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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기를 연주하기전,활에 황갈색의 고체를 비벼 하얀 가루를 묻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고체가 바로 송진이다. 연주자들은 자신에게 꼭맞는 악기나 활을 찾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그에비해 송진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찰현악기라는 명제에서 소리를 내게 만드는 역할의 한 부분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송진에 대해 알아본다. 10~12 세기에는 전나무나 소나무과 나무들의 표피를 벗기거나 상처를 내어,거기서 흘러나오는 수액을 채취하여 만든 송진이 유화를 그리거나 나무로 만든 배의 방수처리를 하는데 쓰였다. 이슬람이나 비잔틴 시대의 그림과 문서에서부터 활을 사용하는 악기에 대한 그림과 그에대한 언급이 나타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악기에 송진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1세기 무렵부터라고 추정된다. 당시 지중해 동부에 살던 사람들은 현악기 연주를 개량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초기에 그들은 거트현(Gut String:양의 말린 창자로 만든 현)을 막대기로 문지르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막대기와의 마찰 때문에 현이 거칠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 후 소재를 바꾸어 말총(말 꼬리털)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송진을 발라야만 적절한 마찰로 현이 진동할 수 있는 불편함이 있었지만,현의 급속한 마모방지와 좋은 소리를 내기위하여는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활의 완성이었다. 과거 송진을 대량 생산하던 도시 가운데 소아시아의 콜로폰(Colophon) 이란 곳이 유명했는데,아마도 아 때문에 송진(Rosin)이 '콜로포니'(Colophony)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주로 북아메리카에서 세계 산출량의 50%이상이 생산되며,멕시코와 프랑스 등지에서도 소량이 생산되고 있다. 송진은 현과 활털 사이의 마찰력을 증대시켜 활 털이 현 위를 지날 때 현을 잘 떨리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떨림이 공기를 흔들게 되고 결국은 이로써 현악기만의 독특한 소리가 귀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즉 송진을 바르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처럼 활과 현의 마찰력을 증대시키는 것에 있다.송진을 바르지 않아도 소리가 나기는 하지만 그 떨림이 너무도 미약하고 음악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송진은 반드시 발라주어야 한다. 활털에 묻어있는 송진가루가 제공하는 이같은 마찰력은 접착력이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다. 접착력이란 말 그대로 두 물체를 서로 붙여놓는 힘을 말하는데,여기서는 보잉을 할 때 활이 마치 현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느낌 때문에 접착력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이같은 접착력은 소리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즉 현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활을 보잉이라는 동작을 통해 강제로 떼어내려 하면 그만큼 현의 장력은 늘어나게 되고,더 이상 장력의 힘을 이기지 못해 활이 현을 놓치게 되면 떨어진 현은 떨림이라는 부차적인 요소를 생산하게 된다. 이처럼 잡아당겼다 놓치고,떨린 후 다시 붙잡아 당기고,놓치고,떨리고를 반복하다보면 결국 소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접착력이 강할수록 떨림이 강해진다는 점이다. 천연송진은 소나무과 나무의 수액이 다시 돌기 시작하는 봄철에 채취하여,소나무나 스프루스의 수액에만 포함되어있는 테레빈유로부터 악기와 칠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은 제거한다. 이렇게 얻은 순수한 송진은 매우 쉽게 부서지며 긁히는 소리의 원인이 되므로,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면서도 긁히는 소리를 막기 위해 몇가지 첨가물을 넣게된다. 그 첨가물은 모양을 쉽게 낼 수 있도록 돕는 꿀벌의 왁스(밀납)와 약간의 미네랄 오일,그리고 특수한 경우 함께 섞어 사용하는 석탄의 타르 등이다. 