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프는 텐트로부터 1헤른가량 떨어진 언덕을 가리켰다. 흑색 로브로 온 몸을 감싼 괴한들이 칼을 차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더위에 저런 로브를, 그것도 검은색 입고 있으면 더워 죽겠다...
문제는 그런게 아니고, 괴한들이 낙타에 올라타 이쪽으로 달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칼림도 낌새를 눈치채고 부하들을 깨우고 있었다. 그런데 쉐프 이녀석은 어떻게 알아챈 거지?
"쉐프, 너 어떻게 안거야? 그것도 가장 먼저 일어나서..."
쉐프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뻣뻣이 세우며 말했다.
"모두 다 술에 취해 골아떨어져버렸다니까요. 스승님도 텐트 앞에서 자는걸 제가 안에 모셔다 놓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그리고 전 술 안마셔서 가장 먼저 일어난 거에요."
그렇군... 어쨌든 저 도적들을 처리해야할 것 같은데?
그때, 칼림이 우리에게 걸어왔다.
"드라이언. 저들은 유명한 암살자들이야. '섀도우'라고 하지. 그림자같이 목표물에게 바싹 붙어다니며, 쥐도새도 모르게 없에버리는... 성공률 거의 100%를 자랑하는 집단이야."
"근데 우리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거야? 지금 우리에게 공격할것 같지는 않은데? 만약 그랬다면 자고 있을때 먼저 없에버렸겠지."
내 말을 듣고 잠자는 사이에 당했을 뻔한 기습을 생각한 칼림은 등골이 오싹한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쨌든 저들의 목적은 대화인것 같군. 가서 얘기해 보는게 어때?"
그래서 칼림과 나, 쉐프가(쉐프! 왜 꼽사리야!) 대표로 나섰다.
섀도우들은 차분한 모습으로 미동도 없이 낙타에 올라앉아있었다. 그들의 낙타도 차분해보였다. 웬지 쉐프의 낙타가 처량해보이는...
"...멈춰."
차가운 목소리. 아무 감정도 없는 그런 무(無)가 느껴진다. 하지만 고요 가운데 갑자기 나온 목소리라, 칼림은 칼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경계를 하는 가운데, 칼림이 나서서 말했다.
"그대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뭐요. 설마 암살자들이 사막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돈을 뜯지는 않을 테고..."
칼림이 약간의 도발을 유도해보았지만 로브 사이로 보이는 입술은 변화가 없었다. 다시 그 입술이 열리며 무감정한 말이 새어나왔다.
"... 우리가 원하는 것은 마법사다. 너와 말하려고 하는게 아니다."
그는 나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런데 내가 마법사라는걸 어떻게 알았지...?
※설정
우선 지도를 살펴봅시다...
주인공, 드라이언이 여행하고 있는... 살고있는 섬. 사일랜드
이 섬을 중심으로 3개의 또 다른 섬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3개의 섬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생각 안했습니다.(다시 말하지만 전 그때그때 바로바로 생각나는데로 씁니다. 당연히! 구성같은거 없습니다.)
어쨌든 사일랜드의 5/1은 지옥의 사막 타일리안. 최남단에 자리하고 있는 사막이지요.. 넴...
그리고 사일랜드의 중심으로부터 좀 아래쪽. 수도 팔립톤이 있습니다.
그 위쪽의 설정... 아직 안했습니다. -_- 앞으로 어떤 전개를 해야할지도 생각 안했음 -_-
그럼... 여기서 드라이언의 마력에 대한 암시를 약간...
드라이언은 원래 평범한 소년. 그런데 어떤 계기로 인해 마력을 얻게 됨. 그 마력의 원천은 드래곤이라나~?
그리고 쉐프. 쉐프는 겉모습은 강인한 얼굴. 날카로운 눈매. 하지만 입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허무한 것들. 나이에 안맞는 짓 골라함... 27살. 쓰다보니까 바보로 만들어버렸뜸...-_-
섀도우는 shadow...(꼴에 영어냐? 근데 철자 맞나...) 그림자라는 뜻입니다. 사일랜드 최고의 암살자 집단입니다. 판타지에서 흔히 나오는 도적길든지 도둑길든지와 맞먹는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일랜드 곳곳에 분포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소재지는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지요. 이 기관에 암살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귀족들. 서로 세력다툼을 하느라 상대편을 물고 뜯는... 그런데 쓰이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대신 엄청난 돈을 요구하지요...
