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의 미학
- 이경임
배 뒤집어 복종을 표하는 짐승처럼
저기, 차 아래 드러누운 정비공
허옇게 드러낸 배로 세상에 굴복한다
사람과 짐승 간 경계도 다 받들고
패배를 뒷등으로 끌어안는 쓸쓸함에,
어떤자
그 젊음을 취하여 부복케 하였던가
저 아름다운 복종이 새끼들 입에 밥을 넣고
노모의 아랫목을 지피는 불이 되니
짐승의 표효보다 더 눈물 겨운 사투였음을
-이경임 시조집 『나의 사소한 연대기 』-중에서 ( 2024년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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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천상천하유아독존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많은 세상살이입니다
모든 일에서 꼭 이겨야 직성이 풀리고 앞자리에 나서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다보니 필요하다 싶을 때 무릎도 꿇고 억지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그래도 가끔 잘못했을 때도 사과할 줄 모르고 변명을 넘어 궤변도 서슴치 않습니다
그런데 저 정비소 젊은 정비공은 배를 뒤집어 복종을 나타내는 짐승처럼 드러눕습니다
남들의 안전 운행을 위해 콧등에 기름칠을 하고 떳떳하게 차 밑으로 들어갑니다
단골 정비소에는 낯익은 정비공들이 별로 없습니다
완전한 기술을 익히기도 전에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나이든 사장이 안타까워합니다
그러나 내로라하는 인물들은 수십년간 같은 자리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잘난척합니다
자기 앞길에 걸거친다며 없는 말도 만들어서 멀리 치우려 애씁니다
차라리 산정에 올라 표호하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면 그러려니라도 하겠지만...
온 가족을 부끄럽게 만들고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니 도대체 염치란 게 있기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