나!?)록, 이런 단어들은 정말 어렵다. 너무나 광범위해!
내용이 형식을 지배하기도 하고 형식이 내용을 좌우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영어단어의 사용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강명석의 리뷰는 말 그대로 '평민적' 비평의 모범이 될 것이다. 강명석은 단어 사용이라는 형식에 무심한 나머지 글의 진가를 가릴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했으면 한다.
앞으로 Sunny-side up의 개개의 곡에 대해서 나 역시 주를 달겠지만 강명석이 너무나 앞서서 명확하게 개척해 놓았기 때문에 그의 텍스트에 첨삭을 하는 정도에 머물 것 같다. 나로선 자존심 상한다는 느낌보다는 강명석과의 공감대를 확인한다는 뿌듯함이 더 크다. 3주라는 짧은 기간에 이토록 명확하게 기술적 분석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강명석의 텍스트가 있기에 내 작업도 수월해졌다는 것 또한 명확하다.
◆ <잘못>
Egg의 타이틀곡 <잘못>에 대한 강명석의 리뷰는 주목할 만하다. 나는 강명석이 에그를 두고 수차례 애매한 앨범이라고 말을 하는 이유가 <잘못>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만큼 이 곡은 7집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변한 것은 그가 만들어낸 멜로디의 구성방식이 아니라, 그가 그 멜로디를 그 '자신'의 목소리로 소화한다는데 있다. 그가 곡의 스케일이나 성격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냄으로서, 이 곡은 그의 이전 곡들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곡이 된 것이다. '잘못'은 그냥 평이한 것을 노린 곡이 아니라, 익숙한 이승환 발라드의 형식을 그 자신의 보컬로 새롭게 조절한 곡에 가깝다. 그리고 이것이 이승환이라는 'Ego'의 첫 번째 특징일지도 모른다. '그대는 모릅니다'처럼 극단적으로 폭발하지도 않고, '당부'처럼 아주 절제하지도 않은 채 자신의 보컬을 있는 그대로 내니 곡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지고, 동시에 그러면서도 멜로디의 기승전결은 그대로 뚜렷하게 드러난 곡이 나온 것이다. 편안하지만 평이하지는 않고, 동시에 의외로 '여백'도 없다. 만약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은 이승환이 들려준 이승환 그대로의 보컬 때문일 것이다.' - 강명석의 글 인용 -
강명석의 말처럼 에그에서 이승환의 보컬은 확실히 변했다. 타이틀곡 <잘못>에서부터. 이승환은 5집에서부터 감정을 절제하는 보컬을 시도하기 시작하더니 6집 당부에서는 극단적으로 절제된 보컬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것이 이번 7집에 와서는 균형을 찾아 이승환 본연의 보컬의 하나로 굳게 자리매김한 느낌이다. 이러한 보컬은 듣기에는 쉬워 보여도 막상 따라 부르려 하면 의외로 어렵다. 감정을 절제해야 하지만 자칫 너무 건조해질 수 있고 그렇다고 감정을 약간 넣을라치면 그 약간이 대단히 미묘해서 금새 힘이 들어가는 오버가 되어버리곤 한다. 예전의 보컬 스타일이었다면 /안녕 안녕/ 나 없어도 되니/와 같은 절정부의 초입부에서부터 상당한 감정을 넣었을 것이고 그 연쇄 반응으로 절정부에서는 보컬을 폭발시켜야 하는 예전의 모습이 나왔을 것이다.(잘못의 후반부 작곡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강명석의 '주관적' 취향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과연 이승환이 이런 식으로 '편안한' 발라드를 만들어낸 것이 듣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것일까? 좋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구성이라면 더 밀집된 사운드와 더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둘 다 가져간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이승환의 곡에서 이런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이렇게 만들 바엔 그냥 옛날 타이틀곡처럼 질러주는걸 바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박함과 애절하고 스케일 큰 발라드의 중간에 아주 정확하게 걸쳐있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이 곡,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런 식으로 구성된 이승환의 곡들은 참으로 말하기가 힘들다. 편안함에 비중을 둔다면 잔잔하면서도 따라 부르기 좋은 확실한 후렴구까지 갖춘 고급스러운 곡이 되지만, 곡의 구성을 따라가며 듣는 사람이라면 후렴구가 상상외로 '부르다 만'것 같은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다.' - 강명석의 글 인용 -
