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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21篇 田子方篇 第3章(장자 외편 21편 전자방편 제3장)
안연顔淵이 중니仲尼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께서 걸으시면 저도 걷고 선생님께서 빠른 걸음으로 걸으시면 저도 빠른 걸음으로 걷고 선생님께서 달리시면 저도 달립니다. 선생님께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리면서 먼지 하나 내지 않으실 때에는 저는 다만 뒤에 처져서 눈만 휘둥그레질 따름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요?〉”
중니가 말했다. “회回야. 무슨 말이냐?”
안회顔回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걸으실 때 저도 걷는다고 한 것은 선생님께서 의견을 말씀하시면 저도 또한 의견을 말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빠른 걸음으로 걸으시면 저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고 한 것은, 선생님께서 변론을 하시면 저도 따라서 변론을 한다는 것이고, 선생님께서 달리시면 저도 달린다고 한 것은 선생님께서 도道에 대해 말씀하시면 저도 도道에 대해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달리면서 먼지 하나 내지 않으시는데 이르러서, 제가 다만 뒤에 처져 눈이 휘둥그레질 따름이라고 한 것은, 선생님께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서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친하게 지내지 않고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두루 사랑을 받으시고, 따로 통치의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아도 민중들이 선생님 앞에 모이는데 그러면서도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할 뿐입니다.”
중니仲尼가 말했다. “아아. 잘 살펴야 할 일이다. 무릇 가장 슬픈 일은 마음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고, 육체가 죽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은 그 다음으로 슬픈 일이다. 해는 동방에서 떠올라 서쪽 끝으로 들어가는데, 지상의 모든 존재[만물萬物]가 나란히 따르지 않음이 없으며, 눈이 있고 발이 있는 존재는 이 해에 의존한 뒤에라야 일을 성취할 수 있는지라, 이것이 떠오르면 세상에 드러나고 해가 지면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지니 만물 또한 그러하다. 무엇인가를 기다린 뒤에 죽고 무엇인가를 기다린 뒤에 생존하게 되니 나라는 존재는 한번 몸[성형成形]을 받으면 곧장 죽지는 않더라도 소진되기를 기다리며 〈그 사이〉 다른 존재를 따라 움직이는데 밤낮으로 잠시의 쉴 틈도 없어 어디서 마치는지를 알지 못한다.
어렴풋한 가운데 사람의 몸을 받고 태어나 자신의 운명을 알고는 있다 하더라도 이전의 모습은 도저히 알 수 없으니 나는 이 몸을 가지고 날마다 변화와 함께 나아가고 있다. 나는 종신토록 너와 함께 하는데 너는 팔뚝 한 번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뒤에 처져 나를 잃어버리니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는 아마도 나의 드러난 면만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저 겉모습은 이미 다한 것인데 너는 그것을 있는 것이라고 여겨서 찾으니 이는 마치 말이 길가의 쉬어가는 곳[로정路亭]에 잠시 머물다 갔는데 뒤늦게 그 모습을 찾는 것과 같다.
내가 과거에 너에 관해 생각했던 것을 이미 잊어버린 것처럼 너도 나에 관해 생각하던 것을 빨리 잊어버려야 할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너는 무슨 걱정할 것이 있겠는가. 비록 옛날 나의 모습을 잊어버렸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원문과 현토 및 해설]
顔淵問於仲尼曰 夫子步亦步 夫子趨亦趨 夫子馳亦馳
夫子奔逸絶塵 而回瞠若乎後矣
夫子曰 回何謂邪
(안연이문어중니왈 부자보역보하며 부자추역추하며 부자치역치호대
부자분일절진이어든 이회당약호후의로이다 부자왈
회아 하위야오)
안연顔淵이 중니仲尼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께서 걸으시면 저도 걷고 선생님께서 빠른 걸음으로 걸으시면 저도 빠른 걸음으로 걷고 선생님께서 달리시면 저도 달립니다. 선생님께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리면서 먼지 하나 내지 않으실 때에는 저는 다만 뒤에 처져서 눈만 휘둥그레질 따름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요?〉”
중니가 말했다. “회回야. 무슨 말이냐?”