이것들을 섞은 후 가열하는데,이렇게 첨가되는 화학 물질의 종류와 비율 그리고 가해지는 열의 정도와 시간을 각 제조사 마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좋은 송진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단단하여 가루가 나지 않거나,너무 쉽게 부서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일 포인트(가열정도)가 낮은 경우 보통 색깔이 어두워지고 부드러워져 활에 잘 달라붙는 송진이 만들어지고 높을 경우 밝은 색과 단단한 송진이 만들어지는데,이러한 과정을 거친 송진은 일반적으로 모양을 내기 쉽고 식는 속도를 천천히 할 수 있는 금속성 틀에 부은 후 식힌다. 품질좋은 송진은 활털에 얇게 송진이 남아있어도 현을 긁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완벽하게 활을 쓸 수 있다. 자신에게 꼭맞는 송진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악기의 상태,활의 상태 또 자신의 연주 스타일 등을 모두 고려하고 그에 적합한 송진을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송진의 색깔은 짙은 것에서부터 흐린 것까지 매우 다양하며 그 경도(단단함의 정도)도 무른 것에서부터 단단한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송진가루가 호흡기로 들어갔을 때 개인적인 차이는 있으나 간혹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데,이를 방지하는 인조송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천연송진의 품질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송진은 금가루를 포함하기도 하는데, 이는 금속가루가 현을 붙잡는데 탁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일이든 경험해봐야 확실히 알 수 있듯,송진이 주는 차이도 겪어본 사람이라야 알 수 있다. 많은 유명 연주자나 교사들이 자신에게 맞는 송진을 고르는데 돈을 아끼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을 보면 송진의 역할이 큰 것은 분명하다. 잘 정제된 송진일수록 그 결정이 매우 순수한데, 이는 곧 활털에 가루가 곱고 고르게 잘 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진은 그 점성과 강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데, 어두울수록 점성이 강하고 강도는 무르며, 밝을수록 점성은 약하고 강도는 단단하다. 점성이 강하다는 것은 끈적임이 많다는 것으로 활이 현에 잘 붙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점성이 강한 송진은 커다란 홀에서의 연주처럼 강한 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마이크 앞에서 녹음을 위해 연주해야할 경우나 부드러운 소리를 내야할 경우 점성이 너무 강하면 긁히듯 거친 소리가 나거나 빠른 패시지의 연주에 부담이 되므로 점성이 약한 밝은색 송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연주할 장소의 기후조건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잉글리쉬 챔버 오케스트라 수석 베이시스트 스티븐 윌리엄스는 연주할 지역(장소)이 덥고 습한 나라일 경우 단단하고 함습율(송진이 습기를 가지고 있는정도)이 낮은(건조한) 송진을, 춥고 건조한 나라일 경우 무르고 끈적임이 많은 송진을 사용한다고 한다. '현을 붙잡는다'고 표현되는 이 끈적임은 현의 굵기와도 상관관계가 있다. 굵은 현을 울리려면 당연히 그 끈적임의 정도가 심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강한 마찰력을 위해 바이올린 활에 베이스용 송진을 바른다면 그 끈적임의 정도가 너무 심해져서 연주에 오해려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개 바이올리니스트나 비올리스트는 수분함량이 적고 경도가 높은 송진을 쓰고,첼리스트는 중간정도의 경도를 가진 송진을 사용한다. 베이스 연주자들은 보통 베이스용 송진과 바이올린용 송진을 함께 사용하기도 하는데,이는 굵은 현을 제대로 울리려면 마찰력을 높일 수 있는 점성이 강한 송진을 사용해야 하지만 이렇게 했을 경우 미끄러지듯 연주해야 하는 프레이즈에서는 강한 점성으로 인해 연주가 오히려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 두 가지 경우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두종류의 송진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한편 금속 심 현(Steel core string)에는 수분함량이 적고 경도가 큰 송진이 어울리고,합성소재 심 현(Synthetic core string)에는 중간 성질의 송진이 좋다. 그리고 거트현에는 수분함량이 더 높고 무른 송진이 적합하다.
