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부산.경남.광주.전남 특전부사관 모집
 
 
 
카페 게시글
자유게시판 스크랩 낙하산부대의 추억(4) 대관령 참호 속에서 바둑을 배우다
광주모집홍보관 추천 0 조회 85 11.10.13 18:5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낙하산부대의 추억(#4)

8) 대관령 참호 속에서 바둑을 배우다

그런데 연일 사단 병력들이 가상 인민군으로 침투한 우리를 찾으려고 수색하는 행동이 나의 쌍안경을 통하여 확연히 보여지고 있어서 혹 우리 부대원들이 적에게 발각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으나 1주일이 지나도록 우리 부대원은 한 명도 적(사단 병력)에게 발견 되지 않았다. 나는 젊은 병사들이 어떻게 토굴 속에서 얌전히 박혀 있을 수 있는가 의아심이 들었다. 짐승사냥 시간을 제외하고는 밖으로는 얼씬도 안 하고 너무도 조용히 지내는 우리 병사들이 고맙고 대견 하여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각 제대의 지휘관들을 나의 지휘소(물론 땅속의 참호)로 소집 하여 작전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나는부대원들이 어떻게 좁은 토굴 안에서 꼼작 안 하고 견디느냐? 나는 다리도 못 펴고 허리도 아프고 좀이 쑤시는데 부대원들이 참 기특 하구려!”라고 했더니 한 중대장이 말하기를 부대원들이 얌전히 지내는 묘법이 따로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자기를 따라 오라는 것 이였다. 그러면서그 묘법은 다름 아닌 <바둑> 두는 것인데 단장님이 그것을 보시고 꾸중 하시면 안됩니다나는 그 소리에 이 산중 땅속의 토굴에서 무슨 바둑을 둘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 그 중대장의 안내로 여러 개의 참호마다 들여다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부대에서 항상 강조하기를 젊은 사나이가 바둑을 두거나 화투를 하거나 낚시터에 앉아 소일 해서는 안 된다고 내 주관 만 가지고 강조 해왔기에 그 중대장은 나에게 참호 속 에서 바둑 두는 부대원 들을 보시더라도 나물하지 말라고 미리 침을 놓은 것이었다

  

과연 어둑 컴컴한 각 토굴 속에서 호롱 불을 켜놓고 서넛이 둘러 앉은 채 단장인 내가 순시 온 줄 도 모르고 아타리! 아타리!”하며 정신 없이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살펴 보니 바둑판은 사격훈련용 두터운 표적판으로 만들어졌고 바둑알의 흑 돌 이라는 것은 까만 맥주병을 깨어서 만들고 백 돌은 사이다 병을 깨어서 갈아 가지고 만들었으니 부대가 대관령 침투작전에 떠난다는 계획을 알게 된 장병들이 치밀하게 준비를 해 가지고 온 것이었다.

 

나는 지휘관들에게 그 바둑 이라는 것이 저토록 혈기 왕성한 젊은이 들을 얌전케 할 수 있는 묘약이 될 수 있는가 하고 물었더니 한 중대장이 그 바둑판을 가지고 나의 땅굴숙소로 와서 단장님 저들 젊은 놈들이 적군에게 발견도 안되고 붙잡히지도 않게끔 참호 속에 틀어 박혀 있게 한 것이 바로 이 바둑 입니다. 그러니 단장님도 무료 하실 터이니 바둑 두는 것을 배워 보세요하기에 바둑 두는 부대원을 비난 하던 내가 바둑판을 마주하여 그로부터 바둑 두는 것을 전수 받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9)  하루 밤 사이에 백을 쥐었다

그는 나에게 화점이 여기 저기 네 군데 있으며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이 이기고 상대의 돌을 많이 따 먹은 사람이 이긴다고 초보적 상식 에서부터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어느 정도 기초적 교육을 하고 나더니 그 중대장은 자기는 12급이니 숙맥인 나더러 흑돌 9개를 깔고 시합 하자고 하였다. 그때 대관령의 일몰시간은 꽤나 빨라서 오후 4 가 되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배우면서 바둑을 두기를 얼마나 지냈는지 산 아래 국민학교에서 조회하는 소리가 들려서 시간을 물었더니 아침 9가 지났다고 하는 말에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후4부터 다음날 아침 9! 무려 17시간을 꼼짝 않고 오줌이 말이어도 참아 가면서 바둑 시합(배우는 정도)에 몰두 하게 하여 나를 하루 밤사이에 바둑의 묘미에 푹 빠지게 했으니 젊은 군인들을 잠잠케 하는 탁월한 묘약이 틀림 없었던 것이다. 그 이 튼 날 나는 12급이라는 그 중대장으로부터 백을 빼앗았더니 그는 자기 대마가 죽으면 화를 버럭 내면서 물러 달라고 사정 사정할 때 나는 승자의 쾌감을 만끽 하면서 대범하게 물러주기도 여러 번 했었다. (결코 교제바둑이 아니라 진검승부 였었다)

 

1주일 동안에 그 중대장은 나에게 4점을 놓고 두게 되였으니 나 같은 초심자를 가르쳐주던 고수의 자존심을 내가 구겨 주어서 대마를 따 먹을 때 마다 미안 한 마음이 들었다.

 

기동연습을 마치고 용산 육군본부에 돌아와서 참모총장에게 귀대 신고를 하자마자 나는 근처의 기원으로 달려갔다. 그 곳 원장이 몇 급이냐고 묻기에 차마 몇 급 이라는 얘기는 못하고 12급 두는 사람과 호선 한다고 겸손히 말 했더니 ! 저분이 12급이니 흑을 잡고 두어 보라고 하여 대국 했는데 나는 초전박살로 대패 했다. 그 원장의 말이 12급 한테 배워서 그 사람의 얕은 수만 알게 된 것이니 책도 보고 여러 사람과 대국을 해보면 빨리 발전 할 것이라고 일러 주더라.

 

어찌 했던 부대에 돌아와서도 그 중대장은 나에게 4,5점을 놓고 두게 되니 약이 올라서 끊임 없이 도전해오니 바둑 배척론자인 내가 틈만 나면 그와 바둑 싸움을 벌렸는데 나는 은근히 묘수 풀이책이나 바둑잡지를 보고 공부한 덕에 그 중대장에게 6점을 깔게 하는 데에 까지 승승장구 했고 그 중대장은 감히 나에게 도전을 못하는 것 이였다.(정말 교제바둑이 아니었다.

 

아마 그 뒤에 계속 바둑에 열중 할 수 있는 환경이었더면 혹 유단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아무튼 그 험난한 대관령 산악지대의 토굴 속에서 뜻 하지 않게 바둑을 배웠으니 사람은 환경에 순응 하기 마련인가? 하고 혼자 웃을 때가 있다.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