☞ 보步, 추趨, 치馳, 분일奔逸, 절진絶塵은 모두 말[馬]의 상태를 비유한 것, 특히 분일奔逸은 나는 듯 달림(林希逸)이고 절진絶塵은 워낙 빨리 달려 달릴 때 일어나는 먼지가 말을 따라잡지 못함을 나타낸 표현이다(方勇‧陸永品). ☞ 당약瞠若은 눈이 휘둥그레한 모양.
曰 夫子步亦步也 夫子言亦言也 夫子趨亦趨也 夫子辯亦辯也
夫子馳亦馳也 夫子言道回亦言道也 及奔逸絶塵 而回瞠若乎後者
夫子不言而信 不比而周 無器而民滔乎前 而不知所以然而已矣
(왈 부자보역보야는 부자언역언야요 부자추역추야는 부자변역변야요
부자치역치야는 부자언도회역언도야요 급분일절진이너시든 이회당약호후자는
부자불언이신하며 불비이주하며 무기이민도호전한들 이부지소이연이이의로다)
안회顔回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걸으실 때 저도 걷는다고 한 것은 선생님께서 의견을 말씀하시면 저도 또한 의견을 말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빠른 걸음으로 걸으시면 저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고 한 것은, 선생님께서 변론을 하시면 저도 따라서 변론을 한다는 것이고, 선생님께서 달리시면 저도 달린다고 한 것은 선생님께서 도道에 대해 말씀하시면 저도 도道에 대해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달리면서 먼지 하나 내지 않으시는데 이르러서, 제가 다만 뒤에 처져 눈이 휘둥그레질 따름이라고 한 것은, 선생님께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서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친하게 지내지 않고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두루 사랑을 받으시고, 따로 통치의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아도 민중들이 선생님 앞에 모이는데 그러면서도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할 뿐입니다.”
☞ 무기이민도호전無器而民滔乎前 : 기器는 국가를 다스리는 도구, 곧 권력이나 지위 따위를 말한다. “실제로 인군의 지위도 없는데 백성들의 발길이 앞에 이르러 많은 무리가 모임이다.”(成玄英)
仲尼曰 惡可不察與 夫哀莫大於心死 而人死亦次之
日出東方而入於西極 萬物莫不比方 有目有趾者 待是而後 成功
(중니왈 오라 가불찰여아 부애는 막대어심사하고 이인사역차지하니
일출동방이입어서극이어든 만물을 막불비방하며 유목유지자대시이후에야 성공이라)
중니仲尼가 말했다. “아아. 잘 살펴야 할 일이다. 무릇 가장 슬픈 일은 마음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고, 육체가 죽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은 그 다음으로 슬픈 일이다. 해는 동방에서 떠올라 서쪽 끝으로 들어가는데, 지상의 모든 존재[만물萬物]가 나란히 따르지 않음이 없으며, 눈이 있고 발이 있는 존재는 이 해에 의존한 뒤에라야 일을 성취할 수 있는지라,
☞ 애막대어심사哀莫大於心死 이인사역차지而人死亦次之 : 심사心死는 정신적 죽음을 뜻하고 인사人死는 육체적인 죽음을 뜻한다.
☞ 막불비방莫不比方 : 비방比方은 나란히 따라간다는 뜻.
☞ 유목유지자有目有趾者 : 인류를 지칭한다. 〈천지天地〉편에 나온 ‘유수유지자有首有趾者’와 같다. “머리가 있고 발이 있다는 것은 하늘을 이고 땅을 밟고 있는 모든 사람을 일컬음이다.”(褚伯秀)
☞ 대시이후待是而後 성공成功 : 시是는 해를 지칭한다.
是出則存 是入則亡 萬物亦然 有待也而死 有待也而生
吾一受其成形 而不化以待盡 效物而動 日夜無隙而 不知其所終
(시출즉존하고 시입즉망이니 만물도 역연이라 유대야이사하며 유대야이생하나니
오는 일수기성형하나로 이불화이대진하며 효물이동호대 일야무극이부지기소종하며)
이것이 떠오르면 세상에 드러나고 해가 지면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지니 만물 또한 그러하다. 무엇인가를 기다린 뒤에 죽고 무엇인가를 기다린 뒤에 생존하게 되니 나라는 존재는 한번 몸[성형成形]을 받으면 곧장 죽지는 않더라도 소진되기를 기다리며 〈그 사이〉 다른 존재를 따라 움직이는데 밤낮으로 잠시의 쉴 틈도 없어 어디서 마치는지를 알지 못한다.