오직 1류의 암살자만을 뽑습니다. 사일랜드의 검사들은 5계급으로 나뉩니다. 가장 낮은 소드 베이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따라서 소설에서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_- 두번째 단계가 소드 익스퍼트. 수련을 좀 해서 기사라는 작위를 딸 정도가 되면 주어지는 칭호.
세번째는 소드 마스터. 소드 익스퍼트와 마스터의 차이는 하늘과 땅. 마스터 1명이 익스퍼트 50명을 상대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스터를 능가하게 되면 소드 그랜져. 이정도의 검술을 가진 사람은 사일랜드에 세사람 뿐입니다. 이 사람들의 설정은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드라이언의 적이 될듯 싶군요.(야! 적을 왜이렇게 강하게 설정해!!) 음.. 마지막 단계... 그냥 마스터! 입니다. 소드가 안붙고 그냥 마스터. 이건 이론상의 능력. 아직 도달한 사람이 없습니다. 잠시 이야기가 샜지만...
암살자들의 능력은 익스퍼트 상급에서부터 뽑습니다.(최상 상 중 하)
섀도우 전체 인원은 약 1000. 엄청난 정예부대입니다. 만약 이들이 반란을 일으킨다거나 하면 사일랜드가 위험하겠죠... 왜냐하면 지도급 인사들을 처치한다면 혼란에 빠져 승리는 식은 죽 먹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 반란을 일으키게 하지는 않았습니다.(잘했어)
이들은 어릴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습니다. 따로 일을 분담받은 사람들이 사일랜드 곳곳을 누비며 적성이 있는 아이들을 고릅니다. 그 아이들은 암살자가 되기 위한 혹독한 수련을 거치며, 살아남는 자는 전체의 10%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정예부대들만 남는다는 말씀... 어릴때부터 죽음과 고통. 시련을 겪어왔기때문에 이들은 감정에 대해 초연해집니다. 흥분하지도 않고, 마치 인형처럼 일에만 충실하지요. 따라서 더 무서운 상대입니다.
뭐... 현재까지 생각한 것은 이정도입니다. 부족할런지 모르지만 이 이상은 되지 않는군요. ^-^ (헉 맨날 -_-만 하다가 표정이 바뀌었다 -_-)
아참... 빼먹은거 다시 수정합니다. 사일랜드의 인구는 약 오백만명입니다.
12.
"저를 말하는 겁니까?"
뭔지 모를 위압감에 나는 약간 주눅이 들어 은근히 마력을 발산하며 말했다. 섀도우 중의 한명이 로브를 뒤로 젖히며 말했다.
"그렇소. 마법사, 그대를 말하였소. 용건이랄 것도 없이 간단한 말이니 한마디만 하겠소."
로브속에 감춰져 있던 얼굴은 중년의 평범한 아저씨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풍기는 위엄은 대마법사인 나에게 위협을 주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허리를 숙여 귓속말을 했다.
"지금... 당장 사일랜드를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 섀도우가 우리의 명예를 걸고 너를 없에버리겠다. 알았나?"
섬뜩함. 그는 말을 마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물러났다. 방금 그 말을 할때의 그에게서는 강렬한 살기가 나에게 전달되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꽉 쥔 주먹에선 땀에 새어나오고 있었다.
"용건은 다 말했다. 그럼..."
그는 다시 로브를 뒤집어쓰고 낙타에 올랐다. 그리고 우리에게서 떠나기 전, 묘한 여운이 남는 한마디를 남겼다.
"내 이름은 란텔. 그대 마법사와는 왠지 인연이 있어 보이는군. 내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을것 같아서 말이지..."
그는 그대로 낙타를 돌려 떠났다. 나는 그가 마지막에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스승님! 저자가 뭐라고 했어요?"
