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길을 따라 들어가니 큰 고목 아래 아담한 집 한 채가 보인다.
멀리서 바라 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멋지고 정겨워 보였다.
도착해서 보니 이곳이 아주 기운 센 곳이라는 게 느껴졌다.
달리 말하면 마음이 그리 편치 않은 곳이라는 뜻이다.
주위의 지형이 그렇고 나무들이 자라는 품새가 그렇다.
집 뒤로 봉긋하게 솟은 숲은 바위투성이로 덮여 있다.
그 바위들을 뚫고 자란 나무들도 어렵게 자란 모습이 역력하다.
그곳의 척박한 환경을 이기고 자라려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오른편의 집은 당집이고, 왼편의 두 고목은 느티나무이다.
느티나무 아래에 제단을 마련해 놓고 치성을 드린다.
그런 걸 알려 주는 듯 나무 줄기에 오색 천과 금줄이 걸려 있다.
주위의 온갖 역경을 다 딛고 우뚝한 존재한테는 경의가 필요하다.
당 숲은 느티나무 두 고목을 포함하여 대체적으로 느티나무로 구성돼 있다.
다른 나무 들도 눈에 띄지만 느티나무가 약 8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거 같다.
여기에서 관찰한 나무는 8종 정도로 다음과 같다.
느티나무, 풍게나무, 말채나무, 소태나무, 음나무, 뽕나무, 생강나무, 고광나무.
이 중 나무의 규모로 보았을 때에 가장 눈에 띄는 두 나무를 소개해 본다.
<풍게나무>
풍게나무 수피
풍게나무 잎 뒷면
풍게나무의 잎과 열매
넓게 봐서는 팽나무와 한 식구의 나무이다.
검은 열매를 보아 '검팽나무'로 볼 수도 있으나,
잎의 톱니가 아래쪽까지 있는 점과
잎 뒷면의 맥에 털이 있는 점으로 보아 '풍게나무'로 보는 게 맞아 보인다.
잎의 윗부분에만 톱니가 있으면 팽나무이다.
<말채나무>
말채나무 고목이다.
해묵은 말채나무의 수피는 꿈틀거리는 용의 비늘을 보는 듯 기품이 서려 있다.
비스듬히 기운 나무 모습이 정말로 곧 승천할 듯한 용을 보는 느낌이 든다.
말채나무 아래로 파릇파릇한 보리밭이 싱그러워 보인다.
보리밭 너머로 들어오는 산은 장수군과 걸쳐 있는 천반산이다.
위에 올라서니 별로 높지 않은데도 전망이 좋다.
느티나무 고목 사이로 구불구불한 마을 진입로와 펼쳐진 논이 들어온다.
당집 오른편에 있는 바위 봉우리이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 사이로 이곳에서도 느티나무 등이 자란다.
이 풍경까지 가세하여 이곳의 기운이 더 세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현실적인 조건은 그러하지만,
이에 당당히 대응하며 기운을 펼치는 나무와
이곳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이 있어 이곳은 끝내 또 따스한 곳이기도 하다.
2010. 12. 5
진안 신기리
첫댓글 좋은 풍경 보여줘서 고맙습니다만.. 이곳저곳 쉬지않고 잘 댕기시네요?
이건 단체로 다녀온 곳이라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