송진을 바를 때는 활 끝에서 끝까지 골고루 발라주느 것이 좋다. 절대 손잡이 부분에만 집중적으로 바르지 않도록 유의한다. 보통 송진을 잔뜩 바른 후 송진을 털어내거나 골고루 펴려고 활을 뒤집어 활의 머리부분을 보면대나 책상등에 대고 두드리거나 공중에 휘두르는 경우가 있는데,이는 활의 머리부분을 상하게 하거나 활 자체를 휘게 할 수도 있으므로 피하여야 한다. 대신 뭉친 송진은 활털의 긴장을 약간 풀고 엄지 손가락으로 살살 털어가며 골고루 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손에 있는 기름기가 활털에 묻어 송진이 잘 발라지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활털을 세게 문지르는 것은 피하여야 한다. 원하는 소리를 얻기위해 바르는 송진의 양과 활털의 마모 정도는 반비례하므로 아무리 발라도 예전의 원하던 소리가 나지 않으면 활털 자체를 교환하여야 한다. 알코올 성분을 함유한 송진가루나 덩어리는 인화성 물질이므로 화기에 가까이하면 불이 붙을 수도 있기에 주의하여야 하며,간혹 저급의 송진중에는 고온다습한 장마철엔 송진 표면이 살짝녹아 가루가 잘 나지 않거나,아예 송진의 모양이 찌그러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그늘지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에 송진이 끈적여 가루가 잘 나지 않을 때 응급조치로 송진을 냉동실에 10~20분 정도 넣었다 사용하면 응급조치로써 어느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송진을 사용하면 현에 송진 가루가 묻어 하얗게 쌓이고 그정도가 심해지면 울림에 영향을 주기에 적당한 때에 이를 제거해야 하는데,이처럼 송진을 닦아낼 때에는 매우 조심하여야 한다. 물론 연주에 방해가 되거나 현의 울림이 감소할 정도로 송진이 현에 뭉쳐있기 전 까지는굳이 닦아낼 필요가 없다. 단,그런 경우 즉시 닦아주어야 하는데 반드시 부드러운 천으로 살살 닦아내야 한다.강하게 닦으면 않되는 이유는 ,보통의 현은 코아(심)에 금속성 띠를 감은 경우가 대부분인데,이 금속성 띠 사이사이에 가느다란 천의 실이 끼거나 송진과 현의 마찰 때문에 현 표면이 상하지 않게 하기위해서 이다. 또한 아주 부드러운 칫솔이나 조금 강한 털을 가진 붓으로 살살 털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 전용 클리너를 사용하는 거트현엔 송진제거 후 전용 오일을 발라 수명과 탄력을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간혹 알코올이나 화장수 등으로 닦는 경우가 있는데,이는 악기의 칠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하여야 한다. 악기에 떨어진 송진가루는 수시로 부드러운 천으로 털어내야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악기의 칠과함께 녹아들어 악기를 상하게 하는 경우를 막을 수 있다. 송진들은 충격에 매우 약하기에 떨어뜨리면 대개 산산조각이 나며 송진을 활털에 바를 때 활 손잡이 밑부분 금속링에 부딪혀 송진이 깨지는 일이 흔히 발생하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일부 송진케이스(가드)가 없는 송진(대개 둥근 모양의 송진이 천으로 감싸져 있는 것)을 사용시엔 조금씩 돌려가면서 사용해야 한 부분만 움푹 패여 다른 부분은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좋은 송진을 쓴다고 저질의 바이올린이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가 되지는 않는다. 또 초보 연주자가 송진의 힘으로 장영주처럼 연주할 수도 없다. 하지만 송진의 올바른 선택은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 참고자료 : Pirastro Rosin, Strad Korea May 2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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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쟁이나 해금 연주에 쓰이는 송진이나 양악기(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에 쓰이는 송진이나 같을 겁니다. 국악기 전용 송진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모자...
국악기 전용 송진은 없답니다.. 해금이나 아쟁 연주자들도 바이올린이나 첼로용 송진을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