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난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다
아침엔
그림책을 좀 보곤 했었는데
난 특히 마을이 그려진 부분을 펴놓고 턱을 받치고 물끄러미 보았다
여긴 우체국,저긴...소방서,양복점,식당.....
그럼 난 어느 지점에 나의 집을 정하고
혼자 상상을 한다
여기 가서 먹고,사고.....
책이 지겨울때 쯤이면 오전 11시.
아직 동네 애들이 유치원에서 오려면 한시간 더 남았다
그럼 난 구멍뚫린 런닝을 그대로 입고 밖으로 나가
골목 앞에 있는 나보다 굵은 전봇대에
두손은 엉덩이에 대고 애들을 기다린다
기다리면서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기다렸던 시간은 오히려 애들과 놀던시간보다
더 내 기억에 남아있다
바로 골목 건너면 정말 무섭게 생긴 삼각지붕모양의 큰 공장이
있다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냄새
좀더 옆으로 가면 하천도 있었는데
폐수로 얼룩져 거기 냄새도 장난이 아니었다
고무 타는 냄새는 더 역겨웠고......
난 집에 잠시도 있질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5학년때 동휘집에 한달동안 놀러간것이나
6학년때 승욱이 집에 40일 넘게 빠짐없이 놀러갔던 원인이기도하다
그날
어두 컴컴한 시간에
골목길안에 있는 쓰레기 공터에서
한 애한테
단단한 물체(아무래도 굳어진 연탄인것 같은..)
에 이마를 직통으로 맞고
의식을 잃은채
나의 희미해진 눈으로 엄마가 달려오는걸 보곤 정신을 잃었다
그땐..그때는
잠도,밥도,난 싫었다
오직 노는것 밖엔 그리고 싸돌아다니는것 밖엔
그것만이 내 전부였다
감전동 시절은 그렇게 보냈는데
장전동에선 그래 이웃간의 정이 없어보였다
엄마도 가끔
"그 동넨 공기도 안좋고 사람들이 많이 가난하긴하지만 정은 무지 많은 동네였다고"
으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나는지 ..
지난 과거를 자주 생각하면 안좋다 하던데 ......
호기심과 상상력이 없는 지금.
난 무얼해야할지........
모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