"드라이언! 괜찮나?"
후... 엄청난 살기때문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무서운 놈이다... 란텔.
"스, 스승님!"
다급한 쉐프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는 갑자기 나를 향해 다가오는 땅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처참한 살육의 현장. 검은 날개를 가진 마족들이 기이하게 생긴 검을 들고 살육을 하고 있었다. 그건 살육이었다. 전쟁이 아닌...
애처로운 듯한 지휘관의 격려속에 인간들은 광기와 악에 받힌 괴성을 질러대며, 이미 이성을 잃은 눈동자엔 공포심이 가득한채로, 마족들에게 돌격했다. 곳곳에 널려있는 시체들. 한쪽에선 핏물이 움푹 패인 땅에 고여있다. 그리고 인간들의 공포에 질린 모습. 핏빛 하늘. 인간들은 이곳을 배경으로 마족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관점. 마족들에게는 한낱 노리개감일 뿐이었다. 그것도 한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일회용 장난감.
수십명의 마족들은 저마다의 거대한 칠흑빛 날개를 펼치며 광기에 가득찬 눈을 번뜩였다. 동시에 그들의 손에선 암흑의 검이 생겨났고, 잠시 멈추었던 살육의 현장은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곳곳에서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고,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살육이 끝난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미 인간들의 수는 현저하게 감소해 있었기 때문에...
[안돼!! 제발 살려줘!]
한 마족이 구석에 숨어있는 인간을 보고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날아갔다. 공포에 질린 인간은 바들바들 떨며 도망치려는 듯 뒷걸음을 쳐 보았지만 이미 굳어버린 몸은 움직일 줄을 몰랐다.
[아.. 안돼!]
코앞까지 온 마족을 보며 인간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갑자기 마족들의 행동이 멈추었고, 전장은 기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으...으아아악!!]
갑자기 전세가 역전되었다. 마족들이 무엇에 홀린듯이 도망가는 것이었다. 수십명의 마족들이 살육을 하다 말고 갑자기 날아가버리자, 인간들은 의아함을 느꼈으나 살아있다는 기쁨에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날아온 기묘한 검은색의 구체가 땅과 충돌하자 그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반경 1헤른이 넘는 크기의 크레이터. 몇초 후 그곳엔 보통 마족보다 2배는 큰, 날개가 8개나 달려있는 마족이 나타났다. 칠흑의 머리카락을 허리깨까지 늘어트리고, 무감정한 눈동자. 그리고 여자같은 얼굴. 그 마족의 어깨엔 페어리로 보이는 자그마한 여자가 걸터앉아 있었다. 그리고 여자가 마족에게 웃으며 말했다.
[가일란트.]
13.
"저녀석 저렇게 내버려둬도 괜찮을까?"
"그럴수 밖에 없을 거에요. 저분이 바로 대마법사, 으악!"
쉐프는 하얗게 질려서 드라이언을 쳐다보았다. 대마법사 이야기만 꺼내면 과민반응을 보이며 신경질을 내고 있다. 어제 그 일이 있은 후 부터 더더욱. 방금은 매직 미사일을 쉐프에게 날린 것이다. 쉐프가 그나마 겨우 피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어딘가 한군데가 떨어졌을지도...
"스, 스승님!"
"......"
드라이언은 다시 돌아서서, 달을 보고 앉았다.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달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대마법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드라이언이 이러는 이유는 어제 섀도우와의 만남때문...
그때 갑자기 칼림이 일어섰다. 쉐프가 깜짝 놀라 칼림의 손을 잡고 말렸지만 칼림은 가볍게 뿌리치고는 드라이언에게 걸어갔다.
"드라이언."
"......"
드라이언이 고개를 약간 돌렸다. 슬픔에 젖은 눈. 회의에 찬 눈동자. 그의 보랏빛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울었던 걸까? 혼자 생각해보는 칼림.
칼림은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고 드라이언의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
"달이... 참 밝군."
