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보다 CEO 로 불러주세요”
금 난새 (작곡 66 - 70)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
우리나라 첫 벤처 오케스트라 창업
기업과 예술의 만남 성공적으로 이끌어
부산 수영에 ‘금난새 뮤직센터’ 개관
젊은 연주자들에게 꿈 펼칠 기회 제공
내년 라스베가스 CES 연계 연주회 계획
본회는 지난 5 월 27 일 잠실 롯데 콘서트홀에서 1,200 여 동문 가족을 초청해 제 1 회 ‘서울대학교 가족 음악회’ 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날 음악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금난새 동문은 재치있는 곡 설명뿐 아니라, 연주가 끝난 후 스태프들과 함께 피아노를 밀어 옮기는 등 자유로운 지휘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동문 가족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스로 지휘자 대신 ‘CEO’ 라 칭하며 대한민국 최초로 벤처 오케스트라를 창업해 청중들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마다치 않고 달려가 음악을 선사해 온 금난새 동문을 지난 7 월 25 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금 동문은 부산 수영구 ‘금난새 뮤직센터 (GMC)’ 에서 열리는 서머 페스티벌을 일주일 앞둔 바쁜 시점이었지만, 1 시간 30 분에 걸쳐 성심껏 인터뷰에 응했다.
- 금난새 뮤직센터 (GMC) 가 지난해 문을 연 것으로 압니다.
규모로 볼 때 쉽지 않았을 텐데, 설립 과정을 설명해 주시죠.
“GMC 는 고려 제강이 2016 년 부산 비엔날레를 계기로 옛 수영 공장 터를 살려 만든 복합 문화 공간 ‘F 1963’ 지하에 있습니다.
고려 제강 홍 영철 회장님께서 부산 문화 예술에 공헌해 달라는 뜻으로 제 이름을 단 공간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저에게는 큰 상이자 격려죠.
전례가 없는 일인데, 앞으로 우리 사회에 좋은 사례로 정착돼 제 2, 제 3 의 GMC 가 생기길 바랍니다.”
- 선생님은 ‘해설이 있는 000’ 의 원조로 불립니다.
계기가 어떻게 되세요.
“1993 년인가, 예술의 전당에서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프로그램을 요청받았어요.
우수한 연주자는 많은데, 청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늘 있었고, 교육을 통해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있던 차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클래식을 들려준다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했지요.
미래의 클래식 관객들이잖아요.
그전까지도 이 프로그램이 진행됐지만, 관례적으로 해왔던 것 같아요.
학생 입장에선 그냥 지루한 시간이었죠.
제목부터 ‘금난새와 함께하는 음악 여행’ 으로 바꾸고 학생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음악을 들려줬죠.
청중에 다가가는 전략이죠.
또 그때까지 공짜로 진행됐는데, 2000 원을 받았습니다.
돈 주고 표 사는 연습도 필요하니까요.
그 해 전석 매진을 했습니다.
당시 예술의 전당 전 공연 통틀어 첫 매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9 회 하는 동안 예술의 전당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클래식 청중 저변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
“과거에 비하면 확실히 변화가 느껴져요.
요즘 클래식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외국인 중에 한국에 젊은 클래식 청중이 많은 걸 놀라워하는 분들이 있어요.
미국, 유럽 등은 여전히 중장년층이 많거든요.
이런 변화에 일조했다는 데 보람을 느끼죠.”
- 이번에 ‘F 1963 서머 페스티벌’ 예술 감독도 맡으셨고, 지휘도 계속하고 계시죠 ?
“그럼요.
성남 시립 예술단 상임 지휘자와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도 맡고 있으니까요.
지난 15 년 동안 매년 100 회 가까이 지휘를 한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가능했죠.
‘위대한 지휘자’ 란 타이틀보다 ‘사랑받는 지휘자’ 라는 타이틀이 더 좋습니다.”
금 동문은 지휘뿐 아니라 다양한 실내악 페스티벌을 기획하며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 파크의 ‘골든 티켓 어워즈’ 클래식 · 무용 · 전통 예술 부문 ‘아티스트상’ 을 2017 ~ 2019 년 3 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클래식 예술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름이 독특한 만큼 늘 새롭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KBS 교향악단에서 수원 시향으로 옮길 때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았지요.
“쫓겨난 거 아니냐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죠.
오케스트라 규모, 급여가 큰 차이가 났으니까요.
저는 도전이었어요.
처음에는 수원에서 도와달라 해서 KBS 도 일하면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1 년에 3 ~ 4 개월 정도 일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서양 지휘자들은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KBS 에서 제도적으로 그건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럼 수원을 택하겠다고 했죠.
변화,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다고 봤거든요.
수원 시향에 가서 수원이 ‘갈비의 도시’ 뿐 아니라 예술의 도시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해보자고 했어요.
