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궤화상 - 혜공

[무량]

혜공(惠空)은 신라 선덕여왕때의 신승(神僧)으로 신라 십성 중의 한 인물이다. 천진공(天眞公)의 집에서 심부름하는 할머니의 아들로 태어났다. 7세때에 천진공의 병을 고치고 자신의 신통력이 알려지자 출가하여 작은 암자에 머물렀는데, 삼태기를 지고 취하여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잘 추었으므로 사람들이 부궤화상 (負簣和尙)이라고 불렀다.

혜공은 천진공의 집에서 고용살이를 하고 있는 노파의 아들로 태어났다. 늦은 나이에 아들을 얻은 노파는 남달리 영특한 아들의 지혜를 자랑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어린 신동이도 스스로 그 신통력을 감추려고 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남달리 영특한 경우가 많다. 어느 전생에서 익힌 것인지, 태어나자마자 천자문을 읽고 글을 짓는다거나, 어느 빼어난 예술가의 작품을 이해하고 재현한다거나,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통력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그저 그러거니 넘겨 버릴 수만은 없는 일들이 예나 지금이나 간간이 나타나고 있다.

혜공은 일곱 살이 되던 해에 뛰어난 의술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아픈 사람을 진맥 하거나 수술하거나 처방하지도 않고, 곁에 앉아서 마음으로 치료를 끝내 버리는 신통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에게도 그런 기능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런데 주인 천진공이 몹쓸 종기가 나서 백약을 써봐도 효험이 없었다. 이 의사 저 의사를 불러도 차도가 없이 종기가 심해져서 전신에 마비를 일으킬 정도에 이르자, 문병이 아니라 마지막 인사를 나누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그집 노파가 말했다. “사람마다 중병을 앓는 것도 전생에 지은 업보이겠지만, 천진공은 이생에 좋은 일을 많이 했으니 어서 쾌차하여 더 좋은 일을 해야 할 터인데 참으로 안 되었구나.” “병이 나으면 좋은 일을 많이 할 사람도 있고 건강해져서 그 힘으로 남을 괴롭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천진공은 병이 나아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보통 어머니들 같으면 네깐놈이 뭘 안다고 그러느냐고 호통을 쳤겠으나, 자식의 숨은 신통력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뜻을 주인에게 전하기로 했다. “제 아들이 주인님의 병을 보고자 하는데 좋으시겠습니까?”

사람이 병들어 누우면 생각나는게 명의요, 명약인데, 사람마다 모르는 명의가 없고, 모르는 명약이 없으니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옳은 듯하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이 옳은 듯하여 이 약도 써보고 저 약도 써보다가도 병만 더 깊어지는 법이다. 나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지혜가 흐트러지고 감정이 미약해져서 달콤한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헛된 시간을 보내기가 일쑤다. 건강할 때의 하루 이틀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병상에서 며칠은 생명을 단축시키는 충분한 날짜이기 때문에 헛수고로 세월을 보내는 일만큼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은 없으리라.

