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홀로 사는 한 여인과 한 외교관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은 매우 사실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특히 부인과 가족이 있는 동유럽 외교관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그녀의 노력과 마음 그리고 생각이 가감 없이 표현되어 있다. 관계의 시작은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지 않다.
남자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으면 만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의 하루하루는 오직 그만을 위해서 존재한다.
약속 시간을 알려올 그 사람의 전화 외에 다른 미래란 내게 없었다. 13
만남으로 인하여, 그녀의 삶에 의미가 부여되었고, 하루하루를 기대하며 보낸다는 것에 만족하지만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사라져가는 것을 느낀다.
육체적인 강렬함 속에서 얻는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 갔다. 17
이 알 수 없는 감정 속에서 무언가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21
이 관계는 그녀를 그에게 집착하도록 했고, 그녀는 스스로 이 사슬을 끊지 못한다.
나는 고통스러운 미래의 쾌락 속에 살고 있다. 39
그런 날이 온다면 그것은 내 의지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떠나는 바로 그날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 39
그는 떠나고 그녀는 그날은 맞이한다. 그녀의 생각은 점차 바뀐다.
어느 날 밤, 에이즈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내게 그거라도 남겨 놓았을지 모르잖아.' 46
시간은 더 이상 나를 의미 있는 곳으로 이끌어 주지 못했다. 단지, 나를 늙게 할 뿐이었다. 47
언젠가 그 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겠지. 59
보통의 불륜은 모든 것이 드러나서 파경에 이르거나, 환경이 바뀌어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 소설은 후자에 속하겠다.
한 여자의 열정, 단순한 열정을 담은 소설인데, 제목이 "단순한 사랑"이 아닌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말에는 존재하지 않은 단어일까? Passion이라는 단어 말이다. 주인공 여자의 사랑을 사랑으로 표현하지 않고 열정이라 표현한 것은 꺼지는 것, 식는 것, 한 때에 해당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소설의 마지막 문단을 옮기지 않을 수 없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67
사치는 오래가지 않는다. 분수에 맞지 않을뿐더러 필요 이상으로 마음을 쓰게 되어 있어, 연속성, 지속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사랑의 열정, 열정적인 사랑 등으로 꾸미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는 단어이며, 참사랑 같은 덧붙임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요 이상의 사랑, 그것은 사랑이 아닐 것이다. 사랑이란 단어에 뭔가 첨가를 하는 순간, 그 단어는 이미 변질된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