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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스튜어트 (주)행복 설립자·최고행복책임자
시시콜콜 명령하고 확인하고 꾸짖고…
마이크로 상사님,직원들은 지쳐요
위계서열이 엄격한 피라미드형 조직이 아닌 직원 스스로 업무 목표와 급여를 결정하는 회사, 회사의 이익을 고위 경영진에게만 몰아주지 않고 공장 현장 근로자까지 나눠주는 회사, 간소한 업무 프로세스와 더불어 모든 정보를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회사. 이 모든 특징들은 마치 오늘날 실리콘밸리에 있는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 사례처럼 들린다.
그러나 앞서 소개된 회사가 1990년대 남미 제조업체 이야기라면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브라질 내 굴지의 대기업인 `셈코(Semco)`와 히카르두 세믈러(Ricardo Semler) 최고경영자(CEO)가 그 주인공이다. 세믈러 CEO의 부친 안토니우 쿠르트 세믈러(Antonio Curt Semler)가 설립한 셈코는 1970년대 조선업 불황과 브라질 경기 침체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때 히카르두 세믈러는 아버지 뒤를 이어 21세 나이로 CEO에 취임한 뒤 다양한 혁신을 통해 셈코를 위기에서 구해냄은 물론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셈코의 많은 혁신 사례는 `직장 내 민주주의`와 `자율성`을 두 축으로 한다.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은 일반 직원들 회의체인 `12인 위원회`에서 매월 검토를 받아야 하며, 평사원 위원 2명은 셈코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모든 경영 정보를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이사회를 개방했다. 공식적인 조직 구조와 인사담당(HR) 부서는 없지만 직원들은 더 많은 여가시간을 위해 급여를 조정하거나, 러시아워를 피하면서 MBA 교육 지원을 받는 등 근무시간과 장소, 형태를 자율적인 선택에 의거해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세믈러 CEO는 위기에 처한 셈코를 오너 경영자의 `통제`를 강화하는 대신 정반대로 직원들에게 유연한 근무제도와 자율적인 직무·과업 설정을 하게 함으로써 직무만족도를 높이고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셈코는 선박용 펌프부터 전문 서비스업과 소프트웨어(SW) 개발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늘날까지 성공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46.5%에 달하고 직원 이탈률은 2% 미만에 불과하다.
세믈러 셈코 CEO의 경영 혁신은 전혀 다른 곳에서도 나비효과를 만들어냈다. 세믈러 CEO가 셈코 사례를 소개한 첫 저작 `매버릭(Maverick)`은 1993년 출간 이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 중 한 명이 세운 회사가 `영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20곳`에 5년 연속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 독자는 오늘날 `행복 경영`을 선도하는 헨리 스튜어트 (주)행복(Happiness Ltd.) 설립자 겸 최고행복책임자(CHO)다.
(주)행복은 1987년 기업용 IT 전문 교육 서비스 업체 `해피컴퓨터(Happy Computers)`로 출발했다. 설립자인 스튜어트 CHO는 경영 전문 사이트 `싱커스50(Thinkers50)`에서 차세대 경영 구루 중 한 명으로 뽑혔다. 업력 32년에 직원 수는 50여 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지만 `행복 경영`의 인기에 힘입어 2003년부터 다양한 매니지먼트와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해 맥쿼리텔레콤 등 여러 고객사에 행복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주)행복을 오늘날과 같은 위치에 올려 놓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주저하지 않고 히카르두 세믈러의 책 `매버릭`을 소개한다.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최근 혁신 콘텐츠 기획사 `화제인`(대표 조미호)에서 주최한 `2019 컨퍼런스 창`에 연사로서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헨리 스튜어트 CHO를 만나 `행복한 일터` 만들기와 `지속가능한 기업 성장` 간 관계에 관해 물었다. 그는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해지고 회사도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직원들이 각자 잘하는 일을 자유롭게 하고, 관리자는 명령 대신 코치 역할을 하며 신뢰 기반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하는 그와 일문일답.
―자유로운 시장경제에서 많은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경쟁에 노출된다. 경쟁사와 치열한 경쟁은 기업 내부 직원들에게도 긴장과 스트레스를 유발시킬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행복한 일터`가 과연 지속가능한가.
▷경쟁에 처해도 `행복한 회사`는 지속가능하다. 직원들이 행복하다면 그들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여 년간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고, 특히 직원들의 행복에 집중했다.
과거 한 이코노미스트가 더 탁월한 성과를 내는 기업의 요인을 찾기 위해 포천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좋은 일터`가 그렇지 않은 일터에 비해 2.4배나 더 나은 성과를 달성했다.
