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다시만남과 처음만남.]
로시안이 거의 끌려가다 시피 끌려간후에도 블랙궁 주위는 병사들로 득실거렸고 드워빈 기사는 샨과 힌의 압박에 못이겨 결국 방 밖으로 나갔다.
그후 조용한 방속에서 엘은 아직 남은 오렌지를 먹었지만 아까의 그 표정은 어디가고 그저 싸늘해 보였다.
-쓸어버릴까,엘?
-너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수 있다,엘.
샨과힌의 걱정스런 눈빛에 엘은 이내 표정을 지우곤 생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됐어.로시안이 알아서 해줄거라 믿어."
* * *
"로시안 드 벨리아칸이 알파레트 드 벨리아칸 황제를 뵙습니다."
"앉아라."
로시안은 저번에 가족식사를 참여하지않았기에 실로 오랜만에 보는것과 다름이 없었다.
예전과 비해 지금은 매우 경직되고 딱딱한 분위기가 나오고 있음을 느꼈다.
"블랙궁."
"……"
"그곳에 자주 드나든다지."
"…네."
"그…아이를…만났느냐."
은폐되어있던 엘의 존재를 알고계셨단말인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로시안은 고개를 끄덕였고 알파레트 황제는 머릿속이 까마득해짐을 느꼈다.
어떻게해서든 아무도 모르게 숨겼는데 물거품이되다니.
"어떻더냐."
"…흑발에 흑안.흔치 않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레몬도 좋아하고 동물들도 좋아해서 엘의 주위엔 가족들이 많았습니다.
뒷말을 삼키며 로시안은 피식 미소가 떠올랐다.
생각하는것만으로도 자신의 마음깊은 곳 행복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모습을 본 알파레트는 깊은 한숨이 나오는걸 막지 못했다.
"그 아이를 버려라."
"네?"
"생각에서 지워라.그 아인 너와 함께 있을 아이가 아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후센 왕국에 제 1왕자와 결혼을 시킬것이다.그리 알고 물러나도록 해라."
"황제폐하!!"
"물러나도록!!"
로시안은 강경한 황제의 모습에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엘이 황제에게 무슨 해라도 되는 마냥 어떻게 해서든 멀리 떠나보내려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않았다.
'혹..황제폐하께서 은폐시킨 일이라면..?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뭐지? '
빙긋 웃으며 '오늘 따온 레몬이 싱싱한데,먹을래 로시안?' 이라고 말하던 엘의 모습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갑갑하기만 했다.
"무슨 생각이길래 아는체를 안하는 것이냐."
"…!!.데시비르 형님."
접견실에서 나와 생각에 빠져있던 로시안은 그제서야 자신의 앞에 서있는 데시비르의 모습을 보았고 그제서야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그 후 황급히 어디론가 향했고 데시비르는 로시안의 뒷모습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아이라…?블랙궁에 누가 산단말인가…그렇다면 로시안을 감시하던 이들을 죽인 자가 그곳에 있다는?'
몇가지 의혹들이 떠올랐지만 이내 무표정한 모습으로 접견실안에 들어갔다.
* * *
"로시안,뭐래?"
밝은 모습으로 레몬을 한입베어문 엘이 우물우물거리며 답을 기다렸다.
로시안의 표정은 안절부절하면서도 딱딱히 굳어져있었다.
"황제폐하께서 날 부르셨어."
"흠."
"너를…후센왕국에 공녀로 보내실 생각이신것 같아."
로시안의 말끝을 시작으로 샨과 힌의 살기가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고 방안의 물건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며 밖의 병사들조차 그 기세에 피를 토하며 쓰러지기 시작했다.물론 로시안은 황급히 실프를 불러 막았지만 그 실프조차 강제로 정령계에 소환되어버렸고 그 실프가 돌아간 만큼 로시안의 입에서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엘만이 차분하게 손을 들었고 그제서야 샨과 힌의 기세가 줄어들었다.
"샨.힌.여긴 나만 있는게 아니잖아.난 괜찮은데 왜그래?킥."
예상했던 바였다.황제가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외부인이 알게된 것을 가만히 보지않을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조금더 일찍 움직인걸로 보아 어지간히 두려웠음을 느끼는 것같아 엘은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죽여줄까,엘?
-제발 대수롭지 않다는듯 넘어가지 말아라.
"엘…이게다 나때문이야..내가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자신이 여기에 들락날락한 것이 이런 일을 만들어냈다는 근복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 로시안의 얼굴에 자책감과 불안함, 등이 나타났고 엘은 몸을 일으켜 로시안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자 로시안은 이 따스한 손길에 자신의 마음이 한없이 녹아내림을 느꼈다.왜지?
"로시안 때문이 아니야.로시안 덕분에 난 즐거웠는걸?"
