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테마 1인천 둘레길 13·14코스
인천둘레길은 모두 16개 코스로 구성됐다. 계양산에서 시작해 원적산, 만월산을 잇는 산행 코스가 있는가 하면, 장봉도 해안을 따라가는 섬길도 있다. 총 연장 115km에 이르는 인천둘레길 가운데 추석 연휴에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적합한 곳을 고르라면 단연 월미도를 품은 13코스와 만석동 일대를 아우르는 14코스가 아닐까 싶다. 월미문화의거리와 화평냉면거리 등 볼거리 많고, 먹거리 풍성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들이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바닷길 걸어 산을 품고, 산길 걸어 바다를 만나는 인천둘레길 13코스
인천둘레길 13·14코스는 모두 인천역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인천의 대표 관광지인 월미도를 한 바퀴 도는 13코스는 순환형, 북성포구와 만석·화석 부두를 지나 만석동 깊이 파고드는 14코스는 비순환형으로 설계됐다. 그러니 두 코스를 모두 걸어볼 생각이면 13코스를 먼저 걷고, 두 코스가 만나는 월미도입구 교차로에서 14코스로 넘어가면 된다. 월미도입구 교차로에서 좌회전해 만나는 월미공원은 13코스의 메인 스폿, 직진해 만나는 북성포구는 14코스의 첫 번째 경유지다.
인천역을 출발해 월미공원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잠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인천내항 제8부두다. 인천상상플랫폼이 있는 이곳에서 인천의 명물인 사일로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높이 48m에 둘레 525m인 사일로 벽화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벽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여기서 팁 하나. 자가운전자는 이곳에 주차를 하고 걷기에 나서도 된다. 인천내항 8부두 주차장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반에 무료로 개방한다.
인천 내항 제8부두에서 15분쯤 걸어 월미공원에 도착하면 이제 본격적인 걷기 여행이 시작된다. 월미공원 정문 옆에 냉온수 정수기가 있으니, 텀블러에 물 가득 채우는 것도 잊지 말 것. 정수기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월미공원에 발을 들인 뒤에는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스스로 판단하면 된다. 인천둘레길 공식 사이트에는 월미공원 서쪽 출입구를 통해 월미문화의거리까지 간 뒤 월미테마파크에서 월미공원 산책로를 따라 월미공원 정문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하지만, 월미문화의거리에서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월미전통정원과 월미전망대를 먼저 돌아보고, 월미돈대 앞에서 무장애 덱을 지나 월미문화의거리로 접어드는 코스를 선택해도 된다.
경사가 완만해 전동휠체어를 타고도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무장애 덱 중간엔 전동휠체어 배터리 무료 급속충전소와 무인 숲속도서관도 마련됐다. 시민들이 기증한 도서로 운영하는 숲속도서관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조금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는 월미전망대까지는 무리해서 걷기보다 월미공원 입구에서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물범차를 이용해 올라도 좋다. 물범차 탑승요금은 성인 기준 편도 1,000원(왕복 1,500원)이다.
추억이 방울방울 샘솟는 꿈결 같은 길, 인천둘레길 14코스
13코스가 마무리되는 월미공원 정문에서 길을 거슬러 북성포구까지 가면 바로 14코스가 시작된다. 월미공원 정문에서 북성포구까지는 1.5km 남짓. 어른 걸음으로 20분쯤 걸린다.
북성포구는 생각보다 아담하다. 워낙 후미진 곳에 있어 찾아오는 관광객은 적지만, 강태공들에겐 손맛 좋기로 소문난 인기 포인트다. 북성포구에서 만석1차 아파트까지는 왔던 길을 되짚지 말고 포구 뒷길을 따라 가면 된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북성포구 회타운 길이다. 스러질 듯 어깨를 맞댄 횟집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마치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으스스한데, 이곳은 배우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북성포구가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촬영지로 이름을 알린 곳이라면, 만석1차 아파트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촬영지로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만석1차 아파트 건너편 테니스장에서 마주 보이는 키 작은 2층 주택이 드라마에서 ‘정희네’ 집으로 나왔던 장소다. 맞은편 길모퉁이에는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이 함께 서 있는 장면을 재현한 포토존도 마련됐다.
인천둘레길 14코스를 걷다 보면 오래된 풍경 앞에서 자주 걸음을 멈추게 된다. 아마도 그건 잊고 있던 오랜 기억 속 풍경과 마주할 때 나오는 본능적인 반응일 터다. 타임머신을 타고 30~40년 전으로 되돌아온 것 같은 그 반가움은 화도진공원 지나 만나는 괭이부리마을에서 정점을 찍는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소설로도 유명한 이곳은 화도진공원 뒷길을 따라 500m쯤 가면 만날 수 있다.
왕복 2차선 도로와 벽화로 꾸민 이면도로 사이, 동산처럼 봉긋 솟은 이곳엔 아직도 여남은 채의 판잣집이 남아있다. 어른 한 명이 간신히 지날 정도로 좁은 골목과 허리를 바짝 펴면 머리가 닿을 듯 낮은 처마. 어릴 적 살던 동네 풍경과 정말 많이 닮았다. 친구들과 다방구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 골목. 괭이부리마을은 지금도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동네를 돌아볼 때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괭이부리마을 끝에서 만나는 우리미술관도 놓치지 말 것. 괭이부리마을의 골목만큼 좁은 골목 안에 어찌 이리 예쁜 미술관을 세울 생각을 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매년 입주 공모를 통해 선발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우리미술관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다.
만석부두와 화수부두를 찬찬히 돌아보고 화평동 냉면거리에 닿으면 어느덧 인천둘레길 14코스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걷기 여행을 화평동 냉면거리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다. 세숫대야 냉면이라는 애칭처럼 큼직한 그릇에 한가득 담겨 나오는 화평동 냉면은 지금도 여전히 한 그릇에 8천 원. 사리를 무제한 제공하는 서비스도 그대로다. 화평동 냉면거리에서 10분만 걸어가면 동인천역이다.
• 13코스(4.9km, 약 1시간 10분)인천역 – 대한제분 – 월미공원 정문 – 월미문화의거리 – 월미테마파크 – 한국이민사박물관 뒷길 – 양진당 앞길 – 월미공원 정문
• 14코스(8.39km, 약 2시간 9분)인천역 – 대한제분 – 북성포구 – 동일방직 – 만석동주민센터 – 화도진공원 – 괭이부리마을 – 만석부두 – 화수부두 – 화평동 냉면거리 – 동인천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