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 최전선인 탄광 마을 부흘레다르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탱크전을 벌였다가 전차·장갑차 130여대를 잃으며 대패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월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에서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전투를 벌여 노획한 러시아군 탱크 위에 서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국민일보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위치한 부흘레다르는 바로 위쪽 동북부의 바흐무트와 더불어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격전을 벌여온 전략 요충지다. 이곳을 잃으면 우크라이나는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까지 다시 빼앗길 수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최대 철강 도시 마리우폴까지 내줄 수 있다. 신문은 러시아군이 이번 전투에서 전쟁 초기의 실수를 계속 반복하면서 대패했다고 전했다. 무조건 탱크와 장갑차를 일렬로 진격시키다 매복한 우크라이나군 탱크와 대전차미사일, 드론 공격 등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이다. 전투는 양측이 모두 농경지 사이 비포장도로와 주변 나무숲으로 탱크를 대거 투입하며 벌어졌다. 러시아군 기갑차량은 10~20대씩 줄지어 진격했고, 우크라이나군은 자국산 T64 탱크와 미국산 브래들리 장갑차 등을 숲에 매복시킨 채 방어했다. 러시아 탱크들은 들판에 매설된 대전차 지뢰에 1차 피격된 뒤 우크라이나 탱크와 대전차미사일에 2차 공격을 받고 파괴됐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기갑부대를 드론으로 포착한 뒤 포병부대의 후방 포격을 시작으로 ‘탱크 사냥’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NYT는 “파괴된 러시아제 T72 T90 탱크와 BTR 장갑차들의 잔해가 부흘레다르 들판에 널려 있다”면서 “이번 공세에서 러시아는 핵심 기갑부대 전력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동북부의 전략 요충지 바흐무트에선 여전히 양측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매체들은 이곳을 러시아군이 장악했다고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우리가 사수 중이며 지원군을 증파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러시아군은 바흐무트 북쪽과 남쪽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포위망을 완성하지 못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이 도시 사수가 힘겹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지원군을 증파했다”고 전했다.n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자국 TV방송에 출연해 “이 도시를 지키기로 한 결정은 군 전략상 결정이지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격전이 이어지면 우리 군이 전략적 후퇴를 결정할 수도 있다”며 “러시아가 상당한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는 동부전선에서 전략 요충지를 사수하며 러시아의 전력을 소모시키는 방어전략에 치중해 왔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