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비록 날씨는 흐렸지만 가게 장사는 하고 있었더랍니다.
우리 가게는 고향 밀양에서 회센타를 하죠..
그런데 비가 갈수록 심하게 내리는 거예요.
물론 티비에서 태풍이 북상하고 있고,이번엔 우리나라를 강타한다고 했죠.
하지만 항상 일본으로 빠졌던 기억에 우린 방심을 좀 했었죠.
사실 장사하느라 뉴스에 귀기울이지도 않았고..
바람도 조금 쎄졌는지 가게앞 큰 차양망이 날라갔더라구요.
저녁무렵 도무지 안되겠다 싶어서 장사를 마무리하고 다들 집으로 들어왔죠..
대충 창문 단속만 하고,모두 거실에 모여앉아 선물로 들어온 적포도주 한잔을 했죠..
그런데 갑자기 정전이 되고 정말 태풍이 제대로 오는지 비바람이 거세지는 거예요.
바람도 바람이지만 비만 얼마나 내리는지 창문틈으로 빗물이 벌컥벌컥 넘어오는 거예요.
가족모두 수건이란 수건을 다 들고 남동 방향 창쪽에 넘치는 물을 닦느라 어깨가 빠지는 줄 알았죠.
순식간에 대야를 가득 채우는 빗물..
그리고 창문은 정말이지 휘어지고 있음을 느꼈죠.
바람소리도 정말 겁나게 들리고,여기저기 부서지는 소리..
암튼 다들 엄청 바삐 맡은 임무를 다했죠..
그런데 문제는 가게에 있는 물고기들..
아빠랑 언니가 바람을 뚫고 가게를 갔죠..
가게는 집 바로 뒤에 있거든요.
정전이라 고기가 산소 모자라거나 온도가 올라가면 죽거든요.
그래서 그거 해결하고, 밧데리랑 전구를 가져왔죠.
잠시후 집으로 들어온 아빠가 말씀했죠.
"옆에 조립식 택시 사무실 날라갔다,내 차 옮기고 올께.."
주차장에 엄마,아빠차를 주차시켰더랍니다.
그런데 집으로 아빠랑 언니가 오려고 가게 문에 나서는 순가..
조립식 건물 앞부분이 들려 몇번 흔들리더니 갑자기 뒷쪽으로 퍽 치며 무너지더라는 거예요..
그런데 엄마차 뒷 유리만 다 깨지고,아빠 차는 정말 간만의 차이로 안부서진거예요.
사실 첨에 엄마차는 차고에 아빠가가 주차장에 있었는데,
엄마차를 다시 주차장에 보내고,아빠차를 더 옆으로 옮겼대요.
그런데 엄마차까지 조립식 건물이 부서져 날라간 것..
천만다행인 것은 건물이 부서지기 직전에 보신 아빠가 차를 빼려고 차열쇠를 찾다가 없어서 집으로 오셨대요.
그런데 열쇠들고 나가보니 건물 붕괴로 엄마차가 부서진거..
열쇠가 있었더라면 아빠는 차에 갔고,그럼 아마도 아빠는 엄청 다쳤거나 영영 못 볼수도 있었죠..
정말 섬뜩했죠.
쇠판이고 뭐고 다 날라가고 여기저기 창문 깨어지고 말도 아니었더랍니다.
우리집은 이층에 차양망이 엉켜서 나르는 바람에 전선들이 내려앉고,기왓장이 조금 떨어졌었죠.
그래서 아빠랑 엄마가 나가셔서 가위로 차양망을 끊고 오셨죠.
집사이 차고는 이미 철근대는 휘고,천막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밤 11시가 좀 넘어서야 조금 잠잠해졌죠.
라디오도 들을만한게 없던터라 도무지 상황을 알 수가 없었죠.
그재서야 일단 알람을 맞추고 모두 거실에서 잤더랍니다.
일이 생기면 다시 일어나서 하자고..
다행이 그냥 조용히 넘어간 모양입니다.
13일..이렇게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어제 무슨일 있었다는게 실감나지 않았죠..
일어나자마자 동생이랑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고왔죠.
간판,유리 깨어진집이 수십곳..