강명석의 말마따나 그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앞에서 매우 예리한 분석을 보여준 그는 여기서 매우 주관적인 개인 취향의 영역으로 빠지려 한다. '이런 구성이라면 더 밀집된 사운드와 더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둘 다 가져간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강명석은 왜 생각의 선후를 바꾸는 것일까? 뭔가 빈 듯하면서 평이하고, 그렇지만 고급스러운 '이런 구성'을 위해 '밀집된 사운드와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제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강명석은 위에서 자신이 열심히 분석해 놓은 틀을 그새 잊어버렸나? 아니면 분석한 틀은 틀이고 자신의 취향은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그런 의도인가? 읽는 이는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앞에서 보여준 강명석의 객관성 때문에 여기서의 주관적 취향마저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면 읽는 이가 너무 태만한 것일까? 강명석은 자신의 취향을 못내 숨기지 못하는 스타일인 것만 같다. 그렇지 않으면 정통파적인 음악에 지나치게 충실하든가 말이다. 아래의 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잘못'에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더 남는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승환이 평이한 멜로디를 만드는데 매우 힘들었다고 하는데, 이 곡은 그 평이한 멜로디를 만들다가 결국 완벽하게 성공하지는 못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할까. 이승환은 아마 자신의 보컬에 어울리는 소박하고 담담한 멜로디를 만들기를 바랬겠지만, '당부'처럼 아예 자신의 보컬을 억누르지 않는 한 그것은 아직도 힘들거나, 아니면 그런 분위기를 노리면서도 대중적인 포인트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것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곡은 오히려 후렴구가 너무 강하지도, 그렇다고 소박하지도 않은 묘한 곡이 되어 버린 듯 싶다. 물론 가사까지 함께 하면서 곡에 이입된다면 보다 곡에 빠지기 쉬울 수도 있겠지만, 곡 자체로 보았을 때는 뭔가 정석대로 나가면서도 듣는 이의 기대를 저버리는 곡 같다고 해야할까. 도입부는 담담하고 편안한 보컬로 나가면서도 점점 상승하며 폭발하는 구성을 보여주고, 그러면서도 보컬은 끝까지 편안함을 유지하니 곡을 들으면서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야할지가 쉽지 않다.' - 강명석의 글 인용 -
◆ <A song for you> & <..... 사랑하나요!?>
강명석의 너무나 '분명한' Ego
아무래도 이 두 곡은 패키지로 묶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이 음악의 느낌을 이렇게도 바꾸어 놓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 정도로 두 곡의 색깔은 밝다. 이 두 곡은 전체적으로 무난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인데 그것은 강명석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Over easy의 리뷰를 보면 알겠지만 그의 날카로운 기술적 분석이 진가를 발휘하는 곳은 Sunny-side up이 아니라 오히려 Over easy쪽이다. 그는 기술적 분석 측면에선 이 두 곡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이렇게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곡들은 그만큼 만들기에 따라서 지나치게 곡이 비어있는 느낌을 줄 수도 있는데, 이 곡은 그것을 코러스를 통해 매우 훌륭하게 메꾸면서 '잘못'처럼 꽉 차고 계속 절정으로 몰고 가는 구성 없이도 곡을 충분히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 <A song for you> 中 강명석의 글 인용 -