드라이언은 이젠 다리를 모으고 팔짱을 낀채로 고개를 숙였다. 웅크린 폼이 마치 노숙자 같았다. 칼림은 드라이언이 대마법사, 최강의 마법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드라이언이 이러는 이유가 단순히 공포에 질려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드라이언. 그놈들이 뭐라고 했길래 그러는거야? 그깟놈들 무시해버려. 뭐 그놈이 협박을 좀 했나본데, 괜찮아. 우리가 있잖아. 우리를 믿으라고. 이 란텔 대장님께서 없에줄께. 하하."
칼림은 일부러 크게 웃으며 드라이언의 등을 팡팡 쳤다.
웃기는 놈... 네가 상대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 남자는...
드라이언은 속으로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어두운 밤하늘을 밝혀주는 달. 그리고 별들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내가... 내가 지금까지 대마법사라고 우쭐거리고... 마치 내가 가장 잘난 듯이... 하하. 역시 세상은 넓군. 나도... 남의 힘에 의존하지 말고 내 의지로 힘을 얻겠어. 그리고... 다시 그놈을 만나겠다... 란텔.
칼림은 드라이언이 혼자 무언가를 웅얼거리자 들어보려고 귀를 가까이 댔지만 입만 움직이는 건지 소리가 너무 작은건지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가끔씩 귀뚜라미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일어나! 일어나라, 이 게으름벵이들아!! 어서 일어나지 않으면 모두 파이어볼을 한방씩 먹여주겠다!"
나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녀석들이 안보이는군. 내가 말만 하는 사람으로 보이나본데, 난 한다면 하는사람이라고! 카하하.
"파이어볼!"
쾅! 하는 폭음과 함께 한 텐트의 바로 앞에 떨어져 시꺼먼 구덩이를 만들어냈다. 깜짝 놀랐는지, 모두들 부스스한채로 텐트밖으로 기어나왔다.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좋아, 이제야 일어났군. 어서 아침식사준비해! 빨리 수도 팔립톤으로 가야 할거 아냐!"
일행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궁시렁거렸지만 드라이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거의 없었다.
"스승님! 너무하시는거 아닌가요! 지금 막 아리엘과 함께..."
"매직 미사일!"
"꾸웩!"
후후후 이제 할말 없겠지, 이제 오늘 하루 즐겁게 시작이다. 카하하!
기운차게 출발해 볼까?
14.
마나. 대자연의 기라고 불리는, 마법사들이 마법을 쓰는 원동력. 마나가 많아야 마법을 많이 쓸 수 있다. 하지만 마나만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집중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 나는 과거에 마나를 얼떨결에 얻은 엄청난 양이 있기 때문에 집중력과 정신력 수련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섀도우라는 암살조직의 란텔이라는. 나아가서 이 세계에서도 대마법사가 되기 위해서...
"스승님, 그게 집중력과 정신력 수련인가요?"
"...그래, 지금 수련중이니까 말 걸지마."
그럼 다시 수련을 시작해야지... 나는 빛의 하급 정령 샤이니아를 소환해서 내 주위를 돌아다니게 했다. 그리고 열심히 눈으로 쫓는다. 이렇게 하면 집중력은 키워지겠지? 캬캬, 으학!
"으악, 눈부셔!!"
으으... 어째서 하급 정령들은 다 이모양이야. 소환주에게 장난을 맨날 치다니... 내가 그렇게 얕보이는건가? 나는 태양 쪽으로 날아가서 꺄르르 웃고 있는 샤이니아를 향해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 보고 싶었지만 눈이 부셔서 못하겠다.
"...샤이니아, 돌아가."
"꺄르르르"
읔, 높게 울려퍼지는 꺄르르 소리를 뒤로하고 바위에 걸터앉았다. 이걸론 집중력 수련을 하기가 힘들겠군... 에라 잠이나 자자.
"드라이언, 수도에 가서 뭐할거지?"
"응?"
텐트에 들어가 꿈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려고 했는데. 쩝.
"우선 수도에 가서 마법사 길드에 등록을 해야돼. 그러지 않고 마법을 쓰다가 만약 걸리게 되면 잡혀가게 된다고 하던데... 쉐프가."
