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에 못질하기
- 최형만
모서리가 톱밥을 흘릴 때였다
허공을 떠도는 말은 아귀가 맞지 않은 틈처럼 자랐다
꺾쇠의 자세보다 깊어진 옹이들
먹선이 지워질 때마다 맞춤 제작으로 소문난 목공소에도 사람들이 떠나갔다 귀로 몰
려간 뒷말이 마지막 인사처럼 길어질 때면 숭숭하게 불어오는 휘파람에도 헛것들이 몰
려간다는 소문이다
이제는 녹슨 이야기만 남은 곳
한쪽으로 부는 바람도
허밍으로 들썩이는 화술 같았다
꽃가루 같은 말은 어디까지 날아갔을까 심지 굳은 목수의 대패질은 달아난 말을 두껍게 깎
을 뿐이다 장도리를 든 팔뚝에 힘줄이 돋는 동안 웃자란 말에 못을 박는 오후
통째로 날아간 말은 꽃이 되지 못했다
구부러진 대못 사이로 누런 잇몸만 기웃거렸다
ㅡ《문장웹진_콤마》(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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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세계문학계로부터 주목을 받더니 기어코 올해 노벨문학상에 선정된 한강 소설가를 축복합니다
5.18과 4.3제주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것입니다
등단한지 스무해 동안 써내려간 문장이 어디 그뿐일까마는 남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괜히 트집을 잡네요
소문은 바람같고 구르는 눈덩이 같이서 곧 사라지기도 하고 햇살 비치면 녹아버립니다
한 사람의 유명한 일화도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슬고 이끼가 낍니다
어제 저녁 제105회 김해 전국체전 개회식을 보면서 소문에 못질하는 현실을 넘어서려는 미래를 엿보았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예선에서 탈락했다거나 세게랭킹 1위에서 밀려났다거나 하는 소문도 들립니다
집을 짓는 목수의 팔뚝에 힘줄이 돋는 동안 웃자란 말에 못을 박아야지요
못대가리가 굽어져서 뽑아버리지 못했다면 보이지 않도록 꽁꽁 박아버려야지 별 수 있겠어요?
녹슨 이야기는 기록으로 남기지 못할 것이니 꺾쇠를 걸어 옹이들은 감추어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