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나라 이름, 개역과 흠정역 비교
"그게 그 나라였어?"
성경 속 나라 이름, 개역과 흠정역 비교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개역성경은 오래전 한자식 발음으로 된 고유명사들이 많다. 이미 익숙해진 단어들이라 지금 바꾸면 혼란이 오기 쉽지만, 바꿔서 큰 혼란을 주지 않고, 유익이 더 큰 경우에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바울'(Paul)을 '폴'이라고 하면 혼란스럽고, 유익도 별로 없다. 하지만 '요단'을 '요르단'으로 바꾸는 것은 혼란을 줄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명쾌하다. 어떤 이들은 '요단강'을 죽어서 건너는 현실에 없는 강으로 아는 경우도 있는데, '요르단 강'이라고 하면 지금도 지구 저편에 있는 그 나라 요르단을 떠올릴 수 있으니 성경의 기록들이 더욱 가까이 손에 잡히게 된다.
킹제임스 흠정역은 몇몇 국가 이름들을 현존하는 곳에 한해 표기를 바꿨다. 기존 성경과 대조하면 또 다른 단어를 추가하는 것이라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이해도를 높이는 면에서는 훨씬 큰 효과가 있다. 다음은 나라 이름이 바뀐 사례들과 등장 구절이다.
그리스 산토리니
헬라 → 그리스(Greece)
이것은 거의 다 아는 사실이지만 '헬라'라는 말보다는 '그리스'가 빠르다. 헬라는 그리스의 옛 이름인데, '희랍'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신약성경이 기록된 헬라어는 물론 그리스어다.
오직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 (고전 1:24, 개역)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유대인들에게나 그리스인들에게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권능이시요 하나님의 지혜이시니라. (고전 1:24, 흠정역)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아덴 → 아테네(Athens)
아테네는 나라는 아니고 유명한 도시인데, 아덴이라고 하니 한국인에게는 다른 도시 같다. 사도 바울이 우상숭배를 질책한 이 도시는 지금도 그리스의 수도로 아테네 학당 등이 유명한데, 이곳이 등장하는 사도행전 17장에 에피쿠로스 학파와 스토아 학파 철학자들이 등장하므로 아테네로 번역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해가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울이 아덴에서 그들을 기다리다가 그 성에 우상이 가득한 것을 보고 마음에 격분하여 (행 17:16, 개역)
이제 바울이 아테네에서 그들을 기다릴 때에 그 도시가 온통 우상 숭배에 빠진 것을 보매 그의 영이 그의 속에서 격동하므로 (행 17:16, 흠정역)
이집트 카이로
애굽 → 이집트(Egypt)
이 역시 교회를 다니면 모를 수가 없는 단어지만 불신자들은 알기가 어려운 이름이다. 모세와 다투던 '바로' 왕과 피라미드의 주인공들인 '파라오'가 이집트의 왕을 뜻하는 같은 것인 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온 애굽 땅에 일곱 해 큰 풍년이 있겠고 (창 41:29, 개역)
보소서, 이집트 온 땅에 두루 일곱 해 큰 풍년이 들겠고 (창 41:29, 흠정역)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구스 → 에티오피아(Ethiopia)
구스는 ‘검다’는 뜻으로 노아의 아들 함의 장자이자 니므롯의 아버지 이름이다. 고대에는 땅 이름과 사람 이름이 일치하는 곳이 많았다. 구스 역시 구스와 그의 자손이 거주하는 나라라는 의미이다. 오늘날의 에티오피아를 뜻하는데, 구스보다는 검다는 의미가 빨리 와닿을 수밖에 없다. 모세의 아내도 에티오피아 여인이었고, 그 때문에 미리암과 아론의 비방을 받은 것이다.
