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破字(파자) 이야기
한국 방랑시인 金炳淵(김병연)의 破字詩(파자시)에 대하여 李丙疇(이병주)는 韓國漢詩의 理解
라는 책에서 破字詩는 해학과 풍자가 마치 시문학의 극치인 것처럼 크게 다루는 계층이 있으
나 그것은 詩도 아니고 작품도 아니라 다만 재주로 엮은 글자모둠 일 따름이라고 하였지만
破字는 글자 놀이로서 해학과 풍자가 있고 또 글자를 오래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어려운 漢字(한자)를 破字 해 보고 나름대로 의미를 붙여 보는 것은 漢字학습을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1. 이야기 하나
金炳淵 金笠(김립)이 개성 부자 尹東春(윤동춘)이란 사람의 집에 들러 저녁밥을 얻어먹을
양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벌고 있는데 아들 같은 청년 하나가 방문을 조금
벙긋 열더니 人良且八(인량차팔)이라고 하자 주인 尹東春은 月月山山이라고 대답한다.
人良은 食(밥 식)을 破字한 것이요 且八은 具(갖출 구)를 破字한 것이니 식사가 다 갖추어
졌는데 저 손님의 밥도 함께 가져와야 하느냐고 묻는 내용이다. 月月은 朋(벗 붕)을 破字한
것이요 山山은 出(나갈 출)을 破字한 것이니 이 친구가 나가거든 가져오라는 뜻이다.
그때 炳淵은 밥 얻어먹기는 틀린 것 같아 주인에게 욕이나 하려고 犬者禾重(견자화중)이라고
하였다. 犬者는 猪(돼지저)를 破字한 것이요 禾重은 種(씨종)을 破字한 것이니 돼지 종자라는
무서운 욕이 되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기겁을 한 주인은 선생을 몰라 뵈어 죄송하다면서
깎듯이 머리를 숙이고 직접 안으로 들어가 부인을 독려하여 깨끗하고 기름진 저녁상을 아들
에게 들려 내왔고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酒案床(주안상)까지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2. 이야기 둘
옛날에는 마을마다 書堂(서당)이라는 글방이 있었다. 書堂은 四字小學(사자소학)이나 千字文
(천자문)같은 基礎漢字(기초한자)에서부터 四書三經(사서삼경)과 같은 高級漢文(고급한문)에
이르기까지 완전개별지도에 의하여 학습하는 곳이었다. 書堂에서 공부하는 어느 學童(학동)이
이웃집 예쁜 처녀를 사모하게 되어 고민 고민하든 끝에 사랑고백을 하기로 하고 그 방법을
궁리하고 궁리하다가 二?間言下心이라는 글자를 써 보냈다. 이 편지를 받은 그 閨秀(규수)는
學童의 뜻을 알아차리고 戀이라는 글자로 풀이를 하였다.
二?란 ?(실사)가 둘(二)이 있다는 뜻이고 間(사이간) 言(말씀언)」은 그 두 ?자 사이(間)에
言이 들어간다는 뜻이며 下(아래 하) 心(마음 심)」은 言 아래에(下) 心이 있다는 뜻이니
바로 戀(사모할 련)을 破字한 것으로 사랑한다는 편지였다.
閨秀는 이에 대한 답장으로 籍이라는 글자를 써 보냈다. 이 편지를 받은 學童은 모든 지혜를
동원하여 궁리를 해 보아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玉篇(옥편)에 ①서적 적 ②장부 적
③호적 적 ④등록할 적 ⑤빌릴 적 ⑥구실 적 ⑦온화할 자 등 풀이가 되어있긴 하지만 도무
지 실마리조차 풀리지 아니하였다.
며칠을 궁리하다가 용기를 내어 글방 스승인 訓長(훈장)님에게 自初至終(자초지종)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말씀을 드리고 해답을 부탁했다. 訓長님께서 한참을 생각하시다가 느닷없이 담뱃
대로 정수리를 탁 치면서 하루가 늦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籍을 破字 해 보면 竹(대 죽) ?(쟁기 뢰) 昔(옛 석)이 되고 昔을 다시 破字하면 十十一日이
되니 21일이 되며 昔은 夕(저녁 석)과 音(소리 음)이 같아 21일 밤이란 뜻이 된다. ?는 來
(올 래)의 흘림체와 비슷하니 오시오라는 뜻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21일 밤 대나무 밭으로
오라는 말이 된다는데 訓長님에게 도움을 청한 날이 22일이라 하루 늦어서 아쉽다는 뜻으로
담뱃대로 탁 친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戀이나 籍이 더 이상 어려운 漢字는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또한
戀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진 글자로는 다음과 같은 글자들이 있는데 戀과 연관지어 생각한다
면 기억하는데 있어서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鸞(난새 난) 欒(모감주나무 란) ?(방울 란)
?(아름다울 련) ?(쌍둥이 산?련) 攣(걸릴 련) ?(저민고기 련) 巒(뫼 만) 彎(굽을 만) 蠻(오
랑캐 만) ?(볼 만) 變(변할 변) 燮(불꽃 섭)
3. 이야기 셋
나이와 관련된 破字도 있다. 옥편에 의하면 여자나이 16세와 남자나이 64세를 瓜年(과년)이
라고 하는데 瓜(오이 과)자를 破字하면 바르게 쓴 八과 거꾸로 쓴 八이 되므로 여자나이는
8+8=16 이니 16세를 말하고 남자나이는 8×8=64이니 64세를 말한다.
