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추사업과 시
- 이향란
우리나라 어느 곳에
상당량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래서 그것과 관련된 시추사업으로
곳곳에서 논란이 한창 불거질 때
몇 번을 들어도 내게는 그게
고래와 상어, 온갖 물고기들의 뼈아픈 내력과 검은 눈물이
오랜 세월 바다를 떠돌다 석유로 변해
그곳에 매장돼 있다는 것으로 들리고
또 그렇게 이해됐다
결국 물고기들의 비릿한 역사가 쌓이고 쌓여
석유를 만들고
그들의 기나긴 한숨이
가스로 누적된 거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다
시상詩想이라는 것이 시인의 영혼과 육체를
오랫동안 피처럼 돌고 돌다
맥박처럼 뛰고 숨처럼 안팎을 드나들다
어느 날 번뜩 시로 솟구치듯이
오늘도 뉴스에서 말하는 석유시추사업이
시 사업으로 자꾸 들리는 나는
바다에 매장된 석유를 위해 온 나라가 들썩이듯
그만큼의 대대적인 환호는 아닐지라도
시인이 시를 발표할 때마다 몇몇 작품 정도는
매스컴에서 다뤄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눈빛이 반짝인다거나
가슴에 따스한 물이 고이고 있음은 마다하더라도
시 한 편이
얼마나 깊고, 어둡고, 오래된 마음의 지하에서 퍼 올리는지를
잘 안다면
그리고 그 시가
죽어가는 사람에게
희망을 건네기도 한다는 걸 깨닫는다면
ㅡ 《웹진시산맥》(202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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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결과가 나온 보궐선거에서 여야는 각각 텃밭을 지켰고
서울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재탄생했다고 하네요
7천만 국민의 생각이 얼마나 다양한 지 확인할 수 있는 선거운동 기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꿈 꿀 수 있게 만든 석유시추사업이 시 사업으로 들린다니...
문학이 어쩌면 경제성장만 바라보는 현실정치에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실합니다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그런 마음으로 지켜보면 좋을 텐데....
소설이든 시든 독자에게는그저 희망이기를 소우ㅏㄴ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