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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애좋던 동실·서실마을 물꼬 탓에 남편들 싸우자부인들 잠자리 거부하는데…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187> 물꼬싸움
야트막한 둔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실마을과 서실마을은 갈라졌지만 거리는 두식경도 되지 않아, 저녁 먹고 이 마을 사람들이 저 마을로 마실을 가고 식전이면 저 마을 사람들이 이 마을로 두부를 사러 오기도 한다.
동실마을이나 서실마을 둘 다 50여호씩 사는 조그만 마을로 동실마을에서 서실마을로 시집을 가고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장가를 가 세월이 흐르며 핏줄이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히고 설켰다.
이 마을 김 서방네 딸은 저 마을에 살고 저 마을 오 서방네 고모는 이 마을에 살고 박서방 며느리는 종고모 사돈의 딸이고 우 서방 이모는 저 마을 사돈의 사촌누이고….
틀어지려야 틀어질 수 없는 동실마을과 서실마을 사이에 싸움이 그것도 대판으로 붙었다.
그놈의 가뭄 때문이다.
장곡천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다가 용머리 바위에서 물줄기가 둘로 갈라진다.
한줄기는 동쪽으로 흘러 동실마을을 적시고, 한줄기는 서쪽으로 흘러 서실마을을 적신다.
산골이 깊어 사시사철 콸콸 물이 흘러 동실·서실의 생명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겨울 눈이 안 오더니 봄이 되어도 비다운 비가 한번도 안 오고, 모내기 철이 되자 장곡천 물줄기는 가늘어져 농민들 입에서 한숨소리만 쏟아져나왔다.
어느 날, 서실마을 박 서방이 입에 거품을 물었다.
“장곡천에서 내려온 물이 아이 오줌 줄기 같아도 용바위에서 똑같이 나눠져야 하는데 동실마을 쪽으로 더 많이 흘러가더라고! 동실마을에서 물꼬를 튼 거여.”
동실마을 사람들이 용머리 바위로 올라가 돌을 던져 서쪽 물길을 슬쩍 동쪽으로 돌렸다.
하기야 옛말에 ‘물꼬싸움은 형제도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동실·서실마을이 혈연으로 엮어졌다 해도 물꼬싸움에 물러선다는 것은 곧 굶어 죽는 길이었다.
밤중에 동실마을 젊은이들이 용머리 바위로 올라가 물꼬를 동쪽으로 틀면 새벽녘에 서실마을 젊은이들이 올라가 아예 바위로 졸졸 내려가는 동쪽 개울을 막아버렸다.
동실패와 서실패가 맞부딪쳐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입싸움을 하다가 급기야 멱살잡이로 가더니 주먹이 오가고 코피가 터지고 입술이 당나발이 되고 눈퉁이 방탱이가 되고 이빨이 나갔다.
“그 자식이 나한테 주먹질하다니!”
땅을 치며 분통을 터뜨리는 박 서방에게 주먹을 날린 사람은 당질이고,
서로 멱살잡이 한 사람은 사돈간이다.
여자들이 들고일어났다.
여자들이 남편을 잡고 제발 싸우지 말라고 통사정을 해도 막무가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으니 남정네들의 야만적인 행동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동실마을 여자들이 용머리로 올라오고 서실마을 여자들도 올라왔다.
서로 붙잡고 울어 눈물바다가 됐다.
“고모야, 어쩌다가 동실·서실이 이 지경이 됐노!” “동서~.” “형님!”
금세 남정네들 성토장이 벌어졌다.
남자들은 얼씬도 못하게 하고 여자들이 공정하게 물관리에 들어갔다.
서실마을 부녀회 두취(우두머리)인 우씨 부인이 말했다.
“남정네들을 응징하는 강력한 방법이 있소!”
우씨 부인의 설명에 모두 손뼉을 쳤다.
용머리 바위는 원래 서당학동들이 원족을 하는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동실·서실 부인네들은 돗자리를 깔고 차양을 치고 솥을 걸고 밥을 하고 닭을 잡았다.
우씨 부인이 제안한 남정네 응징 방법은 남편에게 밥을 해주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잠자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동실·서실 온동네 마누라들은 신바람이 났다.
낮이면 차양 아래서 물에 발을 담그거나 낮잠을 자고, 밤이면 달빛에 모여앉아 얘기꽃을 피웠다. 열흘이 지나자 남정네들이 안달이 났다.
어느 날 저녁,
권 서방네 아들이 용머리에 올라와
“엄마, 아부지가 왔어.”
권 서방은 농사를 짓는 농부가 아니라 보부상으로 석달 만에 집에 온 것이다.
그날 밤 권 서방네 마누라는 내려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정 서방 딸이 올라와
“엄마, 용이가 열이 펄펄 나. 빨리 와봐.”
마누라가 당당걸음으로 내려갔더니 거짓말이었다.
정 서방이 마누라 치마를 벗겼다.
여자들이 잠자리를 거부하면 남자들만 안달이 나는가?
부녀회의 굳은 동맹에 균열이 가기 시작할 때 우르르 쾅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장마가 시작된 것이다.
그날 밤, 동실·서실 집집마다 안방에서도 운우(雲雨)가 질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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