'다른 곡에서는 장르의 일반적인 특징과 이승환의 특징사이에서 묘한 간극을 보여줬던 이승환-유희열 콤비가 이 곡에서만큼은 이승환의 보컬 속에서 자연스러운 멜로디라인을 확실히 찾아나가고 있다.' - <..... 사랑하나요!?> 中 강명석의 글 인용 -
강명석은 이쯤에서부터 자신의 개인적 취향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데 나는 이러한 스타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상당히 곤혹스럽다. '비평'에서 개인의 취향을 전혀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개인의 취향을 드러냄에 있어서 어느 정도 객관적인 논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이것 또한 보는 시각에 따라 매우 주관적일 수 있으니 이 문제는 대단히 미묘하다. 그러면 일단 이 문제는 보류해 두고 그의 취향을 따라가 보자.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이승환의 불분명한 '자아'다. 이 곡의 장점이 자신의 보컬에 맞는 편안한 멜로디를 만들어낸 이승환의 작곡이라면, 단점은 마찬가지로 R&B곡에서도 자기만의 특색을 내세우고자 하는 이승환의 작곡과 보컬이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흘러가는 R&B곡이 코러스와 이승환의 '세상에서...'부분 사이를 잇는 '내게 맡겨줘요~'나 2절의 '나아질 거에요'같은 부분에서 갑자기 '이승환식'의 보컬과 멜로디라인이 드러나면서 곡의 분위기가 튄다. 정석대로 한다면 여기서 R&B창법을 쓰면서 분위기를 확 살리던가, 아니면 더욱 감미롭게 살짝 마무리를 하겠지만 이승환은 그냥 자기 목소리 그대로 음정을 높이면서 곡에 힘을 준다. 이 부분 때문에 이 곡은 코러스의 풍부함에 이승환의 특성이 더해지면서 곡의 포인트로 나아가기는 하지만, 과연 감미롭게 잘 흘러가던 곡을 이런 '이승환식'으로 전개시켜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잘못'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은 좋아하는 사람은 '이승환식'이기 때문에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색해서 싫어할 만한 부분이다. 없으면 말쑥한 R&B곡은 되지만 뭔가 이승환이라는 특징이 드러나는 것이 조금 약해지고, 있으면 있는 대로 곡과 완벽하게 소화되지는 못하는, 정말 'Ego'가 생각나는 부분이라고 해야할까.' - <A song for you> 中 강명석의 글 인용 -
나는 위의 글에서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강명석의 너무나 분명한 '자아'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강명석은 자신이 정통적인 기법을 중시한다는 인상을 다시 한번 나에게 강하게 준다. 그는 이승환에게 왜 정통의 R&B곡과 R&B창법을 구사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던진다. 강명석이 '이승환식'에 대해 아직 뚜렷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립하지 못한 까닭일까? 이승환처럼 다양한 장르를 하는 뮤지션이 되도록이면 장르의 속성을 건드리지 않고 자신을 투영시킨다는 것이 그리 말처럼 쉬운 일인가... 또 그래야만 하는가? 자신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도 있지 않나? '이 부분은 좋아하는 사람은 '이승환식'이기 때문에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색해서 싫어할 만한 부분'이라는 말은 강명석의 비평치고는 매우 궁색해 보인다. 나로서도 정말 강명석의 에고가 생각나는 부분이라고 해야 할까? 강명석은 이승환과 신승훈을 비교하면서 둘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논한 것을 본인 스스로 다시금 환기하고 생각을 정리해 주었으면 한다.
