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만의 자전거 여행인데..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비가 왔는지 땅바닥이 젖어선 꺼멓습니다.
낮 동안에도 비가 오려나..
오늘은 아주 커다란 호수, 정산호(淀山湖)로 간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비가 안 오니 일단 출발~~!
지하철 9호선 동징역에서 내려선 동방녹주 방면으로 달렸습니다.
오늘도 역시나 상세한 길 안내는 살아있는 네비게이션, 질경이님이 맡아주실거~죠?
4주 만에 가동하는 다리에 서서히 열이 오를 무렵.. 한창 도로 공사 중인 어느 구간을 지났습니다.
...중국 땅 참 넓고 넓구나... 했습니다.
지난 번 불참한 라이딩에서 한 번 왔었다던 동방녹주까지의 길입니다.
길이 참 곧고 넓으며 여유있게 간결합니다.
자전거 타기엔 더할 수 없이 안전하고 평이한 것 같았습니다.
웬일인지 물을 몽땅 잠궈버린 동방녹주 석벽 앞에서
곶감을 나눠 먹고 출석 도장을 찍었습니다.
아이유.. 단출하여라~~ ㅎ
그리고 곧 이어 길 옆으로 정산호(淀山湖)가 바다 처럼 펼쳐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한 곳, 옆으로 난 좁은 돌길을 따라 들어가니,
호수를 향해 내 뻗은 커다란 나무 마루가 있고,
그 끝에 섰더니...
잔뜩 흐린 하늘에 잿빛 호수는 흡사 바다와도 같이 넓디 넓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고향 떠나 온 후 첨으로 보는 넓은 물이었습니다.
상해엔 산이 없는 대신 바다 같은 호수가 있었습니다...
넓은 쪽 직경이 30km이고, 좁은 쪽이 15km, 그리고 그 둘레는 자그마치 100km난 된다는 정산호..
어느 줄기일지 태호(太湖)와도 통한다는 아주 커다란 호수...
여기선 호수를 바라보며 고기를 구워먹을 수도 있게 시설을 해 놓았습니다.
차갑고 궂은 날씨, 아무도 없는 호숫가엔 바닥에 무늬지어 깔아 놓은 기와만 뎅그라니 고즈넉했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날,
배낭 가득 삼겹살 짊어지고 달려와
꼬들꼬들 구워먹어도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질경이님, 이제 호수도 봤으니 오늘은 여기서 끝인가요?
그랬더니, 아직 멀었답니다.
상해대관원(上海大关观圆)쪽으로 좀 더 갈거야~~ 네...
상해대관원 근처,
그 즈음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이젠 웬만한 중국 식당에서 먹는 음식은 입에 맞습니다. ㅎㅎ
특히 활어로 만들었다는 생선조림(주문할 땐 조림이 아니었다하지만..)은 살이 참 부드러웠습니다.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데 깜장전사님 그럽니다.
여기가 강소성이네요..
뜨악~ 아주 멀리 왔음에 틀림없습니다.
음.. 한 15분 정도 더 들어가면 끝내주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기나 긴 일정이 될 것 같다고.. 서둘러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서 나선 길 옆으로
대관원과 상해 민속 문화촌 입구가 스쳐지나갔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 곳들 또한 꼭 구경해볼 만한 곳인 것 같았습니다.
허나, 그것은 또 다음의 문제..
오늘은 바다 같은 정산호를 실컷 보고 갈 것입니다.
거센 맞바람을 안고 달리기를 한참..(분명 15분은 더 됐지 싶어요~)
질경이님이 이끈 그 곳엔 거칠게 일렁이는 바다가 있었습니다!!!
와/// 이는 분명 바다입니다.
순간,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하고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파도치는 호수.. 꼭 바다이지 뭡니까///
식당에서 마시지 않고 애껴 둔 질경이님의 커피를 따라 마셨습니다.
바람과 호수와 벗들과 커피, 그리고 빗방울...
아마도 기억이 맞다면 빗방울이 이 때 부터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지요?
감격적인 표정과 포즈의 우비 삼남매. ㅋㅋㅋ
비바람에 몹시 추운 거친 날씨와 성난 호수!
그래서 더욱 신나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지요?
이렇게 바람 가득한 정산호를 반환점으로 찍고 이제 집으로 달려갑니다.
역시나 기억이 맞다면 이 곳에서 이미 주행거리 50km를 넘었다 했나요, 깜장전사님?
(으흐흐.. 오늘은 100km 넘기겠는걸... )
이제.. 돌아오는 길은 내내 비와 함께 합니다.
어느 구간.. 숨이 막힐 정도로 심한 맞바람에, 오르막에, 얼굴을 따갑게 때리는 빗방울 까지 고스람히 맞아야 했을 땐,
참 힘들기도 했습니다.
이제까지의 라이딩 중 단연 최고의 난이도 였습니다. 하하
그럴 수록 적절한 휴식은 필수.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 처마를 발견하고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시퍼렇게 이끼 낀 대나무 담장을 배경으로 힘들어 상기된 얼굴들을 불러 세웠습니다. ㅎ
깜장전사님만 유독 쌩쌩해 보입니다만..