칼림이 반대쪽 바위에 앉아서 말했다.
"그래? 그럼 등록하고 그 후에 뭐할건데? 갈 곳은 있어?"
헉, 그러고 보니까 아무 생각도 안하고 있었잖아!! 으으...
"에... 그게... 없는데."
칼림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 이유는...?
"좋아! 그럼 내가 있는 타일리안 3부대로 들어와. 소장의 자리는 충분하니까. 어때?"
"글쎄... 난 얽매이는 걸 싫어해서... 그냥 여행이나 할까 싶은데."
후후 더 높은 곳을 위한 나의 튕기기 작전이다.
"그래? 할 수 없지 뭐... 너한테도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깝다."
정말로 아쉬운 표정을 짓는 칼림. 과연 저게 진심일까... 어떻게 해야되지? 계속 튕기느냐, 그냥 승낙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아.
"그럼 칼림, 내가..."
"스승님!!"
"왜?"
"스승님, 다 들었어요. 우리 그럼 용병해요!!"
뭐, 뭣? 용병?
15.
"용병이라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쉐프."
쉐프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핫 스승님. 남자라면 당연히 용병일을 한번쯤 해봐야 되는거라구요. 용병에서 진정한 남자다움을 느끼고, 힘든 일들, 그리고 고생들을 하면서 경험을 얻는 거에요. 그리고 돈도 얻으니 얼마나 좋아요?"
"하지만 너 용병이 얼마나 힘든지나 알아? 위험한 몬스터를 잡으러 갈 때도 있고, 상인들을 호위하다 도적때를 만날수도 있어. 그리고 전쟁터에 나가게 될 때가 최악이야. 혼전을 하다가 죽을수도 있다구! 나는 대마, 아니 어쨌든 나는 괜찮지만 너는 아무것도 없잖아."
"하, 하지만 스승님이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시면서, 보호를..."
보호같은소리 하고 있네...
"헛소리하지마! 세상은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아. 네가 충분한 실력이 되기 전까지는 그럴수 없어."
그러자 쉐프는 기가 죽어 혼자 궁시렁거리며 자기 텐트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에휴. 나이만 많아가지고... 아직 철이 들지 않다니, 또 저 얼굴에 저게 뭐야... 안 어울리게.
"스승님!"
엌! 깜짝 놀랐다.
"뭐야?"
쉐프가 돌아서더니 크게 외쳤다.
"수도에 가면 헤어져요!! 전 검을 배우겠어요!! 그래서 훌륭한 기사가 되어 돌아올게요!!"
뭔가를 결심한 듯한 눈빛. 하지만 나에게는 객기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누구한테서 배운다는거야!?"
쉐프는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곧 밝아져서 외쳤다.
"칼림 대장님이요!!"
여태까지 듣고만 있던 칼림이 휘청거리며 바위에서 떨어지려고 했다. 칼림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한번 짚더니 쉐프를 향해 말했다.
"...이봐 쉐프. 그럼 나를 따라오겠다는거야?"
"네엣!!"
대답한번 우렁차다. 또다시 바위에서 휘청거린 칼림은 나를 향해 간절한 눈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제발 쉐프를 말려줘' 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그의 눈빛을 난... 가슴 아프게도, 정말 슬프게도 무시했다.
"드라이언... 살려줘..."
"미안, 칼림. 나로썬 혹하나 때는거니까 좋은거지 뭐. 후후."
칼림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사람처럼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입에서 새어나오는 신음...
"으으..안돼..."
흠, 쉐프가 얼마나 골치아픈 녀석인지 드러나는군. 쿠쿡. 칼림이 절망의 늪에 빠져 몸부림치는 동안, 쉐프는 승낙을 받은 것으로 알고는 신나게 뛰어다니며, 30명의 대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재법 빠른 속도로 수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아직 찌는 듯한 더위는 해결하지 못했지만 곧 수도에 도착한다는 칼림의 말에 기운을 북돋아 낙타를 재촉하는 일행들. 나는 당연히 날아가고 있었으니 낙타 고문할 필요는 없었다.