당당함과 꿋꿋함.로시안은 처음으로 데시비르보다 엘이 더 황제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자신도 모르게 끌려다니게 되는 분위기.데시비르가 차가움으로 사람들을 제압한다면 엘은 따스함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지 않을까?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생각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했다.
"그치만.이거 너무한데?"
"뭐가?"
"떠나는건 나인데 당사자도 아닌 로시안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참을수가 없어!"
마치 화가났다는 듯 발을 굴르지만 얼굴엔 장난끼가 가득했고 샨과 힌은 '그럼 그렇지.'싶은 심정으로 엘을 바라봤다.
다만 로시안만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어떻게 하게?"
"어떻하긴 직접 만나는 수밖에."
"하지만 알현을 하려면 폐하의 승낙이 있어야하는데 승낙하실까?"
"승낙할수 없는 상황에서 만나면 되지!"
엘의 두눈동자는 까맣게 빛났다.
* * *
엘을 후센 왕국에 보내라고 한지 벌써 한달이 넘었지만 엘은 아직까지 나가지 않은채 블랙궁에서 빈둥빈둥 뒹굴며 레몬을 먹고있었고 로시안은 처음엔 불안불안하다가 이내 자신도 뒹굴거리며 오렌지를먹었다.
아직도 감시를 하는 병사들이 불편한듯 동물들도 날카로워지고 샨과 힌도 복도를 거닐때 괜히 기운을 쏘아 올리기도 하며 병사들을 괴롭혔지만 엘은 여유로운 듯 하루하루를 추억을 쌓듯 지냈다.
"오늘은 그옷을 입었네?"
로시안의 모습은 한달전 가족 모임때와 같았다.
로시안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끄덕이자 엘은 기다렸다는 듯 옷장으로 달려갔고 옷장안에는 엘의 어머니가 입었던 몇벌의 심플한 드레스가 있었다.
드레스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왠 갑자기 드레스?
"음.난 보는눈이 없는데 로시안이 골라줄래?"
몇벌안되는 드레스를 꺼내보이며 묻자 로시안은 무슨일인가 싶었지만 흑발에 흑안인 엘에게 잘어울릴것같은 순백의 드레스를 골랐고 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머지 드레스를 옷장에 꾸겨넣은후 하얀 드레스를 들고 다른 방으로 들어갔고 잠시후 로시안이 늦어지는 엘을 찾기위해 방문을 나서려던 찰나 옆방에서 엘의 모습이 나타났다.
"ㅇ,엘?"
"괜찮아?어색하긴 한데…"
-아름다워,엘! 여자라면 그렇게 입어야지!
-잘 어울린다,엘.
엘이 그저 아무렇게 묶은 머리와 하얀피부에 까만 눈동자는 순백의 드레스와 무척이나 어울렸고 아무런 장식품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자체가 수수해보이기는 커녕 고귀해 보이기 까지 했다.
로시안은 멍하니 엘을 바라보았고 엘은 까만눈을 빛내며 물었다.
"로시안,이정도면 나도 그 모임에 참석할수 있겠지?"
"어?어어.…어?"
그저 끄덕이며 답하던 로시안은 이내 뜨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참석하게?!"
"그럴려고 입은건데?"
-…엘이군.
-…엘다워.
* * *
"오늘도 로시안은 오지 않는가 보죠?몸이 아직 아픈가 보네요,헤리아나."
걱정된다는 듯한 표정이지만 속으론 '그렇게 몸이 약해서야.'하는 비웃음을 걸고 있음을 느낀 헤리아나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이내 로시안이 들어서자 밝은 모습으로 환영했다.
"로시안! 요즘 너무 안보이니 섭섭하구나."
"죄송합니다,어마마마."
"그런데 옆에는…?"
처음보는 여자가 로시안의 옆에서 황족을 마주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건지 당당하게 들어서고 있었다.
데시비르는 크게 굳어버린 알파레트 황제의 모습에 흥미롭다는 듯 엘을 바라보았고 엘은 시선을 느낀듯 데시비르에게 살포시 미소를 지어준뒤 말했다.
"아르엘 드 벨리아칸.제 4황녀가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식탁위는 더욱 차가워졌다.
첫댓글 재미있어요 ^^
앞으로도 계속 찾아볼듯.
찾아봐주신다니 감사 할따름입니다 엉엉ㅜㅜ
꾸준한 덧글 감사드려요 *^^*
재미있어요ㅎㅎㅎ 담편도 보러갈게요ㅎㅎ
ㅎㅎ 감사합니다ㅎㅎ 항상 덧글을 남겨주어서 너무 감사드려요 ㅜㅎㅎ *^^*
재미있어욯ㅎㅎㅎ
칭찬 감사합니다~*^^*ㅎㅎㅎ
재미있어요. 엘이 왜 혼자서 블랙궁에 사는지 궁긍해요
우와~~너무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