컨테이너 사무실은 다 넘어지고,조립식 건물든은 붕괴되고,부서지고,오래된 기왓집도 지붕이 엉망되고,나무들은 뿌리채 뽑히고..
낙동강물은 고수부지 축구골대가 잠길만큼 높았죠.
여기저기 차들도 날라온 것들에 유리가 깨어지고,부서지고..
사람 안 다치면 제일 좋은거라 말했죠..
집으로 돌아와서 하루종일 여기저기 청소하고,보수하고..
그런데 저녁이 되어도 전기가 안들어오는 거예요..
냉장고에 것들이 녹아들기 시작하고,고기들도 웬지 아파 보였죠.
부랴부랴 밀양 시내에는 전기가 들어온단 정보를 입수하고,
차를 타고 가서 큰 얼음을 두 번이나 잔뜩 샀죠.
그래서 냉장고에도 넣고,물고기 물통에도 넣었죠..
가스랑,유선전화만 되었죠.
모든 핸드폰-이동통신도 수신이 안되었죠.
근처 기지국에도 문제가 생겼나봐요..
그래서 하루내내 장사도 못하고, 저녁에 일찍 집으로 들어왔죠.
촛불이랑 전구 하나에 불에 의지해서,
한 상 가득 차린 음식을 먹었죠.
백세주 한잔,와인 한잔,고기 한 점...
정말 분위기 좋았더랍니다.
밥 먹고나서 밖에 나가 동생이 사온 폭죽으로 멋진 불꽃 놀이 하고..
숱한 별과,달은 암흑 속에서 더 빛을 발했죠..
온동네가 아주 깊은 산골처럼 어두웠어요.
다만 보름이 엊그제라 조금 밝았죠.
다시 집에 들어섰는데 갑자기 들어오는 전기..
와~우린 환호성을 질렀죠..
그렇게 한 사십분 정도 불이 들어와서 우린 모두 못다한 일들을 했죠.
그런데 이게 뭔일인지 사십여분만에 이젠 전기들어온 동네마저도 다 정전이 되어버린거죠..
그나마 첨엔 옆동엔 몇 군데는 전기가 먼저 들어왔는데..
그렇게 다시 암흑이 되었고,우린 조금 쉬다가 그냥 다같이 거실에서 잠들어버렸죠..
14일..오늘은 날씨가 더 맑습니다..
눈 뜨니까 "어..전기 들어왔다"
순간 전기가 들어왔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추억을 남깁니다..
이렇게 강한 태풍이 몇 십년 만이라는데..
이번엔 제대로 우리 동네를 지나갔더랍니다.
다행인것은 아빠가 운좋게 안다친 것과 십년전에 우리도 조립식 건물에서 삼사년 살았는데 이집을 지었다는 것...
생각만 해도 아찔했답니다..
농작물은 다 엉망되고,여기저기 재해로인해 힘들어 할 국민들..
모두모두 포기하지 말고,빨리 복구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합니다..
첫댓글 82온나 부산에 00 싶다....^^;; 우리도 매형 승용차 뒷유리 박살났당..ㅡㅡ;;
그날 저녁 나는 단지...전기가 나가 냉장고에 잔뜩 든 음식 걱정만 했었는데...흑흑! 그런 필사의 밤을 보내셨는지 모르고...부끄럴따름이네요. 힘내세요. 팟팅!!!
ㅋㅋ 욕밧따~~~ 우린 사무실 지붕이 없따..뒤통수에 햇볓이''' 으~~뜨거버라 혈압올라간다 --" 내도 얼음사다 옆에 놔두던지...
ㅎ ㅓ ㅁ ㅣ ... ㅡ ㅡ^
*** 지영아 붓다언니야... 애썼다 부모님 옆에서 잘 보살펴 드리고... 기운내고... ^^*
지영이 힘내고....이 좁은 우리나라에도 지역의 차이가 많이나는게 신기하네...서울은 정말 아무일 없었는데....앞으로는 좋은일이 있겠지....
태풍칠 때 아빠는 헬멧 쓰고 나가시고,엄마는 수건덮고 냄비 쓰고 끈 묶어서 나갔었어요..ㅋㅋ
클날뻔했따.. 나도 날려가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았다.. 진짜...지금 목이 아파 죽겠다.. 어찌나 살려고 발버둥을 쳤던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