16과 64는 오이와 관련되어 그렇게 전해 오게 되었을 것이다. 二八靑春(이팔청춘)이란 말도
있다. 二八靑春이란 16세 전후의 젊은 나이로 꽃다운 나이를 뜻한다.
옛날 16세 처녀라면 결혼 적령기이며 한창 異姓(이성)을 그리워 할 나이라고 생각된다. 옛날
남자 64세는 늙은이 중에서도 늙은이로 쪼글 쪼글하게 시들어버린 오이와 흡사한 모습을
연상할 수가 있다.
오이는 남자 性器(성기)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瓜年을 16세나 64세라고 일컫게 된 장난기를
엿볼 수가 있다.
桑年(상년)은 48세를 말하는데 桑의 속자는 十자 셋(十十十) 밑에 木을 쓰니
이를 破字하면 木은 十八이 되어 위 十자 셋과 합하여 48이 된다.
77세를 喜壽(희수)라고 하는데 喜자를 草書(초서)로 쓰면 七十七과 비슷한 데서 연유된 것이
라 생각한다.
傘壽(산수)는 80세를 말하는데 傘의 略字(약자)는 八 아래에 十을 쓰니 이를 破字하면 80이
되고 半壽(반수)는 81세를 말하는데 半을 破字하면 八十一이 된다.
88세는 米壽(미수)라 하는데 米(쌀미)를 破字 해보면 八十八이 된다. 쌀(米) 농사에는 볍씨를
골라 싹을 틔우는 데서부터 벼를 찧어 쌀이 될 때까지 88번이나 농부의 손길이 가야한다는
말도 있으니 한 톨의 곡식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卒壽(졸수)는 90세를 말하는데 卒의 略字는 九 아래에 十을 쓰니 이를 破字하면 90이 된다.
99세를 白壽(백수)라고 하는데 100(百)에서 一이 빠져나갔으니 99가 되는 것이다.
다음 나이를 한자로는 뭐라고 할까요?
1)여자나이 16세 혹은 남자나이 64세 : 瓜年(과년).
瓜자는 八이 2개 겹치므로(하나는 반대방향)8+8=16, 8×8=64이니 64세.
2)나이 48세 : 桑年(상년)
桑의 속자는 十자 셋(十十十) 밑에 木을 씀. 木은 十八이 되어 위 十자 셋과 합하여 48
3)나이 77세 : 喜??(희수).
喜자를 草書(초서)로 쓰면 七十七과 비슷한 데서 연유
4)나이 80세 : 傘壽(산수).
傘의 略字(약자)는 八 아래에 十을 쓰니 이를 破字하면 80
5)나이 88세 : 米壽(미수).
米(쌀 미)를 破字 해 보면 八十八
6)나이 90세 : 卒壽(졸수).
卒의 略字는 九 아래에 十을 쓰니 이를 破字하면 90
7)나이 99세 : 白壽(백수).
100(百)에서 一이 빠졌으니 99
4. 이야기 넷
어느 중국 영화에서 황제가 민가에 잠행을 하다가 낯선 청년과 맞나 통성명을 하는 자리에서
자기의 성명은 白十二(백십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었는데 임금 皇(황)을 破字하면 白王이
되고 王을 다시 破字하면 一十一 즉 十二가 되니 白十二는 임금 皇을 뜻하는 것이다.
옛날 중국의 王莽(왕망)이란 임금이 재위 중에 발행한 貨幣(화폐) 중에 貨泉(화천)이란 돈이
있는데 이 貨泉을 破字하면 白水眞人(백수진인)이 되니 돈 즉 貨幣를 白水眞人이라고도 한다.
粥(죽)을 破字하면 弓이 둘에 米가 하나 있어 죽을 雙弓米(쌍궁미)라 한다. 鳳(봉)을 破字하면
凡(범상할 범)과 鳥(새 조)로 평범한 새라는 뜻이 되니 鳳字라고 하면 언뜻 봉황새와 같이
뛰어났다고 칭찬을 해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平凡(평범)한 사람 즉 凡人(범인) 凡夫(범부)
凡愚(범우)라고 비웃는 말이 되는데 玉篇에 나와 있는 이야기이다.
참고문헌 : 中國漢詩眞寶
첫댓글 치매 걸리지말고
머리쓰라고 ?
아이고 머리야 김삿갓의
풍자와 해학이 재밌어
읽어 보려다 포기한다
잘 지내지?
인내심 기르라고 ㅎ
한번 더 되새김하니 기억이 새롭구만요~
캄샤^^
김삿갓님의 재미나는 한자풀이의 글들 멋있네요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