'이승환은 하나의 장르를 만들 때마다 그 장르에 매우 깊숙이 파고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최대한 그 장르에 정통적으로 접근해 가는 사운드를 비롯해 창법 역시 그 장르에 맞춰 상당부분 변화를 가져간다... 반면 신승훈은 장르를 끌어들이되 철저하게 자신의 스타일 속에서 소화한다. 극단으로 치닫기보다는 대중들이 '신승훈의 음악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자신만의 특성을 집어넣으며, 동시에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곡의 밸런스를 통해 대중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다. 이승환이 지금껏 자기 스스로 쌓아온 사운드의 거대한 벽을 7집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하나씩 뛰어넘으려 한다면, 신승훈은 자신의 스타일에 큰 뿌리를 두고 여러 사운드를 조금씩 흡수하는 것이다.' - 신승훈의 哀而不悲 中 강명석의 글 인용 -
'정말 이런 감정상태라면, 그리고 실제 자신이 사랑을 하고 있다면 조금은 장난스럽게, 혹은 보다 가슴 벅차게 '사람냄새'나는 보컬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여성 보컬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예쁘고 단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승환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이 묻어나오는데 여성의 보컬은 그냥 노래 잘 부르는 기계가 부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정말 채림이 아니더라도, 조금 장난스럽게, 조금 풋풋하게 솔직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사랑하는 사람치고는 너무 예상대로 음악의 퀄리티에 어울리는 딱 어울리는 보컬만 썼다고 해야할까. 극단적인 장난끼나 아이디어보다는 자기 음악 안에서 완성된 퀄리티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부분이 아닐까 싶다. 만약 5,6집 때라면 정말로 그런 시도도 해보지 않았을까. 물론 그래도 곡은 뛰어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뭔가 딱 하나 빠진 거 같아 왠지 아쉽다. 굳이 표현하자면 채점하는 사람에 따라 110점 짜리도 될 수 있던 곡이 누구에게나 딱 100점만 맞을 곡이 됐다고 해야할까?' - <..... 사랑하나요!?> 中 강명석의 글 인용 -
이제서야 강명석의 주관적 취향에 나 역시 주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때가 왔다. 강명석이 말한 '여성의 보컬은 그냥 노래 잘 부르는 기계가 부르는 것 같다는 느낌'은 그 표현이 무척 야박하지만 이승환의 무엇인가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프란다스의 개>에서 파트라슈를 외치는 여성 보컬의 지나친 매끄러움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 <기다림>
앞으로 전개될 '이승환식 발라드'의 모델
이승환의 초기작을 연상시키는 잔잔함이 느껴지는 <기다림>은 그의 소박함이 '경지에 오른' 곡이라 평하고 싶다. 이것은 과거로의 회귀라든가, 정체라는 뜻은 아니다. 이렇듯 소박한 멜로디 라인에서도 지금까지의 사운드 발전을 느낄 수 있도록 보여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앞으로 이승환이 나아갈 '이승환식 발라드'의 모델이 되리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앞으로 전개될 '이승환식 발라드'의 모델이란 <기다림>과 같은 스타일이 중심에 위치해 균형을 잡으면서 그 좌우로 한쪽엔 당부와 같은 스타일이, 다른 한쪽엔 <끝>과 같은 스타일이 있으면서 전체적으로 이승환의 소박함을 표현하는 쪽으로 가리란 예상을 해 본다. 강명석은 <기다림>과 같은 곡에서조차 고급스러운 오케스트라 편곡을 했다는 사실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역시 글의 후반부에서 나오는 그의 취향...
강명석의 정통파 기질과 냉소
'그런데, 그는 이런 곡에서마저도 이 정도로 고급스러운 오케스트라 편곡을 하고, 그 오케스트라로 하여금 그 분위기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씁쓸하고 우울해도 '고급스럽게' 그것을 표현해야겠다고 하는 것일까. 이런 것이 바로 이 앨범의 '애매한' 부분들인데, 이렇게 뭘 하든 고급스럽고 부유한 그의 음악적인 색깔을 인정한다면 이 곡은 적당히 쓸쓸하지만 고급스럽기도 한 팝이 될 수도 있지만, 정말 이것을 쓸쓸하거나 잔잔한 감성으로 받아들여야할지도 의문스럽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곡의 스타일에 보컬과 사운드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곡의 스타일이건 이승환이 지금까지 구축해온 보컬과 사운드 속에 흡수하려하고, 그 둘이 만들어내는 묘한 조화나 이질감이 앨범 전체에 퍼져있으니 정말 뭐라 말하기가 힘들다.