다시 출발!!
물받이 없는 자전거는 비 오는 날 물이 튀어 등 뒤로 줄이 생긴다고..
그리고 안장 까지 젖어선 기분 드러워 진다고 누가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조금 후 놀란 것에 비하면요.
앞서가던 깜정전사님의 자전거가 어느 순간 사선으로 기울어지더니 바닥에 누웠고,
그 뒤를 따라 달리던 제 자전거는 미처 서지도 피하지도 못하고 따라 누워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멀쩡합니다만, 자전거를 타며 언제나 조심해야 겠다고 다시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
딜리는 길 위에서 만난 비는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다 줍니다.
어깨위로 팔둑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그리고 자유로움..
이 길 가에서 다시 쉬어갑니다.
이 가방 저 가방을 뒤져서 남은 떡과 과자와 쵸콜렛을 찾아 나눠먹었습니다.
좀 더 힘을 내야합니다.
기억이 맞다면 여기 까지 76km라고 합니다.
아까 반환점 부터 계속 맴돌 던 숫자 100.
이제 이십 몇 키로만 더 가면 100km를 넘깁니다.
이는 하루 라이딩 거리로는 첨으로 넘어보는 거리입니다.
(물론 첨이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만..)
이미 많이 지쳤지만..
비 줄곧 내리고 있고, 젖은 손은 곱아서 시려웁고 날도 곧 어두워질테지만..
힘을 내서 더 달려야합니다.
여기서 우리 모두는 손을 모아 그리고 소리를 모아 외쳤습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그리고도 한참을 달리고 달려서야 다시 보게 된 지하철 9호선 동징역의 불빛.
이제야 끝났습니다...
첨으로 달려보는 거리 100키로.
작지 않은 고통과 추위와 비를 견뎌야 했지만 마침내 끝냈을 때..
그 숫자 100은 감격과 희열로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오늘은...
바다 같은 호수를 보아서 좋았고,
그리고 빗 속을 뚫고 최장거리 기록을 세워 좋았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님들과 함께여서 가능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감격의 악수를 건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대단하십니다. 멋진 사진, 느낌있는 문장들 그리고 도전하는 모습들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뜁니다.
와 멋지네요. 시간은 어느정도 걸리나요? 애가 학교 간 사이에 저도 타보고 싶어요~~~~~
역시..파란공님글은 너무이뻐...102Km....비에 맞바람까지 ...악천우라불러도 조금도 이상할것없는 날씨였음에도
사진찍으랴..라이딩하랴..깜장전사님과 접촉사고로 아스팔트에 구르랴...너무수고 많으셨읍니다.
아프신대는 없으신지 걱정됩니다. 파란공님 파이팅~~~~ -0-;;
와우! 대단하십니다. 그럼 오후에 질경이 누님이 저에게 전화 하실때는 앞으로 닥쳐올 어려움을 모르던 때였군요. 그래서 누님의 목소리에 힘이 짱짱하셨군요. 하지만 이런 라이딩을 겪고난 이후에 더욱더 라이딩 실력 및 체력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업그레이드 되는데 다음 라이딩때는 아마 제가 따라 가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잘 다녀 오셨다니 다행입니다.
네...라이딩 총거리102km 정도이고 라이딩 후반부에 빗속에 사투때문에 평속이16km/h 정도일것 입니다. 중간에 속도계에 빗방울이 들어가면서 작동하지않은 구간이 있었습니다. 전체 라이딩 시간은 자전거 페달 돌린시간으로 계산할때 6시간30분에서 7시간 쯤 입니다. 하여간에 안전하게 라이딩 하는것이 최선 입니다. 같이 라이딩 하신 회원님들 고생하셨구요... 당일의 라이딩이 결국 보약쯤이 될것입니다. 에고 무릅이야..~~
저도 한국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상해 와서는 딱한번 한30분 타봤는데 힘들지는 않더군요 언덕도 거의 없고 지구력은 상당히 필요한것 같습니다 항상 안전하게 즐 라이딩 하세요 자전거 한대 사려고 봤더니 한국 보다 더 비싼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환율덕에 많이 오르긴 했지만 잘 찾아보면 한국과 비슷합니다. 디스카운트가 안되어있는 가격을 보셔서 그런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에 상해 자전거 샾 안내가 있으니 한번 참고해보세요.
http://blog.naver.com/soowons/110013417983
전 비오면 세차하기 귀찮아서 웬만하면 안타는데 대단하십니다.
추은 겨울날 비가와서 더욱 힘들고 위험한 라이딩이 되었을텐데... 사진 정말 멋있네요~
항상 안전라이딩하시고 즐거운 라이딩 되세요~
악천우속에 100키로...ㅎㄷㄷ 머찌십니다...부럽습니다 ~ 이제 입문한 저는 아직두 갈길이 먼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