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세계의 지붕이다. 에베레스트 앞의 검은 언덕. 뒤에는 푸모리가 병풍을 두르고 앞에는 히말라야 대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여기에서는 오늘의 정상이다. 해발 5,550미터 산길을 오른다. 빨리 걷지 못해 열이 나지 않는다. 발은 시려웁고 숨은 가빠온다. 아랫배로 숨을 마시며 천천히 숨을 뱉어낸다. 헐떡이면 안 된다. 그것은 벌써 삶의 초보인 것.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주어진 길을 오른다. 마지막 정상에 오르면 세계 최고의 비경이 있다. 더 이상 걸을 곳이 없다. 여기는 세상의 끝이다. 그것을 알기에 조급하지 않다. 거기가 마지막이니 천천히 오른다. 서두를 것도 없고 불안할 것도 없다. 조금 오르면 되는 것이니 이렇게 걷는 것이다. 평소대로 걸어간다. 지금까지 이렇게 걸었으니 바쁠 것이 없다. 이렇게 걸어가면 마지막이 나올 것이다. 발걸음을 센다. 아무리 걸어도 만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걷다가 삶을 마치는 것이다. 주어진 길을 다 걸으면 하늘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