아마도 이승환이 지금까지 어떤 스타일로 노래를 불렀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나름의 재미를 찾으며 들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전작까지 이승환의 행보에 대해 모르다가 이승환의 이번 앨범만 들은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다 괜찮은데 뭔가 상상하는 것과 다르게 곡이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조금 편안하고, 따뜻하고, 멜로디도 쉬운데 뭔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씩 달라서 확실하게 '꽂히는' 곡은 찾기 힘든 그런 느낌 말이다. 간단한 예로, 이 곡에서 보여주는 이승환 특유의 창법, 즉 마지막의 '아마도 아직 내가 기다림에 시간..'에서 '도'에서 갑자기 엷게 톤을 잡는 보컬을 뭐라고 말할 것인가. 이건 정상을 벗어난 발성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바로 그는 이 보컬로 자신의 15년 가까운 음악생활을 해나가면서 자기 스타일로 만든 것이다. 이건 어쩌면 곡 하나하나가 좋으냐 싫으냐의 문제보다는 이승환의 스타일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좋아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정말 이 앨범에서만큼은 모든 음악은 이승환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게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떠나서 말이다.' -강명석의 글 인용 -
읽다 보면 왠지 강명석의 냉소가 느껴지지 않는가? '씁쓸하고 우울해도 '고급스럽게' 그것을 표현해야겠다고 하는 것일까.' 내가 강명석에게 되묻는다. 씁쓸하고 우울한 감정을 고급스럽게 표현한다는 것이 그리도 마음에 걸리는가? 강명석의 대답은 바로 나온다. '곡의 스타일에 보컬과 사운드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곡의 스타일이건 이승환이 지금까지 구축해온 보컬과 사운드 속에 흡수하려 하고, 그 둘이 만들어내는 묘한 조화나 이질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명석은 그 예로 이 곡에서 이승환 특유의 창법을 거론했는데, 그의 정통파 기질은 여기서도 나오고 있다. 나는 이제 강명석이 냉소를 거두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냉소'란 확실한 호불호의 입장이 아닌 아웃사이더의 입장이거나 무관심한 상태에서의 감정이 아니던가? 이것은 그 자신의 말대로 '곡 하나하나가 좋으냐 싫으냐의 문제보다는 이승환의 스타일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좋아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가까운 것'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 <삼촌 장가가요>&<나 잡아봐라>
이승환, 어깨에서 힘을 빼다
Over easy에서 성인용 록 오페라가 <위험한 낙원>이라고 한다면 Sunny-side up에서는 앨범의 분위기에 맞게 어린이용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삼촌 장가가요>가 있다. 이런 뮤지컬 스타일의 음악은 이승환이 새롭게 시도해 보는 장르인데 처음 시도해 본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너무나 매끄럽게 한편의 뮤지컬을 만들어냈다. 이승환은 역시 쇼(show)적인 감각이 탁월하다. 일상에서 있을 수 있는 평범한 대사들을 묶어내서 이러한 다채로운 뮤지컬로 만들어 낼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마도 이 곡을 이승환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라이브에서 여러 가지의 편곡과 연출로 변형시켜 그야말로 매 공연마다의 뮤지컬로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곡의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이승환에게 흔히 있을 법한 일을 이렇게 필요한 '대사'들만 추려서 하나의 곡으로 완성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크레딧을 보면 실제로 탭댄스를 추도록 해서 그 사운드를 녹음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 이승환은 정말 이 곡에서 작은 뮤지컬 하나를 염두에 두고 그것을 나름대로 실천한 셈이다. 아마 뮤지컬을 만들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아도 이렇게 자기 앨범 안에서 이런 식으로 만들어내는 경우는 한국에서 이승환밖에 없을 듯 싶다.' - 강명석의 글 인용 -
강명석의 오버