"드라이언! 이제 수도에 도착했어!! 저 앞에 보일거야!!"
칼림이 고개를 들어 나를 향해 외쳤다. 음, 드디어 도착했다는 말이지. 약 5일간의 지루한 여행 끝에 도착하는구나. 후우, 우선 여관을 하나 잡고 목욕이나 해야겠다. 그리고 즐거운 식사시간...
난 즐거운 상상을 하며 웃음을 피웠다. 그러나 이들은 나의 행복한 상상을 이어지게 하지 않았다.
"스승님!! 팔랩톤이에요!! 팔랩톤!! 수도에 도착했다구요!!"
멍청아 팔랩톤이 아니고 팔립톤이다. 어쨌든 나는 좀 더 높이 올라가 수도의 경관을 감상했다.
사일랜드. 나의 성을 따 붙인 이 섬의 수도는 온통 하얀빛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거대한 성도, 마을들도, 길도. 모두 하얀색 천지였다. 엉? 그런데 사람들도 하얀색이잖아!! 이게 어찌된 일이지?
"칼림!! 왜 모조리 하얀색이지?!!"
칼림은 또다시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 씨익 웃는 웃음이 맘에 안든단 말이야...
"저건 결계 때문이여!! 수도 끝부분 4곳에 결계석이 있어!! 수도를 보호하기 위해 마법사들이 모여서 친거야!! 하지만 1년을 주기로 계속 결계를 쳐야해!!"
음... 그런 거로군. 하핫 나라면 10년정도는 거뜬하게 버틸수 있을텐데. 어쨌든 결계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나는, 궁금증을 해소하고 다시 수도를 바라보았다. 온통 하얀빛이 이색적인 빛을 띄고 있었다. 온통 하얀빛인 수도 팔립톤. 나에게 색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음... 이 광경을 평생 못 잊을지도...
"드라이언!! 어서 내려와!! 빨리, 지금 당장 내려와!!"
응? 갑자기 왜 그러지?
"왜?!!"
칼림이 다급하게 외쳤다.
"빨리 내려와!! 말할 시간 없어!!"
흥, 나는 명령듣기를 싫어하는 사람이야.
"싫어, 내가 왜 내려, 으아아악!!"
17.
[가일란트]
마족의 어깨 위에 앉아있는 페어리.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페어리. 커트한 머리에 앙증맞은 입술, 동그란 눈망울. 귀여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페어리가 마족과 친하게 지내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가일란트, 아직 못찾았어?]
가일란트라는 마족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글쎄... 이 대륙은 아마 아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중앙대륙에 있는 것 같아.]
[그래? 그럼 지금 바로 가자.]
페어리는 어깨에 앉은채로 손을 크게 휘둘렀다. 손에서 뿜어지는 마나가 원을 이루었다. 원 안으로는 끝없는 어둠이 펼쳐졌다. 그것은 바로 워프 게이트. 워프 게이트는 점점 커지더니, 가일란트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자, 중앙대륙으로 출발~!]
명랑하게 소리치며 앞서 들어가는 페어리. 하지만 참혹한 살육의 현장에서 나올 표정은 아니었다. 그만큼 무뎌졌다는 뜻...
가일란트는 페어리의 뒤를 따라가며 혼잣말을 했다.
[후... 중앙대륙에는 있겠지... 나의...]
"드라이언! 정신이 드나?!!"
"스, 스승님!!"
하아, 하아... 이게 도대체 무슨 꿈이야? 나는 또다시 악몽을 꾼 바람에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 보니 병원 안이다.
"휴우... 이제야 눈을 뜨는군.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으음. 별로 걱정할만한 녀석이 아니야. 너는...
"스승님!!"
"쉐프, 이제 너의 스승은 칼림 아니야? 왜 자꾸 나보고 스승이라고 하는거야?"
"그, 그런가?"
쉐프는 자리에 앉아 그 관계를 곰곰히 생각했다. 으으, 저 멍청이.
"그나저나 칼림.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뭐야, 기억나지 않아?"
