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서울에 갔다가 봉화로 돌아오니,
(어젯밤엔 어두워서 몰랐는데)이 숙소 옆에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의 단풍이 절정이었습니다.
얼마나 크고 색깔까지 아름다운지, 저는,
'고맙구나!' 하고 감동까지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왜 그랬는지 아십니까?
얘기가 좀 길어지는데요......
제가 처음에 이 숙소에 왔을 땐(지난 7월 말),
막 그 살벌하던 더위가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세상이 온통 푸르렀기 때문에... 이 바로 옆에 은행나무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더구나 그 은행나무 앞에 '측백나무'가 일렬도 서 있었기에, 우선 그것만이 눈에 띄어...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관심도 없었지요.
그런데 조금 안정을 찾아가면서 저는, 폐교 담장 같은 측백나무 안 쪽에... 커다란 은행나무들이 서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이 산골학교 역시, 폐교가 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역사가 있었을 거 아니었겠습니까?
그만큼 이 은행나무들도 오래 살아왔을 것이기에 나무의 두께도 엄청나드라구요.
근데 공교롭게도 그 운동장 맨 구석 바깥에 여기 공동체 주택이 있고, 그 첫번째 집인 제 숙소가 바로 그 커다란 은행나무 옆에 자리를 잡고 있드라구요.
뭐,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가 보다 했을 수밖에요.
그런데 그 얼마 뒤에 보니, 은행 알이 몇 개 바닥에 떨어져 있기에,
'아, 얘가 암놈이구나!' 하게 되었는데,
사실 이 은행나무가 여기서는 제일 크고 우람해서, 그 그늘 때문에... 제가 가꾼 상추나 꽃들에 방해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렇지만 그건 원래 여기 상황이 그랬기에, 그 상황에 끼어들었던 제가 은행나무에 불평을 할 수는 없었지요.
다만... 그리고 그제야,
'니가, 가을이 되면... 한 몫을 하겠구나......' 하는 기대감은 가질 수 있었던 겁니다.
가을, 특히 11월에... 은행나무는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 화려한 노랑색이, 화려함을 넘어... 우아하기까지 하니......
근데요, 시월이 되었고,
여기는 산골분지라선지 안개도 많지만 기온의 일교차도 커서 그러겠지만, 하루하루 다르게 단풍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드라구요.
더구나 이제는 은행(알)도 많이 떨어져, 사람들이 줍기도 하던데......(저는 그 쪽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냄새도 나고, '은행을 주워서 뭐해?' 하는 심정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 즈음의 저는, 특히... 이 은행나무들에 관심이 커지고 있었답니다.
'이제 머잖아 단풍이 들 텐데, 그러면... 얼마나 장관일까?' 하면서요.
다만, 겉에서 보면(학교 밖, 도로가) 측백나무가 보이기 때문에, 거기에 가려... 은행나무들이 숨어있는 것 같기 때문에,
저는 일부러 안쪽(학교 운동장)으로 가서 그 사진을 찍어대며, 단풍의 추이를 지켜보곤 했는데요,
그러다가 11월이 되었고,
그러기 전에(시월 말일) 저는 서울에 갔는데요,
거기도 나름 단풍이 한창이드라구요. (아래)
제 아파트 '내 자리' 뒤쪽 거리에 있는 가로수(은행나무들)들도 정말 절정이었습니다.(아래)
그리고 엿새만에 봉화에 돌아왔는데, 밤에 도착해서... 그저 어두운 풍경을 보았을 뿐인데,
하룻밤을 자고 나왔는데,
아!
그 먼 쪽의 은행나무들은 이미 지고 있었는데(아래),
제 숙소 바로 옆의 나무만... 정말, 한 덩어리의 노란 나무로 확 바뀌어 있었던 겁니다.
사실 저는 지난 시월에, 숙소 먼 쪽에서부터 단풍이 들어오기에...
'이게 좋은 현상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숙소 가까이에서부터 단풍이 드는 게 좋은지, 먼 쪽에서부터 들어오는 게 좋은지를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저에게는 후자 쪽이 좋겠드라구요.
그 이유는,
가을이 그나마 조금 더 길어지길 바라는 심정이었고, 어쩐지 제 이번 기회(봉화 산골 기행)와도 연관이 되는 듯해서(왜냐면 제 숙소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노란 단풍이 든 은행나무와 내 숙소의 조합'을 머릿속에 그려보기까지 했었는데요,
아, 그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거지요.
한 송이 거대한 꽃처럼 아름다운 단풍......
저 개인적으로, '은행(단풍)나무 축제'라도 벌이고 싶습니다.
물론,
애당초 제가 이걸 바라고 이 과정에 들어온 건 아닌데,
하다 보니 저에겐... 이런 행운도 생겨 있다는 거지요...... (횡재한 기분이랍니다.)
아, 저는... 이 은행나무만 보면,
가슴이 환해지면서... 울렁거리기까지 하답니다. 지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