또한 `좋은 일터`가 보다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었다. 장수기업이 되는 비결은 직원들이 행복하고 충만함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주)행복의 직원들이 `행복한 일터`와 `뛰어난 업무 성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우리 회사의 목표는 모든 직원들이 일의 80% 가운데서 즐거움을 찾게 하는 거다.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별도의 측정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76% 수준으로 조사된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행복할수록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우리 회사의 신념이다. 현재 우리 회사에서 저성과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직원들이 각자 최선의 결과물을 내고 있다. 직원을 행복하게 하려면 뚜렷한 성과 목표뿐 아니라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릴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어떤 직원들은 가족 문제 등 사적인 이유로 불행에 처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가정 내 문제나 사적인 원인으로 인해 불행한 상황에 빠진 직원들은 직장에서 성과도 좋지 않다. 우리는 관리자(매니저)들이 그런 직원을 돕고 지원하게 한다. 장기 휴식이 필요하면 휴가를 주거나, 필요한 경우 회사가 대출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과거 한 고객사 직원도 몹시 일터가 불행하다고 응답했는데 아무도 진짜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그 직원은 고금리 대출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 고객사는 직원에게 장리 저리 대출을 제공해주기로 했고 그 직원은 행복과 성과를 모두 되찾을 수 있었다. 3년 전 (주)행복은 큰 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핵심 관리자가 회사를 떠나면서 많은 직원이 불행해졌기 때문이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지만 창업주인 난 오히려 더 개입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줬다. 모든 직원이 보다 일에서 충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 회사는 다시금 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다시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 난 직원들을 행복하게 한다. 난 회사의 지분을 70% 이상 가진 오너 경영자이지만, 오너 경영자라면 모든 일에 나서지 말고 한 발 뒤로 물러서야 한다. 당신이 오너로서 매일 모든 결정을 직접 내리려 하면 실패할 것이다. 전문 경영인도 마찬가지다. 관리자나 사장의 역할은 직원들에게 명령하는 게 아니라 지원하고 코칭해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재무 정보를 포함한 모든 회사의 정보를 알려주고 직원들이 직접 결정을 내리게 한다. 일이 잘못될 때 리더가 `마이크로 매니저`로 나서서 직원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면 대체로 상황이 더 악화된다. 정보 공개 없이는 일에 책임을 지게 할 수 없다.
―창업주이자 CHO로서 직원을 불가피하게 해고해야 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정체하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당신이 어떠한 발전 없이 그저 머무르고 있다면 그 일을 하기에 부적합한 것이다. 반대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25년 전 무렵 나 역시 부당한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다른 많은 직원들마저 불행해졌고, 이제 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신입 직원을 훈련시킬 때도 3개월 안에 퇴사하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이는 스스로 내린 결정이다. 회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알려주는 거다. 우리는 직원들이 직장에 대한 명확한 기대치를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 남은 건 직원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다. 대체로 나를 비롯한 누군가가 해고하기 전에 스스로 사의를 먼저 표명한다. 회사 차원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것도 도와주고 있다.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운영 중인 독특한 제도가 있으면 소개해줄 수 있는가.
▷우리는 고객사들에 반드시 거치게 하는 4일짜리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신뢰에 기반해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 법을 컨설팅으로 제공한다. 단체 게임이나 금요일에 회식 따위가 아닌 직원 스스로 중장기적으로 행복감이 충족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의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돕는 과정이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려면 회사는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주)행복은 직원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선사하지 않는다. 자유에는 가이드라인(지침)이 따른다. 그에 따라 성과 목표를 이해하고, 타인으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고, 상호 간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만약 기업이 사업 목표를 정해야 한다면 이는 관리자가 정하는 게 아니라 직원 개개인이 각자 맡은 업무 분야에서 정해야 한다. 관리자와 직원이 팀으로서 함께 정해서도 안 된다. 현장을 아는 직원 개개인이 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일을 통해 비로소 직원 개개인이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관리자는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의사결정을 직접 내리는 대신 직원을 신뢰하고, 직원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국에서는 다분히 서구적인 아이디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카카오나 우아한형제들 같은 선도 기업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국 기업들을 위한 당신의 조언은 무엇인가.
▷난 한국 회사들이 우선 위계서열을 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계서열을 깨는 것 또한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관리자의 역할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단지 연봉과 복리후생을 신경 쓰고 위계서열은 그대로 유지된다면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어렵다. 우리의 고객사 중 한 곳은 안락의자부터 각종 보드게임 등 끝내주는 휴게실을 새로 마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별로 행복해지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직원들이 진정 원하지 않았던 활동이었다. 고객사는 `말초적 흥분`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좋은 일터`는 직장 내 `좋은 관계`에 기반해 나온다. 일터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가 관건이다.
