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겁 내려오며 인연이 깊고 깊어 금생에 다시 와서 모태에 의탁했네.
달수가 차가면서 오장이 생기었고 여섯 달이 되어서는 산보다 더하였고
거니는 그때마다 찬 바람 겁이나니 고운 옷 생각없어 입어도 보지 않고
머리맡 거울에는 먼지만 가득하네.
둘째, 해산할 때 고통받은 은혜
뱃속에 아기 배어 열 달이 다가오니 순산이 언제일까 손꼽아 기다리네.
나날이 기운없어 큰 병든 사람같고 어제도 오늘도 정신이 흐리도다.
두렵고 겁난 마음 무엇에 비교할까 근심의 눈물만이 가슴에 가득하네.
슬픔의 눈빛으로 친척께 말하기를 죽음이 닥쳐올까 두려울 뿐입니다.
셋째, 아기를 낳고 근심을 잊은 은혜
어지신 어머님이 나의 몸 낳으실 때 오장과 육부까지 찢기고 에이는 듯
정신이 혼미하고 몸마저 무거우니 흘린 피 너무 많아 그 모습 창백하다.
아기가 건강하다 위로의 말 들으시면 반갑고 기쁜 마음 견줄 데 없지마는
기쁨이 지난 뒤엔 슬픈 맘 다시 나며 아프고 괴로움이 온 몸에 사무치네.
넷째, 쓴 것 삼키고 단 것 받아 먹여준 은혜
어버이 깊은 은혜 바다에 비기오리 귀여워 사랑하심 영원히 변치않네.
단 것은 모두 모아 아기에게 먹이시고 쓴 것만 잡수셔도 그 얼굴 밝으시네.
사랑이 깊으시니 아기 위함 밤낮없고 은혜가 높으시매 슬픔이 몇 곱 일세
어머니 일편단심 아기 배 불리고자 며칠을 굶으신들 그 어찌 마다하랴.
다섯째, 마른 자리 아기 뉘고 젖은 데로 눕는 은혜
어머니 당신 몸은 백 번이 젖더라도 아기는 어느 때나 마른데 뉘이시며
두 젖을 먹이어서 아기 배 불리시고 찬 바람 쏘일세라 소매로 가리우네.
아기를 돌보느라 잠 한 번 편히 자랴 두둥실 둥개둥개 안아서 놀리시니
아기만 편하다면 뭣인들 사양하며 어머니 그 몸이야 고된들 어떠하랴.
여섯째, 젖 먹여 양육하신 은혜
어머님 크신 은혜 땅에다 견주리까 아버님 높은 은덕 하늘에 비기리까.
높고 큰 부모 은공 천지와 같사오니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 뜻 다를 손가.
눈과 코 못쓴다고 싫은 맘 있을소냐. 배 갈라 낳은 자식 병신이 더 귀여워
온 종일 사랑해도 정성은 끝없어라.
일곱째, 똥 오줌 가려주신 은혜
지난 날 이내 얼굴 꽃보다 고왔었고 옥같이 아름답고 솜같이 부드러워
예쁘게 그린 눈썹 버들잎 부끄럽고 두 볼에 붉은 빛은 연꽃도 수줍었네.
은혜가 깊을수록 내 얼굴 여위었고 기저귀 빠느라고 손발이 거칠었네.
아들딸 기르노라 고생도 극심하여 어머님 꽃 얼굴에 주름살 잡히었네.
여덟째, 먼 길 가면 걱정하는 은혜
죽어서 이별함도 고통이 크지마는 살아서 이별함도 마음을 끊노매라.
자식이 집을 떠나 먼길을 가게 되면 어버이 그 마음은 자식을 따라가네.
이 마음 밤낮으로 자식을 생각하여 두 눈에 흘린 눈물 천 줄기 만 줄기라.
원숭이 자식 사랑 창자를 끊어내듯 어버이 자식걱정 그 보다 더하여라.
아홉째, 자식위해 애쓰는 은혜
어버이 크신 은혜 바다에 비길 건가 산보다 높으시니 어떻게 갚으리요
자식의 온갖 고생 대신하기 소원이요 아들이 괴로우면 부모마음 편치 않네.
아들딸 길을 떠나 먼길을 가게 되면 밤이면 추울세라 낮이면 주릴세라
자식들 잠시라도 고통을 받게 되면 어버이 근심걱정 하루가 삼추로다.
열 번째, 끝까지 사랑하시는 은혜
아버님 어머님의 그 은혜 어떠한가 자식을 생각하심 잠깐인들 쉬오리까
서거나 앉았거나 마음은 따라가고 멀거나 가깝거나 사랑은 같을세라.
늙으신 부모나이 백 살이 되었어도 여든된 아들딸을 행여나 걱정하네.
부모님 깊은 은공 언제나 끊일런지 이 목숨 다한 뒤나 다할까 하노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