"글쎄, 오다가 뭔가에 부딪힌 것 같기도 하고..."
드라이언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네가 멍청하게 날아오다가 결계에 부딪힌거야. 그 충격으로 높은 곳에서 바로 떨어졌지. 쉐프가 받아내지 않았으면 목숨이 위험했을지도 몰라."
그, 그런거였어?
"아, 그렇군. 쉐프 고마워."
쉐프는 아직도 누구를 스승으로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으이구.. 말을 말아야지.
"잠깐, 그렇다면 여기는?"
"그래, 수도 팔립톤. 여긴 당연히 병원."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었다. 칼림이 더 쉬라며 만류했지만 그냥 나가기로 했다. 내가 있던 방은 2층이라서 계단을 내려가야했다. 흠, 정말 오래간만에 마을에 들어와보는군. 병원문을 나서자 뜨거운 태양이 내리비추었다.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칼림, 여관은 정했어?"
지나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헤벌레, 해서 바라보던 칼림이 화들짝 놀라며 돌아섰다. 저녀석도 밝히는군...
"에? 아, 정했지. 바로 저 건너편이야. 가자."
18.
"알! 여기 맥주 한병 더줘!!"
"알! 여긴 두병 추가!!"
우리가 묵고 있는 여관. '패닉스' 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칼림이 항상 오는 단골집이라고 한다. 칼림은 또다시 맥주병 채로 들이키고 있었다.
"꺽-. 드라이언, 너도 먹어."
칼림은 아직 취하진 않았는지, 맥주 한컵을 나에게 넘겼다. 받기는 했지만 별로 먹고 싶지가 않군... 패닉스의 주인 '알' 이라는 남자는 근육질의 덩치 큰 남자였다. 우락부락한게 용병인것 같았다. 벗어재낀 웃통엔 자잘한 흉터가 몇개 나 있었다.
"스승님, 안드실거면 저 주세요."
어느새 쉐프가 옆으로 다가와선 맥주컵을 빼앗아갔다. 먹지도 못할거면서 뺏기는...
"푸아앗-!"
역시 뱉어버리는군... 헉? 이런, 알이라는 녀석에게 맥주가 묻었다...
"으앗, 죄송합니다!"
쉐프는 벌떡 일어나 테이블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아니 머리를 박으며 절을 했다. 알은 그 모습을 보더니 크게 웃어젖혔다. 알이 웃자 나머지 사람들도 다같이 웃기 시작했다. 덕분에 머쓱해진 쉐프만 앉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머리만 긁었다.
"앉아, 쉐프."
쉐프는 얌전히 앉아선 맥주 대신 물을 홀짝홀짝 들이켰다. 끙.. 정말 생긴거에 맞지 않게 노는 놈이야. 나는 맥주도 먹고 싶지 않고, 목욕도 했기 때문에 그냥 잠이나 자기로 했다. 방은 2층 201호. 하필 복도 맨 끝방이었다. 뭐, 별 상관은 없지만...
방으로 걸어가 문을 열려고 하는데 뭔가가 이상했다. 그냥 왠지, 뭔가가 이상했다. 남자의 육감(?)인가? 어쨌든 문 손잡이를 돌렸다.
끼익-
"또 보는군, 마법사."
"네놈은!!"
뭐야, 란텔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거지? 이 뜨거운 여름에 두터운 로브를 뒤집어쓰고, 의자에 앉아서 건들거리고 있는 남자. 그리고 이 목소리와 느낌은 분명한 란텔이었다.
"아, 너무 긴장하지 마. 그냥 한번 와 본거니까. 너를 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숙소를 확실히 알아둬야되거든..."
"도대체, 뭣때문에 나보고 사일랜드를 떠나라는 것인가!"
나는 란텔의 말을 무시하고 소리쳤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꾸 몰려드는 두려움을 떨쳐버리기가 힘들었다. 란텔이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글쎄... 위쪽에서 하달된 명령이라 이유는 모르겠다. 나는 섀도우 서열 7. 드라이언이라는 마법사를 없애라는 지령을 받았다. 난 그냥 추방하고 싶은 거지... 고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