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북, 경기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25일쯤부터 소에 대한 구제역(口蹄疫) 예방접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경북에서 처음 생긴 구제역이 경기북부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더니 강원도까지 번져나가자 나온 조치다. 지금까지 매몰 처분된 소·돼지가 28만 마리다. 자식처럼 키워온 소·돼지를 땅에 묻는 축산농가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짐작조차 힘들다.
우리는 구제역 발병으로 구제역 청정국(淸淨國) 지위는 잃은 상태다. 백신 접종을 하게 되면 구제역을 종식시키더라도 청정국 지위 회복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동남아 등 구제역 빈발 국가로부터의 축산물 수입을 막을 명분이 약해진다. 그렇지만 지금은 청정국 지위 유지에 연연할 형편이 못 된다. 백신을 맞혀도 구제역 확산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만에선 1997년 백신 접종이 오히려 구제역 확산을 초래한 일도 있었다.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구제역 첫 발생지인 경북 안동은 한우 식당과 식육점 매출이 평년에 비해 20~50% 감소했다고 한다. 쇠고기·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꺼림칙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제역은 조류인플루엔자·광견병·광우병 같은 인수(人獸)공통 질병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질병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동물 가운데서도 발굽이 둘로 갈라진 소·돼지·양·염소·사슴 등의 우제류(偶蹄類)에게만 퍼진다. 발굽이 있지만 둘로 갈라지지 않은 말의 경우는 구제역에 걸리지 않는다. 사람이 구제역에 감염된 고기를 날로 먹어도 아무 탈이 없다. 전문가들 말로는 설령 주사기로 구제역 바이러스를 사람 몸 안에 집어넣더라도 질병으로 발전되지 않는다고 한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구제역에 걸린 고기를 늘 먹는 처지인데도 구제역 환자가 발생한 일은 한 번도 없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섭씨 50도 정도의 물에만 삶아도 죽어버리기 때문에 익힌 고기는 바이러스 자체가 없는 고기라고 보면 된다.
정부가 이런 과학 지식을 정확하게 국민에게 전달, 잘못된 상식이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국들도 구제역에 대해 괜한 공포가 번지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국민도 평소와 다름없이 쇠고기·돼지고기를 소비해 축산농가의 위기 극복을 돕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