그때 처음 삼성 전자의 후원을 이끌어내 4 억원씩 5 년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제도권 예술 단체들은 모두 세금 지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도 세금 지원에서 벗어나 기업 지원을 통해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기업과 상생을 통해 예술 단체가 독립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으면서, 수원 시향 그만둘 때 따라 나온 단원들과 벤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죠.
그게 지금의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구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죠.
이후 삼성 전자는 물론 CJ, 포스코 등과 후원 협약을 통해 독립 오케스트라로 자리 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무료로 공연해주고, 기업은 우리를 도움으로써 자연스럽게 문화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게 되는 것이죠.”
- 공연이 많으면 단원들이 힘들어하지 않나요 ?
“우리는 연주할 때마다 급여를 받는 시스템입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이 역시 기존의 틀을 깬 겁니다.”
그의 도전은 공연 장소의 변화로까지 이어진다.
객석과 첨단 음향 시설이 돼 있는 전문 공연장에서 탈피해 대기업 사옥과 호텔 로비 등에서 음악회를 개최했다.
“오케스트라 연습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 사옥을 찾았어요.
로비를 보니까 유리로 된 성당이 떠올라요.
서양에서는 성당에서 음악회를 종종 하지요.
아, 여기서 연주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스코에 제안을 했더니 좋은 생각이라고 흔쾌히 함께 잘 해보자고 하더군요.
1999 년 12 월 31 일 오후 10 시 밀레니엄 제야의 음악회를 포스코 로비에서 했지요.
그 연주회가 대박이 났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전곡 (9 곡) 을 그곳에서 연주하는 계약까지 체결되고, 광양, 포항까지 내려가 특별 연주회를 하게 됐지요.
6 년간 로비라는 공간을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제주 신라 호텔 로비에서도 풍산, 삼양사 등과 후원 계약을 맺고 12 년간 실내악 연주회를 열었고요.
예술의 전당, 카네기 홀 등에서 하는 것만 음악회는 아니거든요.
어디에서도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조 성진, 임 윤찬 피아니스트 덕에 클래식 음악이 주목받는 분위기입니다.
“참 고마운 일이죠.
한편으로는 1 등만 기억하는 분위기 때문에 그 외 우수한 음악 인재들이 묻히는 게 참 안타까워요.
이번 반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선에도 네 명의 한국인이 올랐잖아요.
임 윤찬 외에는 부각이 안 됐죠.
그런 젊은 음악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우리 시니어들이 많이 만들어줘야 해요.
90 년대는 클래식 청중을 모으는 일을 했다면, 2000 년대는 젊은 연주자를 중심으로 한 실내악 붐을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부산의 GMC 가 그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를 많이 만드는 일도 젊은 음악인들의 기를 살리는 일이 돼줄 겁니다.
현재 한 오케스트라에 150 억원의 예산이 쓰인다면, 5 개를 만들어 30 억원씩 지원하면 되는 겁니다.
서울 시향, KBS 교향악단 수준의 오케스트라를 많이 만들 수 있어요.
지원금을 나눠 쓰면 되는 겁니다.
각 오케스트라의 리더들이 열심히 발로 뛰어서 기업과 후원 계약을 맺으면 단원들 생활도 안정될 수 있어요.
기업들은 오케스트라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직원 교양 강좌도 만들 수 있고, 기업 이미지 홍보에도 활용할 수 있죠.”
- 내년 미 라스베가스에서 국제 전자 제품 박람회 (CES) 와 연계한 연주회도 열 계획이라고요.
“서울대 동문 가족 음악회 후에 김 종섭 회장에게 전화가 왔어요.
‘내친김에 미국까지 갑시다’ 그러는 겁니다.
연초 CES 열릴 때 서울대 동문 가족들을 비롯해 현지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근사한 음악회를 열자는 제안이에요.
‘CES 에 참여한 기업들과 연계하면 좋은 기획이 나오겠구나’, 딱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그래서 저도 ‘그래 한번 해보자’ 맞장구를 쳤죠.
얼마 전 BTS 가 휩쓸고 간 곳인데, 한국이 클래식 음악도 잘한다는 걸 보여줘야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서울대가 기부의 메카가 되면 어떨까요 ?
김 종섭 회장도 기부를 많이 하는 기업인으로 알려졌듯이 서울대인들은 기부에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동창회가, 서울대가 만들어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금 동문은 서울 예고 교장 시절 4 년간 연봉 전액을 기부해 학생들을 위해 썼다.
첫댓글
운영자 입니다.
헌데, daum 정리 작업인줄 모르고, 카카오 계정 통합을 해서 쫓겨나서 더 이상 관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사를 갑니다.
https://cafe.naver.com/smawolmeeting
이것이 삼울회 새로운 주소 입니다.
급하게 해서 아직 허술하지만, 잘 다듬어 보겠습니다.
보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