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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운 두 가지 목표.
집에 혼자 있는 일요일이다. 문경에서 과수원을 하는 처제집에 사과 선별작업을 도와주러 갔다가 나는 일이 있어 먼저 서울로 올라왔다. 아내가 집에 없으니 기분이 홀가분하고 홀홀단신 자유의 몸이 된것 같은데 또 한편으로는 뭔가 좀 허전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은 누가 들으면 쑥스럽지만 그래도 아내가 없을 때 해야 할 두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는 세탁하기다.
문경에서 사과 선별작업 한다고 땀깨나 흘렸으므로 입었던 옷가지를 세탁하는 일이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나는 이때까지 세탁기를 한번도 돌려 본 일이 없다. 말로써만 아내에게서 코치를 받은 적이 있지만 실제로 해 본 적은 없다. 나는 지독한 기계치이지만 용기를 내어 해 보기로 한다. 먼저 전기스위치를 올리고 물높이를 정하고 세제를 넣고 돌리는데 요란스럽게 물 나오는 소리가 나서 작동이 시작되었는가 싶다. 도중에 뭔가 잘 못 됐나싶어 두세번 세탁기 뚜껑을 열어보니 빙빙 돌아가는 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것 같다. 오래 된 세탁기가 되어서 그런지 시끄럽게 1시간 가까이 요동을 치더니 조용해져서 가 보니 스위치가 자동으로 끄져 있다. 세탁물을 만져보니 어느정도 건조가 돼 있어 끄집어 내어 베란다의 걸이에 쭈욱 걸어놓았다. 내 생애 최초의 세탁기를 이용한 세탁이다. 물론 요즘은 아내가 팔을 다치고 나서 엔간한 런닝셔츠 팬티 수건 손수건 양말등은 빨래판을 하나 사서 세면대에 올려놓고 빨래비누로써 세탁을 하고 다리미질까지도 한다.
여담이지만 왜 진작 미싱일을 배워두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배워 두었으면 수선해야 할 옷들이 생기면 간단히 수선해서 입을 수 있는데. 수선비가 손만 대면 5,000원 10,000원 15,000원이다. 내가 가죽제품 회사를 운영할 때 가죽 미싱기술도 배워두었으면 참 쓸모가 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집에서 가끔 단추를 달거나 간단한 옷 꿰매는 일을 해 보면 비록 바늘구멍에 실 끼는 일이 힘들지만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이런 일에 내가 적성이 좀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들도 처음에는 자잘한 일부터 시작해서 유명 디자이너가 된 경우가 있지 않은가 .얼마전 TV에서 본 영화인데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남자간호사인데 왜 의사가 되지않고 간호사가 되었느냐고 물으니 '나는 의사보다도 간호사가 더 적성에 맞는것 같다' 고 대답하는걸 본 적이 있다.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현대는 직업선택을 하는데 자기의 적성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가 우선이 되어야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자기발전도 되고 돈도 벌고 행복지수도 높아진다는 생각이다.
두째는 집안 청소하기다.
요즘은 청소하기가 싫어서 게으름을 피우기가 예사인데 아내가 보다 못해 " 여보 물걸레를 빨아 당신과 내가 방과 마루로 나누어서 발로 밀기로 합시다 " 해서 가끔 그렇게 하는데 내가 게으름 피울 때 하는 핑게가 걸작이다. 어차피 우리가 죽으면 모두 먼지로 돌아갈텐데 굳이 그 먼지를 그렇게 자주 치울 필요가 있느냐 하니 아내는 또 그 소리냐 하면서 어이없어 한다. 오늘은 아침식사후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초등학생이 선생님에게 칭찬 받을 목적으로 숙제를 하듯이 혼자 열심히 청소를 한다. 못 쓰는 옷가지 하나를 가위로 몇등분하여 세숫대야에 적셔놓고 하나씩 짜서 마루와 방을 차례로 밀고 다닌다. 손으로는 허리가 아파서 어렵고 발로써 하는 발청소이다. 로봇청소기를 하나 살까 해서 이야기를 해 보니 어느 친구가 그것도 해 보니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 구석구석 깨끗이는 어렵지만 발청소가 무난하다. 오랜만에 청소를 하고 나니 기분이 개운하다.
아내가 내일 올라오면 ' 여보 당신 없는 사이에 내가 세탁기 돌려 옷들 모두 세탁해서 말려놓았고 집안청소도 말끔히 해 놨소 ' 하고 큰 소리 한번 쳐야겠다. 그리고 내일 저녁에는 둘이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과 SK의 6차전을 봐야겠다. 아내는 전 두산감독 김경문이 같은 고향 공주 출신이라고 두산팬이다. 그래서 나는 SK를 응원한다. 아내도 야구를 자주 보니 제법 야구에 재미를 붙였다. 내년에는 둘이 함께 가끔 야구장에 가서 젊은이들과도 어울려 봐야겠다.
2018.11.11 (일)
첫댓글 가을 스산합니다..잘감상하고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아기자기하고 즐겁게 사시는 예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성들여 수고하신작품 감사합니다.![남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70.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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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세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