'모든 것이 뮤지컬답지만, 이승환만큼은 '삼촌 장가가요'의 느끼하고 넉살 좋은 삼촌이 아니라 그냥 실제로 장가 못 가고 있는 가수 이승환에 가깝다. '쬐그만 게 뭘 안다고..'같은 부분의 이승환 보컬은 평소의 이승환의 창법과 다르지 않고, '가끔씩...'에서의 창법 역시 조금 힘을 준 것 외에는 이승환이 평소 부르는 보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보컬로 발라드나 조금 힘있는 록을 부른다 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대사는 조카나 그 외의 가족들, 친구들의 말까지 모두 씹어버리지만 보컬 자체에는 그런 넉살을 일부러 배제한 듯 싶다고 해야할까. 마치 아무리 흐트러지는 분위기에서도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려는 신사 같다고 해야할까. 만약 다른 사람이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면 그냥 역량 부족이려니 하겠지만, 이승환은 '애주가'나 '못말리는 봉팔이'를 비롯한 여러 곡들에서 이보다도 훨씬 더 넉살좋고 경박하게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니 이것은 그의 나름의 선택이라고 해야 할 듯 싶다. 그는 이제 다양한 보컬을 내기보다는 그냥 자신의 분명한 스타일 안에 잘 짜여진 뮤지컬과 경박함까지 다 흡수하려 한 듯 하다고 하면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의도적으로 보이는 'Ego'의 강한 표현은 장점과 단점이 너무나 확실하게 보여서 역시나 어떤 호평이나 악평을 하기를 힘들게 만든다. 여기서 조금 더 이 스타일들을 자기 세계에 맞추거나, 아니면 그 세계에 자신을 맞추거나 한다면 마음놓고 극찬이라도 하겠는데, 이 앨범의 곡들은 거기서 계속 묘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과도기라고 해야할지 이거야말로 이승환이라는 'Human'의 가장 원형에 가까운 'Egg'라고 해야할지 대체 모르겠다.' - 강명석의 글 인용 -
강명석은 역시 정통 기질이 다분해 보인다. 그는 <삼촌 장가가요>에서 이승환의 보컬이 좀 더 경박해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야 이 곡의 느낌이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명석의 말에는 물론 일리가 있지만 왠지 표준을 강요하는 듯한 뉘앙스를 느끼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강명석은 물론 이승환의 의도를 잘 꿰뚫고 있다. '보컬 자체에는 그런 넉살을 일부러 배제한 듯 싶다'고 한 것이나 '이제 다양한 보컬을 내기보다는 그냥 자신의 분명한 스타일 안에 잘 짜여진 뮤지컬과 경박함까지 다 흡수하려 한 듯 하다'라고 한 것, '그의 나름의 선택이라고 해야' 한다고 이해한 것은 정확한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승환의 에고에 대해 언급하기에 이르렀는데, 이 부분에서 강명석에게 오버가 보이기 시작한다. '의도적으로 보이는 'Ego'의 강한 표현은 어떤 호평이나 악평을 하기를 힘들게 만든다'라고 전제해 놓은 뒤 다음의 말이 재미있다. '이 스타일들을 자기 세계에 맞추거나, 아니면 그 세계에 자신을 맞추거나 한다면 마음놓고 극찬이라도 하겠는데, 이 앨범의 곡들은 거기서 계속 묘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앞에선 이승환의 강한 에고 때문에 보컬이 단정함을 유지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면서도 뒤에서는 스타일이 확립되지 않고 묘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승환의 에고가 얼마나 더 강하게 표출되어야만 묘한 평행선을 벗어나게 되는 걸까? 강명석이 보컬의 문제로부터 에고로 오기까지는 좋았는데 여기서 약간 무리를 한 느낌이다. <삼촌 장가가요>의 보컬문제에 대해서 나 역시 조금 덧붙인다면 이승환이 실제의 자신을 감정이입했으리라는 극히 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싶다. 그래서 그는 어깨에 힘을 뺀 채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고 평소의 모습으로 조카와 대화를 하는 것이다. 코러스라인도 이승환의 그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평범'하지 않은가? 평상시의 모습대로 해 보겠다는 것이 이승환의 에고라고 할 수는 있지만 강명석의 말처럼 강하게 표현되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이승환의 키치
''나 잡아봐라'는 이승환 특유의 장난끼와 '닭살'이 이승환의 고급스러운 스타일과 만나 묘한 시너지를 낸 곡. '....!? 사랑하나요'처럼 일부분 연인과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있는데, 남자가 콩깍지가 쓰인 정도를 넘어서서 아예 여자를 지구 사람이 아닌 걸로 생각하기까지 하는 노래다.(그리고 알고 보니 사실이라는...;;)' - 강명석의 글 인용 -
듣고 있으면 빙긋 웃음이 나오는 <나 잡아봐라>는 이승환의 키치적 감성이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승환의 키치를 좋아하고 더욱이 제목에까지 예민한 사람이라면 앨범을 처음 사서 들을 때 다른 곡보다 앞서서 들을 것 같은 곡이다. 강명석은 <삼촌 장가가요>에서 이승환의 보컬에 대해 더욱 경박해질 것을 주문했지만 나는 그 주문이 <나 잡아봐라>에서였다면 더욱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곡이야말로 화자의 연령대가 낮은 것으로 보이고 여성 래퍼의 목소리가 그것을 확인시켜 준다. 내용부터가 '어린 것들'의 그것 아닌가? 곡의 성격에 잘 들어맞는 중간의 여성 랩은 매우 친근감이 든다. 랩 끝 부분에 있는 구김살없는 천진한 웃음소리는 이 랩의 백미라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