―직원들이 행복하면 기업의 혁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직원이 회사와 관리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일의 결과에 대한 비난을 받는다면 그 직원은 앞으로 새로운 시도를 결코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반대로 기업문화가 직원들의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고, 설령 일이 잘못 풀리더라도 그에 대한 비난을 받지 않게끔 하는 문화가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 `실수를 기념(Celebrate Mistakes)`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실수 기념하기`가 행복한 일터와 관련해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직원들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걸 최선을 다해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면 이를 기념해야 한다. 비난 대신 교훈을 얻고 새로 학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조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IDEO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혁신 디자인 회사도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다. 기능성 섬유소재 `고어텍스`로 유명한 미국의 `W.L.고어&어소시에이션`도 수십 년간 회사 차원에서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실험해 온 결과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 중 하나가 됐다. 내가 영국 내 도요타자동차를 방문했을 때 관찰한 흥미로운 사례도 있다. 방문 당시 도요타 관계자들이 내게 "우리는 차를 만들기 이전에 사람을 만듭니다"고 말한 데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도요타자동차의 모든 직원은 1개월에 2건의 개선점을 찾아내야 한다. 사장은 생산현장을 모른다.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생산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직원들만이 생산성을 어떻게 개선(가이젠)해야 할지 알 수 있다. 만약 엔진 1개 조립을 위해 기존에 1인당 52초가 소요됐다면, 도요타 직원들은 단 1초라도 단축할 수 있는 개선 아이디어를 제출한다. 그리고 이를 전부 따른다. 60명의 근로자가 개선안을 모두 따른다면 전체 시간에서 1분을 절감하는 셈이다. 제조업이 강한 한국도 `민첩하게` 생산하는 법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측정 수단을 통해 행복을 측정하는가.
▷CHO로서 내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는 `직원들이 행복한가`다. 둘째는 `고객이 행복한가`다. 셋째가 `이윤`이다. 그러나 직원과 고객의 행복이 언제나 이윤에 우선한다. 직원이 행복하면 고객도 행복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돈을 벌 수 있다. (주)행복은 분기별로 직원들의 행복도를 측정한다. 또한 정보기술(IT) 교육 서비스업이기에 교육이 끝날 때마다 매번 고객 행복도를 측정할 수 있다. 한 가지 팁을 밝히자면 (주)행복이 고객 행복도를 조사할 때는 1~10점 척도로 조사한다. 7~8점을 준 고객이 있다면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는 결코 긍정 평가가 아니다. 9~10점이 진짜 고객들의 긍정적 평가이고 1~6점은 부정적 평가다. 7~8점은 중립적인 의견으로 보고 서비스 개선을 위한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다. 만약 고객이 진정 행복했다면 9~10점을 줬을 것이다. 핵심은 `그 서비스는 괜찮았어`가 아니라 `그 서비스는 끝내줬어`란 반응이 고객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주)행복의 고객 행복도 측정 수치는 전체 고객 중 1~6점이 2%, 7~8점이 22%, 9~10점이 76%를 차지한다. 부정 평가를 준 고객들은 미리 확보한 개별 연락처를 통해 직접 1대1 상담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할 수 있다.
▶▶He is…
`(주)행복(Happiness Ltd.)`의 최고행복책임자(Chief Happiness Officer·CHO)를 맡고 있는 헨리 스튜어트(Henry Stewart) 설립자는 이윤보다 행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방식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스튜어트 CHO는 뉴캐슬대 연구원 등을 거쳐 1986년 타블로이드지 `뉴스온선데이(News on Sunday)` 창립 멤버이자 재무관리자로 일했지만 조직 내 갈등과 초기 자본금 소진을 경험한 뒤 1년 만에 회사를 나온다.
이후 행복한 기업을 만들기로 결심한 그는 1987년 12월 런던에 본사를 둔 기업용 IT 전문 교육회사 `해피컴퓨터(Happy Computers)`를 설립했다. 스튜어트 CHO는 경영 전문 사이트 `싱커스50(Thinkers50)`이 선정한 차세대 경영 구루 중 한 명에 뽑혔다. 그가 2009년에 펴낸 저서 `Relax`에 이어 2013년에 펴낸 책 `해피 매니페스토(The Happy Manifesto)`는 영국에서 2013년 `올해의 비즈니스 북`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