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2월 3일
이집트 여객선 알 살람 보카치오 98호 침몰 사고
알 살람 보카치오 98호.
승객 1400여명을 태우고 가던 이집트 여객선이 3일(현지시각) 홍해에서 침몰, 1200명 이상이 사망·실종했다.
사고가 난 여객선 ‘알 살람 보카치오 98호’(1만1800t급)는 지난 1970년 이탈리아에서 건조된 배로 지난 2일 오후 7시께 사우디아라비아의 두바항을 떠나 200㎞ 떨어진 이집트의 사파가항으로 가던 중이었으나, 두바에서 100㎞쯤 떨어진 지점에서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 두바항과 사파가항은 홍해 북단 지점에서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는 항구도시. 이 중간 해역은 사우디와 이집트를 동서로 잇는 교통 요로로 유명하다.
외국인 100여명을 포함한 승객의 대부분은 사우디에서 일하는 이집트인들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서 성지순례를 마치고 귀향하던 신도들도 포함되어 있었다.보카치오 98호는 이집트의 홍해연안 도시 후르가다에서 약 95㎞ 떨어진 홍해 상에서 3일 새벽 2시께 침몰했다. 사고해역은 수심이 최고 1000m에 이른다.
모하메드 루프티 만수르 이집트 교통부 장관은 4일 오전 “배가 침몰하기 전에 소규모 화재가 발생했다.”며 배에서 폭발이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생존자인 나빌 지크리는 “화재는 배가 출항한 지 90분 정도 지난 뒤 발생했다”며 ”그러나 선원들은 이를 무시하고 그냥 항해를 계속했다”고 밝혔다.또 다른 생존자인 아테프 아베드 라보는 “화재는 배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난 뒤 2시간 30분 정도 지난 뒤 발생했다”며 “배는 3일 새벽 2시께부터 침몰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물 위에 18시간이나 그냥 떠있었다”고 말했다.기상 악화도 배의 침몰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현지 언론들은 사고선박이 두바항을 출발할 때 모래바람이 심하게 불고 홍해의 파도가 높았다고 전했다.보카치오 98호는 승객 뿐 아니라 자동차도 싣는 카페리 형식의 여객선으로 자동차 220여대가 적재돼 있었다.이집트 당국은 현장에 4척의 구조선을 보냈으나 늑장대응을 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이집트의 구조선이 현장으로 출발한 것은 배가 침몰한 지 10시간이나 지난 뒤였기 때문이다.한 생존자는 “이집트 정부는 우리를 24시간이나 바다 위에 내버려 뒀다”며 “헬리콥터 한 대가 우리 머리 위를 배회하더니 구조신호를 무시하고 그냥 가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사고가 났을 때 홍해에서 작전중이던 미군과 영국군이 이집트 정부에게 구조대를 보내겠다고 제안했으나 이집트 정부는 처음에는 이를 거부했다가 나중에 수락했다. 이에 따라 미군의 P-3 초계기와 영국 군함 ‘HMS 불워크’호가 출동하려고 했다. 그러나 다시 이집트 정부가 영국 군함이 너무 멀리 떨어져있다는 이유로 구조 요청을 취소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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