☞ 시출즉존是出則存 시입즉망是入則亡 : 시是는 역시 해를 지칭한다.
☞ 성형成形 : 사람이 태어날 때 부여받은 본래의 신체를 의미한다.
☞ 불화이대진不化以待盡 : 당장 죽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신체의 기능이 소진되어 죽는다는 뜻.
薰然其成形 知命不能規乎其前 丘 以是日徂
吾終身與汝 交一臂而失之 可不哀與
汝殆著乎吾所以著也 彼已盡矣 而汝求之以爲有 是求馬於唐肆也
(훈연기성형하야 지명불능규호기전이라 구 이시로 일조하노니
오종신여여로 교일비이실지하니 가불애여아
여는 태저호오소이저야로다 피이진의어늘 이여구지이위유하나니 시는 구마어당사야어니따녀)
어렴풋한 가운데 사람의 몸을 받고 태어나 자신의 운명을 알고는 있다 하더라도 이전의 모습은 도저히 알 수 없으니 나는 이 몸을 가지고 날마다 변화와 함께 나아가고 있다. 나는 종신토록 너와 함께 하는데 너는 팔뚝 한 번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뒤에 처져 나를 잃어버리니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는 아마도 나의 드러난 면만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저 겉모습은 이미 다한 것인데 너는 그것을 있는 것이라고 여겨서 찾으니 이는 마치 말이 길가의 쉬어가는 곳[로정路亭]에 잠시 머물다 갔는데 뒤늦게 그 모습을 찾는 것과 같다.
☞ 훈연기성형薰然其成形 : 훈연薰然은 어렴풋한 모양. 훈薰은 훈曛(어스레할 훈)의 가차자.
☞ 지명불능규호기전知命不能規乎其前 : 명을 아는 지명자知命者라 하더라도 태어나기 이전의 모습을 알 수는 없다는 뜻. 규規는 ‘헤아리다’는 뜻.
☞ 구丘 이시일조以是日徂 : 시是는 이루어진 형체, 곧 성형成形을 지칭한다. 조徂는 간다[왕往]는 뜻.
☞ 교일비이실지交一臂而失之 : 교일비交一臂는 팔뚝 한 번 스치고 지나가는 것처럼 우연히 만나는 짧은 관계를 뜻한다. 실失은 서로 잃어버려 뒤에 처진다[상실재후相失在後]는 뜻.
☞여태저호오소이저야 汝殆著乎吾所以著也 : 오소이저吾所以著는 내가 드러내는 것. 앞의 저著는 드러나는 것을 드러난 것으로 본다는 뜻. 태殆는 아마도. 여汝는 이인칭.
☞ 피이진의彼已盡矣 : 피彼는 드러난 겉모습을 지칭한다.
☞ 시是 구마어당사야求馬於唐肆也 : 당사唐肆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대부분 당사唐肆를 ‘텅 빈 마시장’으로 풀이했지만 여기서는 방용方勇‧육영품陸永品의 견해를 따라 로정路亭, 곧 말이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보고 번역하였다.
吾服汝也甚忘 汝服吾也亦甚忘
雖然 汝奚患焉 雖忘乎故吾 吾有不忘者 存
(오복여야도 심망하며 여복오야도 역심망이니라
수연이나 여는 해환언이리오 수망호고오나 오유불망자 존하니라)
내가 과거에 너에 관해 생각했던 것을 이미 잊어버린 것처럼 너도 나에 관해 생각하던 것을 빨리 잊어버려야 할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너는 무슨 걱정할 것이 있겠는가. 비록 옛날 나의 모습을 잊어버렸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 오복여야吾服汝也 심망甚忘 여복오야汝服吾也 역심망亦甚忘 : 복服은 생각한다는 뜻. “복服이란 마음속에 생각함을 이름이다.”(郭象)
☞ 수망호고오雖忘乎故吾 오유불망자존吾有不忘者存 : 잊혀지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천지가 나에게 부여한 장구한 흐름’이라느니 ‘조화의 도구’라느니 여러 견해가 있으나 마땅히 사색을 통해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인지라 굳이 해설을 붙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