구스인이 그의 피부를, 표범이 그의 반점을 변하게 할 수 있느냐 할 수 있을진대 악에 익숙한 너희도 선을 행할 수 있으리라 (렘 13:23, 개역)
에티오피아 사람이 자기 피부를, 표범이 자기 반점을 변하게 할 수 있겠느냐? 그리할 수 있을진대 악을 행하는 데 익숙한 너희도 선을 행할 수 있으리라. (렘 13:23, 흠정역)
한편 사도행전 8장에 에티오피아 내시가 나오는데, 개역성경도 이 부분은 에디오피아로 번역했다. 하지만 통일을 시켜 놓지 않으니 위 구절의 '구스인'이 에티오피아 사람인지 알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아람 → 시리아(Syria)
개역성경에는 '아람'이 나오고 '수리아'도 나오는데, 그렇게 번역한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둘 다 같은 곳으로 '시리아'를 이르는 말이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당시 유대인들이 흔히 쓰던 아람어로 연기를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바로 시리아의 언어이다.
야곱은 그 거취를 아람 사람 라반에게 말하지 아니하고 가만히 떠났더라 (창 31:20, 개역)
야곱은 자기가 도주하는 것을 시리아 사람 라반에게 알리지 아니한 채 몰래 떠났더라. (창 31:20, 흠정역)
사도 바울이 주님을 만난 '다메섹'도 흠정역은 '다마스쿠스'(Damascus)로 번역했는데, 이곳이 오늘날까지 시리아의 수도이다.
이란의 페르시아 고대 유적
바사 → 페르시아(Persia)
다니엘 시대에 주로 등장하는 국가인 '바사'의 이름을 듣고 '페르시아'를 떠올릴 사람은 거의 없다. 페르시아는 오늘날 이란을 뜻하지만, 그 사실을 몰라도 '페르시아 왕자'는 게임도 있고 영화도 있어서 친숙하다. 성경을 먼 옛날 우리와 전혀 상관이 없는 곳에서 벌어진 일처럼 만들 필요는 없을 테니 가능하면 익숙한 말로 번역하는 것이 유익이다.
바사 왕 고레스 제삼년에 한 일이 벨드사살이라 이름한 다니엘에게 나타났는데 그 일이 참되니 곧 큰 전쟁에 관한 것이라... (단 10:1, 개역)
페르시아 왕 고레스의 제삼년에 한 일이 벨드사살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니엘에게 계시되었는데 그 일이 참되나 정해진 때는 길더라. 그가 그 일을 깨닫고 그 환상에 대해서도 깨달음을 얻으니라. (단 10:1, 흠정역)
오늘날의 키프로스 항구
구브로 → 키프로스(Cyprus)
키프로스 공화국은 사이프러스라고도 하는 나라로 지중해의 섬나라다. 지금도 존재하는 나라이니 이 역시 성경을 이해하는 데는 구브로보다 키프로스가 낫다고 할 것이다. 바나바의 출신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구브로에서 난 레위족 사람이 있으니 이름은 요셉이라 사도들이 일컬어 바나바라(번역하면 위로의 아들이라) 하니 (행 4:36, 개역)
사도들이 키프로스 지방 출신의 요세라 하는 레위 사람에게 바나바라는 이름을 주었는데 (그것을 번역하면 위로의 아들이라는 뜻이라.) (행 4:36, 흠정역)
개역성경은 현대역본을 따라 바나바의 이름이 요셉(Joseph)이었다고 번역하는데, 흠정역은 킹제임스 성경을 따라 요세(Joses)라고 번역했다. '요셉'의 아람어 식 표현을 그리스어 음가로 옮긴 것이 '요세'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지명이나 고유명사를 모두 바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모든 나라와 지역을 오늘날의 지명으로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명백하면서도 모두가 아는 곳이라면 성경의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현재의 지명을 쓰는 것이 좋다고 본다. 킹제임스 성경을 보면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성경은 우리의 삶이면서 이 땅의 현실에 관련돼 있다. 또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성경에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동일하게 등장하는 지명들은 중요한 곳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이집트, 아라비아, 에티오피아, 시리아, 그리스, 요르단, 레바논 등등이 그렇고, 페르시아(이란), 바빌론(이라크) 등 이름은 바뀌었지만 잘 알려진 유명한 지역들이 그렇다.
그래서 이런 지명들이 지금도 우리가 갈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바로 그 땅임을 인지하는 것이 좋겠다. 성경의 시간이 곧 우리의 시간이며, 성경 속 이야기가 바로 이 땅에 이루어질 주님의 왕국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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