천진공은 명의는 다 만나 보았는데 한 울타리 안에 살고 있는 어린아이가 자신의 병을 한 번 보겠다는데, 그 성의나 용기가 가상하여 들어오라고 했다. 죽음 직전에 온갖 사람을 다 만나 위로를 받는데 한 울타리에 사는 사람의 위로를 거절할 수가 없지 않은가. 병실에 들어온 혜공은 천진공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물론 진맥을 한다거나 종기를 만져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가 들어와 앉자마자 신비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종기가 쑤시기 시작했다. 전신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일으켰다. 그런데도 천진공은 그게 좋은 징조라고 믿으며 아픔을 참아냈다. 마침내 종기가 터지고 속살로부터 종기의 뿌리가 빠져나와 피고름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참으로 신통한 일이었다. "네가 들어와 있으니 신통하게 종기가 뿌리까지 뽑혀 터지는구나! 아무도 못해 낸 일인데 이제사 살아나게 되었구나!" 하도 많은 약을 쓰고 하도 많은 의사들이 다녀갔기 때문에 곧 나을 것이다. 곧 종기의 뿌리가 뽑힐 것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그저 그순간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만 여겼다. 우연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천진공과 혜공은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혜공은 매를 길렀다. 물론 주인을 위해 기른 것이었지만 날짐승치고는 마치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영리했다. 여러 매 중에서 가장 영리한 매를 천진공이 가졌다. 그런데 그의 동생이 벼슬을 하게 되어 멀리 떠나게 되었는데 아끼는 그 매를 달라고 졸라 하는 수 없이 주었다. 하루 저녁에는 그 매가 몹시도 보고 싶었다. 천진공은 할 수 없이 다음날 혜공을 보내어 그 매를 가져오게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에 혜공을 불렀다. 혜공이 들어서는데 그의 어깨에는 매가 앉아 있었다. 밤새도록 생각했고 가서 가져 오라고 부탁하려던 그 매가 그의 어깨에 앉아 함께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매는 어떻게 왔는가?" "어젯밤에 다른 매를 보내 주고 데려왔습니다." "어째서?" "데려오라고 하실 것 같아서요." "참으로 놀랄 일이로다." "사람 마음을 헤아림이 그리도 놀랄 일입니까?" 천진공은 곰곰히 생각했다. 전날 종기가 터져 낫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필시 이가 신통력을 발휘하여 낫게 했으리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신통한 사람을 몰라보고 함부로 대하고 하인으로만 부려먹다니 참으로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지덕이 뛰어난 성인이 우리집에 의탁하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광언(狂言)과 비례(非禮)로써 모욕했으니, 그 죄를 어찌해야겠습니까? 이후로는 도사(導師)가 되어 나를 인도해 주십시오." 천진공이 큰 절을 하며 애원하자, 혜공은 하늘을 보며 말했다. "이미 들통이 났으니 갈 길로 가야겠습니다." "어디로 말입니까?" "전생에도 중이었으니 이생에도 하다남은 공부를 해야지요." 그는 스스로 입산하고 혜공(惠公)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신통한 사람이 절에 들어가 승복을 입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항상 미친 것처럼 잔뜩 취해 가지고 삼태기를 지고 거리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부궤화상이라고 불렀고 그가 있는 절을 부개사(夫蓋寺)라 했는데 부궤는 삼태기라는 뜻이다. 혜공은 그의 미친짓으로 자신의 신통력을 감추고 살았다. 그런데 사람들 속에서 깊은 공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물 속에 들어가 공부를 했는데 어떤 때는 몇 날 며칠 동안을 지내기도 했다. 그가 우물에서 나오려면 먼저 청의동자(靑依童子)가 나왔다. 푸른 옷을 입은 신동(神童)이 먼저 솟아 나왔기 때문에 그 절의 스님들이 혜공이 나오는 시각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혜공의 옷은 한 번도 젖어 있지 않았다.

이렇게 신통한 혜공은 아무하고도 불법을 의논하지 않았다. 누가 말을 걸어와도 취해 버렸고 미친짓을 하여 쫓아 버렸다. 그런데 원효대사만 만나면 날이 새는 줄을 모르고 진리를 의논했다. 그래서 원효가 경전 강의집을 찬술하다가 시간이 나면 찾아와서 그 내용을 주고 받으며 법담을 나누는 것이었다. 하루는 혜공과 원효가 시내를 따라가다가 서로의 신통력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대는 죽이는 법만 알지 살리는 법은 모르시는가?" 원효가 대답했다. "나는 죽이지도 않고 살리지도 않기 때문에 그렇게 번거로운 법이 필요없네." "그렇다면 점심으로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게 어떻겠는가?" "생사에 걸림이 없는데 뭘 묻는가?" 그들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물에 있는 돌 위로 올라 앉아 똥을 누었다. 그들이 눈 똥이 물속에 떨어져 각각 두 마리의 물고기로 변했는데 한 마리는 물살을 가르고 위로 올라갔으며, 한 마리는 물살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올라가는 저 물고기가 내 것이다." "아닐세. 바로 내 것일세." 두 신통한 법사는 올라가는 물고기가 서로 자기의 똥이라고 우겼다. 물살을 가르고 올라가는 물고기야말로 힘찬 정진력을 나타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혜공이 있던 절을 오어사(吾魚寺)라고 부르게 되었고, 그 시냇물을 모의천(芼矣川)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혜공은 지푸라기를 가져다 새끼줄을 꼬았는데 왼쪽으로 꼬았다. 모든 새끼줄은 오른쪽으로 꼬기 마련인데 그는 반대로 왼쪽으로 꼬아 가지고, 들쳐메고 선덕여왕이 세우고 불공드리러 다니는 영묘사에 갔다. 영묘사 스님들이 우르르 달려나와 혜공을 영접하려고 했다. 그는 새끼다발을 던지며 말했다. "그대들이 내 말을 믿거든, 이 새끼줄로 금당과 좌우의 경누각과 남문의 난간을 둘러쳐 묶으시게." "도승의 말씀인데 어찌 거역하겠습니까?" "이 새끼줄은 3일 후에 풀도록 하오." 영묘사 대중들은 혜공이 던지고 간 새끼줄로 법당과 좌우의 요사채와 남쪽에 있는 난간들을 둘러쳤다. 그런데 사흘이 되던 날에 선덕여왕이 불공을 왔는데 여왕을 흠모하다가 상사병이 난 지귀(志鬼)가 와서 탑 아래 앉아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는데, 돌아가던 선덕여왕이 팔찌를 뽑아 그의 품에 안겨 주고 떠났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난 지귀의 가슴에 심화(心火)가 터져 나와 그도 타죽고 그 불길에 의해 절에 불이 붙어 큰 화재가 생겼는데, 오직 새끼줄로 둘러친 곳만은 화재를 면하게 되었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혜공을 만나고자 하는 이들이 무수히 나타났으나 그의 자취를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신통한 법사들이 모이는 대법회가 열리는 신인종(神印宗)의 금강사 낙성식에 혜공이 초대를 받아 관심이 몰리게 되었다. 신인종의 대사인 명랑(明朗)법사는 훗날 사천왕사를 짓고 당나라 군대를 바닷속에 묻어 버린 신승으로 그 위치가 매우 높게 되는데 그때 그의 신통력으로 혜공을 불러들였던 것이다. 금강사 낙성식이 거행되자 전국의 고승이 다 모였는데도 혜공은 오지 않았다. 명랑법사가 향을 피우고 정성을 들여 주문을 외웠다. 잠시 후에 혜공이 나타났다. 그런데 빗속을 달려온 혜공의 옷은 젖어 있지 않아 고승들이 깜짝 놀랐다. "명랑법사의 초청이 하도 은밀하여 왔소이다." 혜공의 신통력은 매우 많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전생도 승려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가 죽기 전에 물었다. "스님의 전생은 누구였습니까?" "승조였느니라." 승조는 중국의 장안 사람으로 노자와 장자의 학문을 좋아하다가 유마경을 읽고 불교에 귀의하여, 그뒤 구마라집의 제자가 되어 역경사업에 종사하다가 31세의 젊은 나이로 입적했었다. 그는 죽은 200여 년 만에 다시 태어나 신통력을 성취하고 생사를 자유 자재하는 대진리를 터득한 뒤에 구름을 타고 날아가 이생의 옷을 벗어 던졌다.

[웃는아침]

나무아미타불

[무량]

이전에 승조대사 일화가 올라왔기에 찾아서 한번 올려봤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미타행자]

통일신라시절의 큰스님들의 법력으로 아직까지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김종랑]

승조대사께서 오온개공을 몸소 실현 하셨던 스님이시라 원력소생하신 혜공대사의 불가사의한 일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겁니다.
무량님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화심]

그런 일들이 있었네요....나무아미타불...()()()...격음지미를 이기셨나 봅니다...고맙습니다....다시 오신 이유가 분명할 텐데....

[무량]

신라가 어찌 보면 복 받은 나라이지요.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